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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 강의 - 태양 주위의 행성 운동에 관하여

Friday, January 18th, 2008

인류의 지성사에서 가장 큰 발견 몇 가지를 꼽는다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타원궤도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것으로 인하여 인간의 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라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신화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파인만 강의 - 태양 주위의 행성 운동에 관하여는 유명한 일반 물리학 교과서인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는 담겨지지 못했던 파인만의 행성운동에 대한 강의를 담은 책이다. 뉴턴이 활약한 시대 즈음의 간략한 역사와 더불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타원궤도로 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발견이 아무리 세계사를 뒤흔든, 인류지성사의 보석같은 것이라 해도, 이것은 지금에 와서는, 공부를 성실히 한 보통의 이공계의 대학 1학년 정도면 미적분학의 언어를 사용하여 눈깜짝할 사이간에 해치울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소개하는 이 책은 그런 표준적인 증명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수학에서 소위 쓰는 말로 '초보적인 증명(elementary proof)' 이라는 것이 있다. 이 말에는 분명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고등학생 수준의 수학에서 따로이 더 난이도 있는 공부를 하지 않고, 미적분학을 사용하지 않는 정도면, '초보적인 증명'이라고 불러줄 만하다. 그러나 그것이 꼭 쉽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쉬운 언어를 사용하는 대신,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요구되는 것이다. 포크레인으로 할 일을, 삽으로 하라고 시키면, 어쨌든 짱구를 좀 굴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행성이 타원궤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기하학의 언어를 사용하여 '초보적인 방법'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러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책에 수록되어 있는 파인만의 강의록 부분에는, 실제로 타원궤도가 된다는 것을 증명한 후, 파인만의 이런 말이 담겨 있다.

It is not easy to use the geometrical method ro discover things. It is very difficult, but the elegance of the demonstrations after the discoveries are made is really great. The power of the analytic method is that it is much easier to discover things than to prove things. But not in any degree of elegance. It's a lot of dirty paper, with x's and y's and crossed out, cancellations and so on.
기하학적 방법으로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 할지라도, 일단 발견한 후에는 그 증명의 우아함의 정도가 매우 크다. 해석적인 방법(즉 미적분학을 사용하는 방법)의 힘은 증명하는 것보다는 발견하기가 훨씬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어떠한 우아함도 없다. 그것은 단지 x,y, 줄 그은것, 지운것 등등이 난무하는 지저분한 종이뿐이다.

이렇듯이 '초보적인 증명'의 매력은 바로 우아함과 아름다움에 있는 것이다. 뉴턴 역시 이 증명을 기하학적으로 했는데, 파인만은 뉴턴의 증명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스스로 고안했다고 말하고 있다. 책의 저자들이 파인만의 증명을 많은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고등학교에서 타원을 비롯한 이차곡선을 배웠다면, 차분하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교양으로서의 수학책을 좀 읽고 싶긴 한데, 시간만 투자하면, 페이지 넘어가는게 보장되는 날로 읽는 책말고, 읽고 난 후 정말 보람이 느껴지는 책에 한번 도전해보고픈 사람에게 추천한다. 나도 타원에 대해 몰랐던 것을 배워가면서 즐겁게 읽었는데, 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증명의 중요한 부분에서, 좀 명확히 이해를 못한 부분이 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은근슬쩍 날로 먹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좀더 생각을 해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소개해 봐야, 실제로 읽을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 확신하지만, 사실 대중을 겨냥한 과학책으로서는 상당히 대담한 것이다. 생각해 보라. 수학이나 과학 대중서라는게 보통, 이런저런 등장인물들 가십이나 섞어서 짜집기하는 그런거 아니겠는가. (나는 이미 이런 책 정도는 트럭으로 쓸수있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하하하) 당당하게 수학적인 '증명'에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다니, 이런 용감무쌍한 시도는 한번 음미해 볼만한 사실이다. 대중들이 알아들을 만한 언어로 '증명'을 쉽게 해설한 책을 내놓아서, 과연 출판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수 있을 것인가?

원뿔곡선 vs 이차곡선

Sunday, January 6th, 2008

학창시절을 회고해 보면, 중학교 시절 배운 기하학과 고등학교 시절 수학에 배우는 기하학은 굉장히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가장 큰 차이가 뭔고 하면, 중학교 땐 안 그랬는데, 고등학교 기하학에서는 좌표를 도입해서 이런저런 식을 푸는 것이 주가 된다는 것이다.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중학교 기하학은 머리가 필요한데, 고등학교 기하학은 머리 별로 안 써도 된다. 중학교에서는 삼각형과 원이 주인공이었는데, 삼각형은 고등학교 기하학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기하학은 그리스 시절의 전통에서 내려오는 논증기하학(synthetic geometry)이고,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기하학은 데카르트 이후 시대의 해석기하학(analytic geometry)이다. 학생들은 중학교의 논증기하학을 통해서, 처음으로 가정에서 출발하여 결론에 이르게 되는 '증명'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고딩의 해석기하학에서는 이런거 없고 그냥 계산만 줄창한다. 왜 이렇게 교과과정을 전혀 연속성없이 단절시켜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은 이에 대한 아무 설명도 들어보지 못한채 그저 따라가야만 했으리라.

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의 핵심에 놓여있던 것은 무엇보다도, 다항식 및 여러가지 함수, 방정식, 그리고 미적분학이 될 것 같다. 기하학은 중심이라기 보다는, 앞에 언급한 것들을 응용하는 실험장의 성격이 강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니 맨날 문제가 뭐와 뭐의 교점을 구하라, 접선을 구하라 뭐 이런것 아니었던가.

고딩 기하학과 중딩 기하학을 완전히 단절시켜 버림으로써, 즉 논증기하학을 고딩수학에서 완전히 배제해 버리면서, 다소 어색한 장면들이 연출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나는 말하려 한다. 고딩수학에서는 이차곡선론을 배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뿔곡선' 이란 말을 전혀 안 가르쳐 준다. 이것은 내가 보기에는 교육적으로 재앙에 가깝다. 이론에 통일성이 별로 없게 되고, 역사적으로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적분학을 강조하고 싶어도 최소한 '원뿔'은 언급하는 것이 옳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차곡선이라는 말은, 곡선을 좌표를 통해 다루게 될때 쓸수 있게 되는 말이다. 곡선이 식으로 표현되야, 일차다 이차다 말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실 기하학을 그런 방식으로 하지 않았던 그리스 사람들도 이차곡선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식을 통해서 연구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차곡선'이라는 말은 안 썼겠지. 그러면 그리스인들의 이차곡선은 무엇이었을까?

그리스인들은 원뿔의 단면을 연구했다. 원뿔을 자를때 얻어지게 되는 곡선을 그들은 '원뿔곡선'이라 불렀다. 원뿔속에 우리 고딩들이 지금 배우는 원, 포물선, 타원, 쌍곡선이 모두 한방에 얻어지게 되니, 개념에도 더 통일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가?

우리 고딩 수학에서는 타원의 정의를 '두 초점에서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으로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스인들에게는 타원의 정의가 아니라 성질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타원은 이미 원뿔의 단면으로 얻어졌기 때문에... 그러면 그리스인들은 이것을 증명해야 했을 것이다. 어떻게 했을까?

타원이 놓인 단면에서 원뿔에 접하는 두 개의 구를 만든다. 원뿔과 단면이 만나는 두 점을 초점이라 한다.

그렇다면 타원위의 한 점에서 두 초점까지의 거리의 합이 과연 일정할 것인가? 일정하다. 두 거리의 합이 바로 위 그림에서 빨간색파란색 두 선의 길이의 합인데, 이 길이는 타원 위의 점에 의존하지 않고, 원뿔과  두 개의 구의 배치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 고딩수학의 정의를 따라도 이것은 타원이 맞다. 멋지지 않는가. 이런데는 식 같은 지저분한거 필요읎다.

무엇을 정의로 삼고, 무엇을 성질로 볼 것인지는 결국엔 취향의 문제이긴 하겠지만은, 나는 이런 접근 방법이 학생들에게 더 관찰과 발견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더 교육적이라 생각한다. 중딩 수학과 고딩 수학을 꼭 그렇게 무자비하게 갈라놓아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