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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문명의 시대

Thursday, December 27th, 2007

얼마전 OECD 에서는 각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분야에 대해 실시한 학업성취도 국제학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성적표를 받아든 각국의 표정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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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수학과 읽기 성적은 훌륭했지만, 과학 순위가 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의 교육열과 사교육 비용에 비해 성적이 저렇게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겠다만은,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결과보다는 바로 이 사실, 즉 15세 아이들의 수학,과학 실력이 어느새 각국의 관심의 초점이 되는 국력의 지표 혹은 국력의 미래지표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년전 피타고라스는 음악의 비밀이 수학에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한옥타브는 2:1, 도와 솔은 2:3 ... 피타고라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종교 비슷한 조직을 형성했다. 그들의 믿음은 이것.

"만물은 수다"

이후 그리스문명의 절정기에, 그의 철학을 계승한 플라톤은 그 이후 오늘까지 이어져내려온 2000년 서양문명의 궤도를 제시한다. 그가 세운 학교의 이름은 아카데미아. 그 학교의 팻말에는 이런 말이 써있었다고 전해진다.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

이들을 본류로 하는 그리스의 고전문명이 자양분이 되어 유럽에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마침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문명의 한 축을 탄생시킨 혁명가 뉴턴이 등장한다. 영국, 프랑스, 미국의 민주주의 혁명이 우리의 시대에 가지고 있는 의미만큼이나, 뉴턴의 혁명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대학에 갓 들어온 모든 이공계 학생은 미적분학을 배운다. 이것은 전세계 대학의 공통 커리큘럼이다. 데모만 하고 수학공부를 안하는 학생의 지성을 나는 믿어주지 못한다. 우리는 학부 꼬맹이들에게 미적분학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전하고 있는 것일까.

인터넷 회선을 따라 숫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하는 경제활동의 가장 핵심에는 서로의 계좌에 있는 숫자의 교환이 자리잡고 있다. 피타고라스가 설파한 수의 비밀이 오늘날만큼 세상에 응용된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디지털혁명이 일어나기 훨씬 전인 17세기 유럽의 라이프니츠는 그는 그의 논리학 연구에 이진법의 응용가능성을 생각했다. 친구 선교사가 중국에서 가져다 준 주역책의 64괘를 보고 놀라게 된다. 그것은 의심할바 없는 체계적인 이진법의 언어였다.

우리는 지난 20세기 서양의 과학을 배우느라 힘겹게 달려왔지만, 겉에 보이는 것들만 카피했지, 그 밑바닥을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수학문명의 합리주의 정신까지 가져오진 못했다. 어른들은 학생들의 수학실력만 보고 판단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수학실력보다 더 중요한 국력의 지표는 바로 공적영역에서의 합리성이라는 것이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세상에서 공부잘하던 아이들이 어떻게 커갈것인지 나는 그 점을 우려한다.

허나 그래도 국기에다가 디지털 신호를 새겨넣은 세계 유일의 나라이다. 이점에서는 희망이 보인다. 무엇부터 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