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penheimer, Julius Robert (1904 - 1967)
Today, it is not only that our kings do not know mathematics, but our philosophers do not know mathematics and -- to go a step further -- our mathematicians do not know mathematics.
"The Tree of Knowledge" in Harper's, 217, 1958.

미적분과 인문계(3) : 타원 - 자연, 예술, 인간

미적분을 인문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가 마는가의 질문에 답하기 앞서, 나는 우선 아이들을 일찍부터 자연계, 인문계, 예체능계로 확실하게 분류해서 도장찍은 다음 입시 체제로 들여 보내는 것 자체부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살짝 언급해 둔다. 말하자면, 질문 자체부터 곱게 받아들여줄 생각이 없다는 뜻.

오늘은 학교에서의 수학교육을 과연 어느 위치에 둘 것인가에 대한 대답 대신, (미적분은 아니지만) 타원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내가 알기로는 타원은 자연계 학생들만 배우는 것으로 안다.

사실 타원은 그냥 대강 납작해진 원모양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수학적 정의를 가지고 있다. 원이 한 점에서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모임이라면, 타원은 두 초점에서의 거리의 합이 일정한 점들의 모임이다.

정의에 따라서 타원 그리기 50초 동영상.

그러니까 근대초 천문학의 혁명기에 케플러와 뉴턴의 활약으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타원궤도를 따라 돌고 있다고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것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가장 완벽한 도형인 원의 궤도를 따라 돌고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가설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타원을 제대로 모른다면, 이 역사적 사건을 읽어가며 ‘타원’이라는 녀석의 역할에 얼마나 주목할 수 있을까. 인문계 학생들은 타원의 정의조차 배운바가 없으니, ‘지구는 태양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할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양의 르네상스 시기는 풍요로운 새로운 예술을 낳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원근법이 있다. 우리의 눈은 기하학적인 법칙을 따르고 있으며, 우리 주변의 모든 원은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는한 타원으로 보이게 된다.

ellipse1.JPG

ellipse2.JPG

그리고 그 기하학의 법칙을 거스르게 되면, 그림 속 원기둥은 더이상 원기둥으로 보이지 않는다.

ellipse3.JPG

우주의 움직임에서부터, 눈이 따르고 있는 기하학과 그림 그리는 법칙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열쇠, 타원의 방정식.

이 얼마나 스케일이 크며, 또 실용적일 수 있는 지식인가!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의 눈으로 보게 해 주는, 이 놀라움! 2500년전, 피타고라스가 ‘만물은 수’라고 했을때,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이런 가르침을 전해줄 수 없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미적분과 인문계(2) : 배움이 고통인 아이들

이 글은 미적분과 인문계(1)에서 시작된 시리즈임.

인문계도 수능에서 미적분을 본다는 사실에, 일부 학생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중3 학생은 굳이 미적분을 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고1 학생은 ‘재수하면 끝’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사실 미적분이 뭔지도 모른다는 것에 10원을 걸겠지만,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학 교육이 어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하는 것을 읽어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배움은 고통인 것이다!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기 짝이 없다. 그 갈등의 한복판에는 물론 대학 입시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의 승리는, 그 다음 관문인 정규직 획득, 그 다음 좋은 배우자 얻기 등등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이라는 게임에서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 게임의 성격과 본질을 바꿔버리지 않는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정치제도개혁+시민주권운동) -> 지역감정주의해소->조중동 및 딴나라당박멸 -> 정치개혁 -> 포괄적 사회개혁 -> … 의 시퀀스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단 오늘을 살아야 하므로, 개개인의 학생들에게는 임시적인 해결책으로나마 이런 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공부를 잘 하기 위해, 괴롭게 무언가를 배울 것이 아니라, 그 원인과 결과를 바꾸어, 배움을 즐길 수 있게 되면, 그 결과로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이다. 바른 지식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삶의 질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그는 수학책 ‘계몽산(啓蒙算)’의 문제를 풀었다. 당시 최고의 학자였던 정인지는 세종이 문제를 풀다 막힐 때를 대비하여, 세종의 수학 공부시간이면 늘 옆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왕이 왜 고생스럽게 <수학의 정석>을 끼고 앉아 머리를 썩이는 것인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산수는 임금에게는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성인께서 제정한 것이기에 나는 알고 싶다” (세종실록 12년 10월 23일). 제왕의 수학 공부라! 국가 재정을 파악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해주고 싶지만, 사실 그의 수학 공부는 마르지 않는 지식욕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중에서-

성인께서 제정한 것이기에 나는 알고 싶다!

그런데 정말로 바른 지식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삶의 질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일까?

미적분과 인문계(1)

2012년도 수능부터 인문계 학생도 미적분이 포함된 시험을 본다는 기사를 읽었다.

“재수하면 끝장” 인문계 高1교실 발칵
라는 기사에는, 이에 대해 경악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가 많이 담겨 있다.

중3 학생은 굳이 미적분을 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고1 학생은 ‘재수하면 끝’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오산에 사는 최모(중3) 군은 “안그래도 수학을 못하는데 이제는 큰일났다”며 “이제껏 미적분 안하고 다들 대학갔는데 왜 하필 우리부터 미적분이 부활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안양에 사는 이모(중3) 양도 “미국에서는 고등학교까지 미적분을 배우지 않고 대학에 가서야 배운다고 들었다”며 “미국도 미적분 안 하고 잘만 사는데 우리는 미적분을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하나? 이렇게 하면 학원 열풍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양의 어머니 조씨(43)는 “어차피 수학학원에 보내는 것은 똑같다”며 “미적분을 배우게 되든 말든 별 상관없다”고 말했다.

고1 학생은 ‘재수하게 되면 어쩌나’고 걱정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구모(고1.인문계 지망) 군은 “당장 미적분을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되고 시험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안심”이라면서도 “하지만 재수라도 하게 되면 2년간 미적분을 배운 애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게 걸린다”고 말했다. 구군과 같은 반인 서모 양도 “92년생 학생 사이에서는 ‘재수하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며 “우리가 대학에 들어가는 2011학년도에는 눈치경쟁과 하향지원이 치열해질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부산일보의 한 기사는, 왜 인문계 수능에 미적분이 포함되었는지에 대해 약간 설명을 해 주고 있다.

현행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된 2005학년도 수능부터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리 나형에서 미적분이 제외됨에 따라 수리 나형의 난이도가 크게 낮아졌다. 반면 자연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리 가형은 상대적으로 출제범위도 넓고 난이도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자연계 학생들은 학습 부담이 많고 어려운 수리 가형을 기피했고 매년 수능시험에서 수리 나형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상당수 대학들이 인문·자연계간 교차 지원을 허용하고 있어 수리 나형을 선택하는 수험생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에서 수리 가형을 선택한 수험생은 24.2%에 불과했고, 수리 나형을 택한 수험생은 75.8%에 달했다.

이 때문에 대학 이공계에 진학한 학생들은 미적분을 잘 몰라 대학 강의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대학은 신입생들에게 기본적인 미적분을 가르치고 있다. 부산대 윤웅찬 화학과 학과장은 “물리나 화학과 등은 미적분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데 이를 모르는 신입생들이 태반”이라며 “대학에서 미적분을 가르치는 비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가 추진하는 방향대로 수리 나형 출제범위에 미적분과 통계가 추가된다면 수리 나형에 대한 쏠림 현상이 줄어들고 대학 교육도 정상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동아대 이권순 전기공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높일 수 있는 수리 나형 출제범위 확대 추진을 환영한다”며 “이공계 강의에 적응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줄어들어 대학 교육의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부산종로학원 김윤수 평가실장도 “지금까지는 자연계열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문제가 어려운 수리 가형보다는 수리 나형을 선택해 점수를 올릴 수 있었는데 앞으로 이 같은 장점이 없어진다면 굳이 수리 나형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수리영역 출제범위가 확대될 경우 사교육 증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2 자녀를 둔 김미숙(42)씨는 “아이가 인문계로 진로를 선택할 예정인데 수리 나형에 미적분이 포함된다니 지금부터라도 수학전문학원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또 김 씨는 “인문계 고교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해서 미적분을 활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굳이 미적분을 가르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각 대학들이 인문·자연계간 교차지원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현 수능 시스템으로도 수학교육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 채승영 부산지부장도 “현재도 고교에서 배우는 수리영역이 너무 어려워 학생들이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수리 나형의 출제범위를 확대한다면 이에 따른 사교육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제가 황희 정승 스타일인지, 다들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무진장 헷갈립니다.

누가 옳은 말을 하고 있는지, 좋은 생각있으면 알려주세요.

노인자살과 국가통계

한국에 도착했던 첫날 TV에서 본 광고중의 하나가 노인자살의 심각성에 대한 ‘우리를 보살폈던 그 손 이제 우리가 잡아드려야 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보건복지부 공익광고였다. (이메가 정부의 공익광고를 이곳에서 상영할 줄이야…)

2007년 통계청 자료로 노인자살 3203명이라고 마지막에 나오는데, 이렇게 한해 노인자살 절대적인 숫자만으로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가 어렵다. 짧은 시간에 하는 TV광고에다가 통계자료를 줄줄 읊어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테지만, 중요한 수치는 절대적인 숫자보다도 인구몇명당 얼마가 자살했는가 하는 자살률이고, 우리나라의 예전 통계와 비교한다거나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는 것이 좀더 효과적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경향신문의 기사에 나온 자료를 보니,

질병·생활고… ‘노인 자살’ 급증

위키의 자료를 보니, 현재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는 한국이고 그 다음이 일본으로 나와 있다. 위의 도표는 비록 2002년 자료이기는 하지만 다른 연령대보다 노인자살률이 한국이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의 높아지는 노인자살률과, 한국 사회의 빠른 고령화 진행을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자살률은 한동안 부동의 세계 1위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 이제 해야할 일은, 노인 자살률이 왜 이렇게 높은가 하는 원인을 찾아볼 수 있는 통계지표들을 찾아보는 것일텐데, 이 점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 꾸준히 조사해 온 자료는 없는 듯 하고, 자살률이 높아지니 그래도 급하게나마 조사를 하긴 한 모양이다. (자살 시도 노인 3명중 1명 ‘질병 때문’)

뭐 솔직히 이 자료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이런 거라도 해 나가니 다행이다.(조사시기를 보니 유시민장관 시절인가?) 이러한 자료를 기초로 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방향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꼴을 당하기 전에 이 문제와 관련된 국가통계 기능을 훨씬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

나는 한 국가의 기초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각종 기록물들이 얼마나 잘 관리되고, 얼마나 체계적인 통계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에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들고 싶다. 참여정부에서는 국가의 기록 관리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는데, 참여정부 시즌 2에서는 통계 기능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과학의 마음이 필요하다. 아무튼 이러한 기준에서는 아마도 미국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한국에서 친미라고 떠벌리는 인간들은 좀 병진들이 많아서…

통계학은 영어로 statistics라고 하는데, 이 단어의 기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From German Statistik, political science, from New Latin statisticus, of state affairs, from Italian statista, person skilled in statecraft, from stato, state, from Old Italian, from Latin status, position, form of government; see st- in Indo-European roots.]

라 하여, 정치라던가 국가라던가 하는 뜻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이는 state라는 단어의 존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수학문제 푸는 세종대왕

눈병을 초래할 정도로 읽어댄 이 독서왕의 지식은 참으로 넓고 깊었다. 세종은 알려진 바와 같이 문학과 역사, 유학은 물론이고 언어학, 음악학, 천문학, 농학, 기계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지식을 쌓고 있었다. 조선 후기가 되면 극소수 일부 양반을 제외하고는 오직 중인들의 학문이 되었던 수학 역시 그의 관심 대상이었다. 그는 수학책 ‘계몽산(啓蒙算)’의 문제를 풀었다. 당시 최고의 학자였던 정인지는 세종이 문제를 풀다 막힐 때를 대비하여, 세종의 수학 공부시간이면 늘 옆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왕이 왜 고생스럽게 <수학의 정석>을 끼고 앉아 머리를 썩이는 것인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산수는 임금에게는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성인께서 제정한 것이기에 나는 알고 싶다” (세종실록 12년 10월 23일). 제왕의 수학 공부라! 국가 재정을 파악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해주고 싶지만, 사실 그의 수학 공부는 마르지 않는 지식욕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중에서-

역시 그 생각의 깊이가 이 정도는 되어야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성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또 궁금하여 ‘계몽산(啓蒙算)’이란게 어느 정도 수준일까 대강 찾아보니, 이 책 지은이가 쓴 다른 글 하나가 나오는데,

조선시대에 왕이 수학을 공부한 사례는 아마도 세종이 유일할 것이다. 세종의 수학교과서 계몽산이란 뭔가?
원나라 주세걸이 지은 ‘산학계몽’이란 수학책으로 곱셈.나눗셈, 무게의 단위 환산, 도량형의 표시, 농토의 측량 단위, 원주율, 분수, 음수.양수끼리의 연산4칙, 제곱근 구하기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요즘 시대에는 대략 중학교 1학년 정도면 알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그리하여 조선 세종 시대는 엄청난 문화의 전성기였는데, 이렇게 지식 수준이 높은 이 시대에 우리는 나라 꼴이 왜 이 모양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식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그에 대한 태도라던가 마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해체를 반대한다

일단 다음 아고라 이슈 청원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해체를 반대합니다’ 클릭하슈.

국가수리과학연구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연구소 연혁이다.

2003~2004 - 과학기술부 연구기획사업
(사업단장 : 조용승 대한수학회장)
2004.12 -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설립확정
(과학기술부, 기획예산처, 국회)
2005.03 -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과학기술부)
2005.10.01 -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설립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설
- 초대소장 조용승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수학과) 취임
2006.03 -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개소식 및 초대장 취임식
2006.05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현, 대전시 유성구 대덕대로 628 연구소 이전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2003년에 정부 차원의 검토에 들어가고, 2005년에 설립된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순수학문을 담당하는 고등과학원과는 별개의 임무를 가진, 수학의 산업에의 응용을 모색하는 연구기관이다. 실용을 외치는 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성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 짧은 연혁을 생각할 때 아직은 기다려 줄 때인것이다.

나는 바라건대 이공계 종사자 및 과학자들이 좀 순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재풀 확보를 위한 복지정책,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정책, 젊은 학자들의 병역문제 해결을 위한 통일 외교·국방·정책, 그리고 프로들의 실전무대를 지원하기 위한 과학기술정책. 이 정책의 싸이클을 모두 제대로 작동시켜야, 이 나라의 과학에 기틀이 잡힐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반대로 늘 위험한 상태에 노출되게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만, 과학은 세금으로 하는 것이다. 한 정부가, 증세를 말하는가 감세를 말하는가 하나 만으로도 과학정책의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법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를 지키는 것은 상당히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실용’으로 집권한 정부, 그 실용의 바탕에 기초과학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것은 너무도 순진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백서 ‘성공과 나눔‘에 나타난 5대 국정 지표는 다음과 같다.

1. 섬기는 정부
2. 활기찬 시장 경제
3. 능동적 복지
4. 인재 대국
5. 성숙한 세계 국가

그들의 ‘섬기는 정부’란 무엇을 말하는가?

섬기는 정부 구현을 위해 첫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부의 역할을 재설정해 민간의 자율성을 증대하고 시장경쟁을 촉진시킨다. 이를 위해 중복된 정부기능을 통폐합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공공기관의 효율화를 추진한다.
둘째,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한다. 이를 위해 국가예산을 절약하고, 정부조직을‘국민을 섬기는 기능’위주로 재편하며, 행정규제를 혁파한다.
(중략)
이를 위한 주요 정책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예산을 10% 절감하고 정부 조직을 기능 위주로 재편하며 공기업의 경영을 효율화하고 지배구조를 혁신한다.
둘째, 국민을 섬기는 도우미 정부로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민 수요에 부응하는 복지전달체계를 마련하고 고용지원 서비스를 선진화하며 투명하고 엄정한 세정을 구현한다.
(이하 생략)

이 정도 우선순위에 있는 정책사항이라면, 상당히 버거운 싸움이 될 것이다. 칼바람은 이미 피할수 없는 것이고, 나는 기관의 이름을 유지하는 정도만 해내도 잘 버틴 것이라 판단한다.

위의 인수위 입장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좀더 설명을 덧붙인다.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다음과 같은 기관들이 바로 과학기술과 관련되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2007년 4월) (고등과학원, 공공기술연구회, 광주과학기술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극지연구소, 기초기술연구회,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산업기술연구회, 원자력의학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핵융합연구센터)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예상컨대 아직 그 규모가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공공기관 지정까지는 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아무튼 출산율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진행되어 복지정책의 강화가 더욱 요청되고 있는 나라에서, 예산 10% 절감을 위한 먹잇감으로는 어떤 것이 좋겠는가? 그다지 실용적일것 같지 않은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학이 제일 만만할 것이다.

정부는 이미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 그들은 가장 먼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하나로 만들었다. 지난 시기에는 교육부도 부총리, 과학기술부도 부총리 급이었다. 그런데 둘을 하나로 만들면서 부총리가 장관급으로 다시 내려왔다. 그들의 첫번째 공격이었다.

그들의 두번째 공격은 최근 정부 출연연구소 기관장들에 대한 일괄사표 요구에 있었다. 얼마전 유인촌이 문화기관장들 물러나라고 하며, 잠시 기사화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것은 꼭 문화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에 있었던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산하 기관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정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기업 기관장과 산하 단체장에 이어 국책 연구기관장까지 일괄 사표를 받았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재신임을 묻는다 하지만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에게 하자가 없는데도 사퇴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또 버티는 인사들에겐 회의에 참석치 못하게 하고 표적감사도 마다하지 않았다니 있을 수 없는 오만한 태도다.

특히 중립성과 전문성을 우선하는 연구기관장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한 것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강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책 연구기관은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조언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는 수행하는 곳이다. (연구기관장도 모두 바꾼다는데..)

만만할 때는 허구헌날 코드인사 코드인사 하더니만, 진짜로 이렇게 화끈하게 하니까 코드인사라는 말 다 어디로 쏙 들어갔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전두환 이후 처음이라는데 말이다. 그래서 과학기술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가? (출연연 기관장 `줄사퇴`)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출연연 기관장들의 사표제출이 정부의 공기업 및 산하 기관장 교체방침과 맞물려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출연연 기관장 인선 및 재신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대덕특구 출연연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출연연 기관장들이 각 연구회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새 정부 들어 공기업 및 정부 산하 단체장들에 대한 사퇴압력과 함께 출연연 기관장들도 사표를 제출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성했지만 이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나자 과학기술계 출연연 기관장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과학재단 최석식 이사장은 취임한 지 1년도 안돼 지난 24일 간단한 이임식을 갖고 사임했으며, 국립중앙과학관 조청원 관장 역시 사표를 제출한 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기관장 공모에 응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 사임사태는 출연연 상임감사로까지 이어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광웅 감사와 한국원자력연구원 김홍권 감사 등도 전 정권의 `코드인사’로 임명된 인사라는 점에서 최근 사표가 처리됐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계를 비롯한 대덕특구 출연연들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각 기관장의 낙마에 따른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뒤숭숭한 분위기다.

사표를 제출한 기관장 중 임기를 얼마남지 않았거나 기관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기관의 기관장들은 대부분 중도에 물갈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맞물려 출연연의 역할 정립에 대한 논의가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에서 이뤄지고 있어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기관 통폐합을 포함한 출연연간 기능 재정립 등 구조조정의 바람도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각 기관장들의 목을 친 다음 수순으로 이제 연구소 통폐합이 오는 것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도 이러한 배경하에서 그 운명을 맞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이하는 다음 아고라 이슈 청원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해체를 반대합니다’에 딸려있는 청원내용 및 첨부파일이다.

최근 정부는 정부출연연구소 통폐합의 일환으로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3개 부설 연구소(국가수리과학연구소,국가핵융합연구소, 극지연구소)를 본원에 통폐합시킨다는 결론을 낸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 신설된 수학연구소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수리과학연구소를 고등과학원에 흡수 통합하도록 제시하였으나 이는 성격과 미션이 다른 두 연구소를 억지로 합치는 결과이며, 사실상 수리과학 연구소의 해체를 의미합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설립은 60여년에 걸친 수학계의 오랜 숙원이었으며 2년여(2003~2004)에 걸쳐 다방면의 의견수렴과 정책검토를 통해 고등과학원과 차별화된 기능과 미션수행을 목표로 그 타당성을 인정받아 설립되었습니다. 본 연구소는 국가과학기술 발전의 근간으로 대두되고 있는 산업응용수학연구의 수행을 위해 2005년 10월 1일에 설립된 기관으로 수리과학 분야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정부출연연구소입니다.
수리과학연구소의 통폐합은 현 정부의 기초과학 지원 정책과 반대되는 조치라고 사료됩니다.

빌게이츠도 언급한 바와 같이 수학은 모든 기초과학의 기초입니다. 겨우 하나 만들어진 수학연구소를 없애는 것은 한국의 장래를 매우 어둡게 하는 처사입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국가에서는 다수의 수리연구소를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도 많은 수가 설립되고 있고 설립계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수년간의 노력으로 설립된 하나의 연구소 마저 행정상의 숫자놀음 (연구소 숫자 감축)으로 해체하려 하고있습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고등과학원과 미션과 기능이 전혀 다른 기관입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산업응용수학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소이며 고등과학원은 기초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설립된 순수기초과학 연구기관입니다. 이렇게 상이한 기관에 흡수시키는 것은 수리과학 연구소를 없애고 그 연구를 중단하라는 처사입니다.

더구나 그 절차에 있어서도 수학계와 기초과학계의 자문을 구하여 신중히 처리해야 할 사안을 이렇게 졸속으로 공문하나를 일방적으로 내려보내 물밑에서 처리하는 것은 우리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라 사료됩니다.

첨부파일의 내용.

정부의 일방적인 국가수리과학 연구소의 해체를 반대합니다.

현재 물밑으로 정부의 연구소 통폐합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 광풍의 여파로 국내 유일의 응용수리과학 연구소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사실상 해체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성격과 특성이 다른 순수연구 분야의 고등과학원의 한 부서로 흡수 통합하도록 정부안이 제시되어 추진되는 상황에, 기존에 있던 연구소마저 없애는
이 정부의 순수과학연구정책은 전 세계적인 추세와는 역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작게는 수학/수리과학계의 위기이고, 크게는 기초과학 연구의 위기이고,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손실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행정상의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합니다. 13개의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정출연들을 10개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핵융합연구소는 원자력연구원으로, 극지연구소는 해양기술연구원으로, 수리과학연구소는 고등과학원으로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 연구소와 달리 수리과학연구소의 경우는 순수과학과 응용과학의 접점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고, 고등과학원의 역할과 성격이 전혀 상이한 곳과 통합을 하라는 것은 물과 기름을 섞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국가마다 수리과학연구소의 설립을 증대하고, 몇 개의 특성화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추세에 역행하는 일이며, 기초과학지원을 약속한 정부의 시책과도 배치되는 일입니다. 때문에 기존의 연구소를 폐지하는 일은 연구원의 사기저하와 함께 관련 연구 분야의 연구위축을 불러올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현재에도 심각한 과학인재의 해외유출을 부추기는 정책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는 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내주에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대한수학회와 타 기관에 기초과학말살정책을 성토하는 협조를 구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언론에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아래 참고의견서를 첨부합니다.

————————————————————-
고등과학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통합방안에 대한 의견.

최근 교육과학부에서 유사연구기관 통폐합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수리과학연구소를 고등과학원에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인 유사연구소 난립을 정리하고 그 기관의 숫자를 줄임으로써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 지원을 집중하여 더욱 효율적인 성과와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실용 정부의 기조에 적절한 방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안에 대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고등과학원의 적용은 수학과 그 연계된 응용수학의 산업적 응용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정책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수학과 물리학 등의 기초 과학이 중요하여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현 정부의 초기부터 아니 정부 이전 공약으로서도 재차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들의 학문 특성상 지속적, 장기적, 안정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서 장기적인 계획으로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기초과학의 지원은 연구 인력과 연구 자원
의 pool을 넓혀주어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 속에서 훌륭한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분야 이므로 연구지원의 특성은 타 응용공학기술의 지원과 달라야 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기초학문(수학/물리학 등)에 대한 연구지원은 한 분야의 선택과 집중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다변화된 연구소의 설립과 운영을 통해 각 연구소 간 연구소-산업체-기업-대학 간의 자유롭고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업적을 내고 있는 상황 입니다. 미국의 경우를 예를 들면 순수 수학 연구소인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외에도 미네소타 수리과학연구소, 코랑 수리과학 연구소와 같은 많은 국가 연구소들이 대학과 타 연구소와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뿐만 아니라 각 연구소들이 나름의 연구 분야의 목표와 특성화된 주제에 집중하여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제적 추세입니다. 현재에도 전
세계적인 수리과학 연구기관이 설립되고 있고 설립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미 수학/수리과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최근 세계적 석학인 Yau교수의 주도로 수리과학연구소의 설립이 진행 중이며, Stony Brook에 있는 뉴욕주립대의 경우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주도로 수학자 Simons의 이름을 딴 사이먼스 수학연구소가 설립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는 고등과학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통합은 이미 설립되어 발전하고 있는 두 연구소를 하나로 통합하여, 국내 수학계의 유일한 응용수리과학연구소였던 하나의 연구소를 폐지하게 되는 전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정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이 정책은 특성화된 수리과학과 수학 연구라는 두개의
이질적인 기관을 억지로 끼워 맞추어 고등과학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특성에 맞는 발전을 저해 하고 말 것입니다.
각 기관은 유사기관이 아닌 각각의 특성에 맞는 발전과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있는 연구소이며, 각각 유지 존립하여야 할 가치와 사명을 지닌 연구소들임을 주지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순수 기초 과학이라는 학문적 특성에 의한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고등과학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통합 안은 전면 재고되어야 하며, 두 기관의 동등한 양립은 현 정부의 기초과학연구 지원 의지의 시초가 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참고 자료: 국가별 수리과학 연구소 운영 현황>
국가 수리과학 연구소 특징
미국
IAS, IMA, MSRI, IPAM, MBI, SAMSI,
CIMS, DIMACS
현재 순수수학 연구를 수행하는 KIAS의 수학부의 모델인 IAS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기반 응용수학 연구소들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 수리연구소들이 설립되는 추세임
독일
막스플랑크수학연구소(MPIM)
막스플랑크 수리과학연구소(MPIMS)
순수 수학 연구소와 응용 수리과학 연구소를 분리 운영
영국
아이작뉴턴수리과학연구소(INIMS)
옥스퍼드 수학연구소(OMS)
수리과학국제센터(ICMS)
다원화된 연구소 운영으로 연구 분야에 따라 전문화 하여 운영 지원
중국
아카데미아 시니카 (Academia Sinica)
천 수학연구소(Chern Institute of Mathematics)
캐나다
몬트리얼 수학연구센터(CRM)
퍼시픽 수리과학연구소(PIMS)
필즈 연구소(FI)
러시아
스테클로프 수학연구소(SMI)
오일러 국제 수학연구소(EIMI)
인도
타타 연구소(Tata Institute)
인도 통계연구소(ISI)
수학외의 다양한 산업기반 연구소

다시 읽는 양주동 선생의 ‘몇어찌’

꼭 광우병 때문도 아니고, 한우를 수출해서 돈을 못 버는 것 때문도 아니다. 상호주의의 원칙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얼빠진 등신외교를 하는 이메가는 좀 맞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수입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우는 미국으로 수출하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았음에도, 미국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미국측이 OIE 기준을 입맛대로 이용했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한우 “NO”… 한국 구제역 청정국 불구 인정않고 수입금지)

이게 양주동 선생이 언제쩍 한 얘기인가.

멋모르고 “예, 예.” 하다 보니 어느덧 대정각(a와c)이 같아져 있지 않은가! 그 놀라움, 그 신기함, 그 감격, 나는 그 과학적, 실증적 학풍 앞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면서, 내 조국의 모습이 눈앞에 퍼뜩 스쳐감을 놓칠 수 없었다. 현대 문명에 지각하여, 영문도 모르고 무슨 무슨 조약에다 “예, 예.” 하고 도장만 찌다가, 드디어 “자 봐라, 어떻게 됐나.”의 망국의 슬픔을 당한 내 조국 ! 오냐, 신학문을 배우리라. 나라를 찾으리라. 나는 그 날 밤을 하얗게 새웠다.


제 역할을 못해주는 수학하는 사람들이 죄인이다.

내가 중학교의 전 과정을 단 1년 간에 수료하는 J중학 속성과에 입학한 것은 3·1운동 이듬해였다. 그 때까진 고향에서 한문학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문학이라면 노상 무불통지를 자처하는 나였으나, ‘처녀작’, ‘삼인칭’ 같은 신식 말 때문에 크게 고심하던 중이어서, 나는 참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신학문을 배우러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개학 전날 , 교과서를 사 가지고 하숙에 돌아와 큰 호기심을 가지고 훑어보았다. 그러던 중, ‘처녀작’, ‘삼인칭’에 못지 않은 참 기괴한 또 한 단어를 발견했는데, 그게 곧 ‘기하’라는 것이었다. ‘기하’의 ‘기’는 ‘몇’이란 뜻이요, ‘하’는 ‘어찌’란 뜻의 글자임이야 어찌 모르랴만, 이 두 글자로 이루어진 ‘기하’란 말의뜻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기하’라? ‘몇 어찌’라니?

첫 기하 시간이었다. 나는 자리를 정돈하고 앉아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이윽고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우리들의 예를 받으시고, 막 강의를 시작하여 하실 때였다. 맨 앞줄에 앉았던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 대체 ‘기하’가 무슨 뜻입니까? ‘몇 어찌’라뇨?”

하고 질문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이 기상천외의 질문을 받으시고, 처음에는 선생님을 놀리려는 공연한 시문으로 아셨던지 어디서 왔느냐,정말 그 뜻을 모르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나 곧,나에게 아무 악의도 없음을 알아채시고, 그 말의 유래와 뜻을 가르쳐 주셨다. 가로되, 영어의 ‘지오메트리(측지술)’를 , 중국 명나라 말기의 서광계가 중국어로 옮길 때, 이 말에서 ‘지오(땅)’를 따서 ‘지허(’기하‘의 중국음)’라 음역한 것인데, 이를 우리는 우리 한자음을 따라 ‘기하’라 하게 된 것이라고,

“알겠느냐?”
“예.”
“너, 한문은 얼마나 배웠느냐?”
“사서삼경, 제자백가 무불통지입니다.”
“그러데, ‘기하’의 뜻을 모른다?”
“한문엔 그런 말이 없습니다.”
“허허.그런데, 너 내일부터는 세수 좀 하고 오너라.”
“예.”

사실 나는 ‘기하’란 말의 뜻과 그 미지의 내용을 생각하는 데 너무 골똘했던 나머지, 세수하는 것도 잊고 등교했던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일사천리로 강의가 계속되어, ‘점, 선, 면’의 정의를 배우고, ‘각, 예각, 둔각, 대정각’을 배우고, ‘공리,정리, 계’한 용어를 배웠다.

하숙에 돌아온 나는 또, ‘정리란 증명을 요하는 진리다.’와 같은 , 참으로 기괴한 문장을 뇌까리면서, 다음 기하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다음날의 기하 시간이었다. 공부할 문제는 ‘정리1. 대정각은 서로 같다.’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또 손을 번쩍 들고,

“두 곧은 막대기를 가위 모양으로 교차, 고정시켜 놓고 벌렸다 닫았다 하면, 아래위의 각이 서로 같을 것은 정한 이치인데, 무슨 다른 ‘증명’이 필요하겠습니까?”

하고 말했다.선생님께서는 허허 웃으시고는, 그건 비유지 증명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럼, 비유를 하지 않고 대정각이 같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음, 봐라.”

선생님께선 칠판에다 두 선분을 교차되게 긋고, 한 선분의 두 끝을 A와 B, 또 한 선분의 두 끈을 C와D, 교차점을 O, 그리고…AOC를 a,…COB를 b, …BOD를 c라 표시한 다음, 나에게 질문을 해 가면서 칠판에다 식을 써 나가셨다.

“a+b는 몇 도?”
“180도입니다.”
“b+c도 180도이지?”
“예.”
“그럼, a+b=b+c이지?”
“예.”
“그러니까, a=c 아니냐.”
“예,그런데,어찌 됐다는 말씀이십니까?”
“잘 봐라, 어떻게 됐나.”
“아하!”

멋모르고 “예, 예.” 하다 보니 어느덧 대정각(a와c)이 같아져 있지 않은가! 그 놀라움, 그 신기함, 그 감격,나는 그 과학적, 실증적 학풍앞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면서, 내 조국의 모습이 눈앞에 퍼뜩 스쳐감을 놓칠 수 없었다. 현대 문명에 지각하여, 영문도 모르고 무슨 무슨 조약에다 “예, 예.” 하고 도장만 찌다가, 드디어 “자 봐라, 어떻게 됐나.”의 망국의 슬픔을 당한 내 조국 ! 오냐, 신학문을 배우리라. 나라를 찾으리라. 나는 그 날 밤을 하얗게 새웠다.

나는 지금도 첫 강의 시간에는 대개, 위에 적은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 주고,중학교에 들어가서 기하를 처음 배울 때, 그 말의 뜻을 묻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되느냐 하고 농담삼아 질문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발의심’과 새 세계에 대한 ‘경이감’을 잃지 않았기에, 알량하나마 학적 저서 약간 권을 이룩했노라고 말한다

암흑의 시대, 수학의 매력

욕망과 반지성이 지배하는 암흑의 시대가 대한민국에 펼쳐지고 있다. 이런 시대를 참고 견디면서, 어딘가엔 다시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고 있는 합리주의 세력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나는 수학을 한다.

다음과 같은 수학의 매력들은 이런 시대에 더욱 빛난다.

1. 논리도 근거도 없이, 주장만 하는 사람의 말은 안 들어줘도 된다.
2. 옳은 증명이 있다면, 납득하지 못하는 다른 이를 설득하기 위해 끝까지 맞다고 우기지 않아도 된다.
3. 다수결은 허용되지 않는다. 증명이 없으면 만장일치도 꽝.
4. 권위를 가진 이의 주장도 증명이 없으면 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수학은 이 암흑시대의 오아시스가 될만하지 않은가? 이제 한국에 수학이 만개할 사회적 토양이 갖추어졌다고 본다. 적극적인 수학 마케팅으로, 이 암흑시대를 넘어 르네상스를 열자.

수학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3)

개인의 수학에 대한 인식 및 태도가 대부분 학창시절에 결정된다면, 수학의 문화적 토대를 가꾸고, 수학의 대중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는 바로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다.

도구로 수학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수학에 대한 지식 그 자체로 밥을 벌어 먹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수학과 계열에 몸을 담고 있으며, 연구 활동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하나는 중고등학교 수학선생님들과 같이 수학교육과 계열로, 수학 교육의 활동에 주력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돈을 제일 많이 벌고 있을 학원강사님들은 여기서 제외.

나는 ‘수학이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대학교에 가서야 처음 들었다. 많은 수학과의 교수들과 수많은 수학책들은 수학이 아름답다는 말을 매우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학창시절 내내 수학에는 남들보다는 좀더 많은 호기심을 가졌을 나였지만, ‘수학이 아름답다’라고 하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법한 괴이한 표현을 했던 단 한 명의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말했던 사람이 실제로 없었던 것 같다.
왜 이 말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한번도 들을 수 없었던 것일까?

이 사실은 수학과와 수학교육과가 가진 어떤 문화적 차이 및 소통의 장벽을 암시한다. 일반적으로 교수를 교사보다 사회적 지위에서 더 높이 쳐주는 사회의 인식 때문일까? 어쨌든 이 사실은 사회내에 바람직한 수학적 토양을 가꾸는 데 있어서는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수학이 창조되는 현장이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들과 괴리되어 있고, 수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문화적 토대를 구축하는 일에 소홀하다면, 이 나라는 언제까지나 문제의 해결없이 이공계의 위기만 말하는 학문의 수입국에 머무를 것이다. 학계에서 수학의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과 현장에서 수학을 교육하는 사람들의 대화 채널을 만들 필요가 절실하다.

수학의 대중화를 활발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런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수학과나 수학교육과에서 수학 교사들을 대상으로한 석사학위 수준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보통 대학의 석사 학위라는 것은, 거의 아무데도 쓸데없는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 하나 쓰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렇다면 석사 학위 정도는 사람들이 읽을만할 수 있는 책 하나를 쓰는 것 정도로 주어도 큰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1-2년 정도면 가능할 것이다. 교사들에게 안식년이 있다면 좀더 현실성이 있을 것이다.

학위의 결과물이 교육현장에서 더 나아가, 사회에서 유통되는 것은 장려할 만한 일이다. 대학의 정식 프로그램에서 이를 실행한다면, 타학과에서 획득해야 하는 이수학점 같은 것을 두어, 더 폭넓은 학제간 주제를 다루는 것도 가능해 질 것이다. 품질도 대학에서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연구를 업으로 삼는 대학과 중고등학교 교육 현장, 더 나아가 사회 사이의 수학을 위한 대화의 창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학위도 얻고, 또한 결과물이 가져다줄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 사회적 이익을 고려할때, 여러가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을 몇년만 꾸준히 성실하게 실행하면, 수학적 담론의 생산에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좋은 토대가 될수 있지 않을런지.

수학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2)

수학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의 후속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수학에 대한 인상이나 태도라는 것은 결국 그들의 수학적 경험의 전부일 학창시절에 의해 결정될 것이고, 이러한 하나하나의 마음이 모여 한 사회의 수학에 대한 입장이 되고, 사회 내에서 수학의 문화적인 위상이 결정될 것이다.

현재의 중고등학교 수학교실은, 너무나 편협한 입시용 문제풀이의 기술 전수에 치우쳐 있다. 기술의 전수는 그 중요성에 있어 두번째의 문제이다. 가장 중요한 첫번째 문제는 수학에 대한 사회의 마음을 다듬어 가는 것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인류에게 있어 가치있는 도전의 영역이 될 수 있는지, 근대 세계를 만드는데 있어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기술과 문명의 진보를 수학이 어떻게 지탱해 주고 있는지, 수학이 수많은 다른 분야의 인간의 활동에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알려 주어야 한다.

물론 공교육의 첫번째 목표라 할 수 있는 이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민주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의심하는 정신’과 ‘주의 깊은 사색을 거쳐, 균형있는 근거를 찾아내어 얻어진 것이라면, 그 결론이 아무리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이다.

피타고라스가 음정 속에서 수의 비례를 발견했을 때의 그 놀라움과 감동의 순간을 생각해 보자. 기타줄의 절반의 위치를 짚으면, 한 옥타브가 올라가고, 3분의 2지점을 짚으면, 도가 솔로 높아지는 이 수학적 사실을 음악하는 사람은 알 필요가 없는가? 현실 세계에 있는 대부분의 원들은, 그것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않는한, 우리의 눈에는 행성의 운동이 그리는 곡선과 똑같은 타원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원근법을 배우는 학생이라면 알아야 할 것이다. 문과라서, 혹은 예체능계라서 수학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된다는 주장은 용납될 수 없다. 기술로서의 수학이 아닌 교양으로서의 수학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 Previous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