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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와 네트워크의 과학 - 21세기 화엄론

Tuesday, March 25th, 2008

'세상 참 좁다'

6명만 건너면 세상 어느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소위 '6단계 분리의 법칙'이라 불려지는 네트워크의 링크 분포에 대한, 우리 어른들의 경험적 통찰이다. 18세기의 수학자 오일러가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문제를 풀면서 탄생한 그래프 이론은 이러한 현대 네트워크 이론의 언어를 제공해 준다. 훌륭한 수학교양서적이라 할 수 있는 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는 그 도입부에 랜덤그래프 이론을 창시한 20세기 수학자 에르디시를 언급한다.

'여론이란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어 어떻게 전파되는 것일까'하는 전통적으로 사회과학에서 다루어져 온 문제는 , 이제 심리학 더하기 네트워크의 과학적 이해를 요청하는 문제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과연 인류의 문제해결능력이 향상될 수 있을까.

불교의 화엄론은 이미 오래전에 이러한 네트워크에 대한 통찰에 있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이 깨달음이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관계적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화엄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아름다운 비유들이 있다.

누각을 보니 크고 넓기가 한량없어 허공과 같고 아승지 보배로 땅이 되고, 궁전과 문과 창문과 섬돌과 난간과 길이 모두 칠보로 되었으며, 아승지 번기와 당기와 일산이 사이사이 벌여 있고, 아승지 영락들이 곳곳에 드리웠으며, 아승지 반달. 비단 띠. 보배 그물과 장엄하였고, 아승지 보배 풍경이 바람에 흔들려 소리를 내며 하늘꽃을 흩고, 하늘보배로 된 화만띠를 달고 보배 향로를 괴고 금가루를 비 내리고, 보배 거울을 달았고, 보배 등을 켜고 아승지 보배 옷을 펴고, 보배 휘장을 치고, 보배 자리를 깔고, 비단을 자리 위에 펴고, 염부단금 동녀 형상과 아승지 보배 형상과 묘한 보배로 된 보살형상이 가는 곳마다 가득찼으며, 아승지 새들은 청아한 소리를 내고, 아승지 보배꽃으로 장엄하고, 아승지 보배나무는 차례로 줄을 지었고 마니 보배가 큰 광명을 놓아, 이렇게 한량없는 아승지 장엄거리로 장엄하였다.
또 그 가운데는 한량없는 백천 누각이 있는데, 낱낱이 훌륭하게 꾸민 것이 위에 말한 바와 같고, 크고 넓고 화려하기 허공과 같아서 서로 장애하지도 아니하였다. 선재동자가 한 곳에서 모든 곳을 보듯이, 모든 곳에서도 다 이렇게 보았다. (한글지송화엄경-입법계품-52) 미륵보살(彌勒菩薩) )

인드라망은 불교의 연기법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입니다.

인드라(Indra)는 본래 인도의 수많은 신 가운데 하나로 한역하여 제석천(帝釋天)이라고 합니다. 신력(神力)이 특히 뛰어나 부처님 전생 때부터 그 수행의 장에 출현하며 수행을 외호(外護)하는 신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제석천의 궁전에는 장엄한 무수한 구슬로 만들어진 그물(=인드라망)이 있다고 합니다.

제석천 궁전에는 투명한 구슬그물(인드라망)이 드리워져 있다. 그물코마다의 투명구슬에는 우주삼라만상이 휘황찬란하게 투영된다. 삼라만상이 투영된 구슬들은 서로서로 다른 구슬들에 투영된다. 이 구슬은 저 구슬에 투영되고 저 구슬은 이 구슬에 투영된다. 작은 구슬은 큰 구슬에 투영되고 큰 구슬은 작은 구슬에 투영된다. 동쪽 구슬은 서쪽 구슬에 투영되고 서쪽 구슬은 동쪽 구슬에 투영된다. 남쪽 구슬은 북쪽 구슬에 투영되고 북쪽 구슬은 남쪽 구슬에 투영된다. 위의 구슬은 아래 구슬에 투영되고 아래 구슬은 위의 구슬에 투영된다. 정신의 구슬은 물질의 구슬에 투영되고 물질의 구슬은 정신의 구슬에 투영된다. 인간의 구슬은 자연의 구슬에 투영되고 자연의 구슬은 인간의 구슬에 투영된다. 시간의 구슬은 공간의 구슬에 투영되고 공간의 구슬은 시간의 구슬에 투영된다. 동시에 겹겹으로 서로서로 투영되고 서로서로 투영을 받아들인다. 총체적으로 무궁무진하게 투영이 이루어진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이 비유는 화엄종의 제 삼조(三祖)인 법장(法藏)이 측천무후(則天武后)에게 들려주었던 ‘거울로 도배된 방’의 모습과 같은 것이다. 츠앙, 화엄철학, 73-75쪽 참조.

천장도 바닥도 모두 깨끗한 거울로 도배된 방 한 복판에 불상과 횃불이 놓여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한 마디로 환상적일 것이다. 모든 거울 안에는 다른 거울 안에 비취고 있는 불상과 횃불이 다시 비쳐지고 있다. 그것도 끝없이..... 거기에다 맑은 수정공을 하나 더 두었다고 하자. 그 수정으로 된 공 안에는 모든 거울에서 반사해내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가 빛난다. (온통 얽힌 세상 - 불교적 관계론)

부처는 개개인이 이러한 상호의존의 원리를 깨달을 때, 세상이 바뀔 것이라 보았다. 부처가 말했던 자비심이란 바로 이 깨달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현대의 네트워크의 과학은 과연 인류에게 이를 넘어서는 수준의 가르침을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