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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웨이와의 조우

Thursday, March 6th, 2008

지금 콘웨이(John Horton Conway)가 이곳에 와 있다. 내가 만약 무사히 지금 상황에서 큰 변화없이 학위까지 받게 된다면, 학문적으로 나의 할아버지가 되는 사람, 즉 싸부의 싸부이다. (수학자에게는 Mathematics Genealogy Project 라고, 그 뿌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

강연 하나가 있었고, 그것이 끝나고 저녁을 같이 먹을 기회가 있었다. 계속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할 얘기는 다 하는 강의법을 배워야 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생각했다. 하필이면 오늘 이곳에 대x수x회x님께서 와 계셔서 학생들에게 밥을 사주신다는 사태가 벌어졌으나, 과감히 생략...(삐질 - -;) 하고 콘웨이랑 얘기좀 해볼수 있을까하여 따라갔다.

조금 늦게 가는 바람에 자리를 잘못잡아서 밥먹는 내내 기회만 엿보다가 마침내 디저트 먹을 때 옆자리 탈취에 성공, 짧은 시간이나마 대화를 가질수 있었다. Ubiquity of the Leech lattice 라는 책을 쓸 계획이 여전히 있는가 질문했더니, 쓰고 싶은 여러 책중의 하나라고 말해주고서는 Sphere Packings, Lattices and Groups 라는 업계의 필수문헌을 쓸 때의 뒷얘기를 해준다.

캠브리지의 지하 어디선가 슬론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사실은 이 책은 25분만에 완성됐다...(여러 논문들의 모음이므로)고 생각을 했는데, 슬론이 돌아가서는 자꾸 다듬고 쓰고 하는 바람에 25분에 완성될 것이 7년이 걸려버렸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비록 슬론이 거의 다 쓰고 작업했다는 얘기도 해주었지만, 그 때 하도 슬론이 이 일로 들볶는 바람에, 그 책이 끝나고 같이 작업을 많이 안하게 됐다는 얘기를 하며 잠시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싸부도 그렇고 콘웨이도 보아하니, 이 가문에는 '수학자는 게을러야 한다'는 가풍이 좀 있다. 슬론이 적임자일텐데 Ubiquity of the Leech lattice 역시 슬론과 함게 작업할 생각을 하니, 좀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걸음걸이를 보니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보이던데, 여러모로 걱정이다.

싸부얘기를 잠시 꺼냈더니,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지도하면서 가르쳐 준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그럼 다 혼자 배웠다는 얘기냐 물었더니,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해준다. 내가 느끼는 이 가문의 또다른 가풍 하나는 '수학은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누가 뭘 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인연은 한번 만나는 것으로도 힘이 된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이 가문의 또다른 가풍 하나 '수학은 즐거운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