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중고교 수학’ Category

리만의 제타함수 (4) : 지수법칙

Monday, February 18th, 2008

이 글은 다음 글들에 이어지는 시리즈의 네번째 글이다.

글 싣는 순서

리만의 제타함수 (1)
리만의 제타함수 (2) : 수의 체계
리만의 제타함수 (3) : 실수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한 것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자. 첫번째 글에서 소수정리와 리만가설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리만의 제타함수를 정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만의 제타함수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복소수함수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두번째 글에서는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의 체계를 복습했고, 세번째 글에서 실수가 무엇인지 논하여 보았다.

리만의 제타함수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질 분들을 위해 잠시 말해두자면, 이제 얼마 가지 않아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일러의 공식

[math]e^{i\pi}+1=0[/math]

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은 중고딩 수학의 지수법칙을 복습해보자. 혹시나

[math]2^3=8[/math]

라는 표현이 가물가물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더 앞으로 진행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불가능. 이 정도는 안다고 믿고 진행한다. 이제 지수법칙이란 무엇인가?

지수법칙 (자연수버전)

실수 a>0에 대하여, m과 n 이 자연수일 때,
[math]a^m \times a^n=a^{m+n}[/math]

여기까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제 저기에 쓰여져 있는 '자연수'라는 단어를 '정수'로 바꾸어도 성립하도록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수를 정수범위에서도 정의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정의를 한다.

[math]a^0=1[/math]
자연수 n에 대하여,
[math]a^{-n}=\frac{1}{a^n}[/math]

2를 0번 곱하면 0이지 왜 1이냐. 이것이 순진한 중학생들을 한번쯤 괴롭히는 질문이다. 답은 바로 지수법칙에 있다. 지수법칙을 정수에서도 계속 만족시켜주고 싶다면 [math]2^2 \times 2^0=2^{2+0}=2^2[/math] 에서 보듯이, [math]2^0=1[/math]가 유일한 선택지인 것이다.

만약에 그래도 끝까지 [math]2^0=0[/math]으로 정의를 하고 싶다면, 사실 그래도 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지수법칙을 표현하기 위해서 또다른 표기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즉 그러한 표기법에 따르는, 불편함과 괴로움은 선택한 사람이 감수하는 것이다. 수학자들은 언제나 가장 적은 양의 표현을 통해, 가장 많은 양의 의미를 전달하려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진행되는 지수법칙의 일반화를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좀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math]2^{(-3)}=\frac{1}{2^3}=\frac{1}{8}[/math]

이건 또 왜 이렇게 정의를 해주어야 할까? 지수법칙을 만족시켜 주고 싶다면,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즉,

[math]2^{3} \times 2^{(-3)}=2^{3+(-3)}=2^0=1[/math]

따라서,

[math]2^{(-3)}=\frac{1}{2^3}=\frac{1}{8}[/math]

이제 아까 썼던 자연수 버전의 지수법칙을 새로 쓸 수 있다.

지수법칙 (정수버전)

실수 a>0에 대하여, m과 n 이 정수일 때,
[math]a^m \times a^n=a^{m+n}[/math]

사실 자연수버전에서 달라진 것은, 자연수라는 단어를 정수로 바꿔준 것 밖에 없다. 여기까지의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math]a^0= 1[/math]과 같이 정의를 잘하는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정의라는 것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

이제 이 지수법칙을 유리수까지 확장하고 싶다. 그러면 또 유리수 지수에 대해서도 정의를 해주어야 한다.

자연수 n 에 대하여

[math]a^{\frac{1}{n}} [/math]

를 어떻게 정의하는게 좋을지 약간 고민이 된다. 친숙한 예를 하나 생각해 보자.

[math]2^{\frac{1}{2} [/math]

는 정의가 뭐였드라? 이것은 바로 루트 2, 즉 제곱해서 2가 되는 양수인 실수이다.

[math]a^{\frac{1}{n}} [/math]

도 그렇게 정의를 하자. 즉 n 제곱해서 a가 되는 양수인 실수로 정의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정의하는 것이 좋은가?
답은 역시 지수법칙에 있다. 지수법칙을 유리수로 확장시켜 주기 위해서는,

[math]b=a^{\frac{1}{n}} [/math]

라고 정의했다면,

[math]b^n=a^{\frac{1}{n}+\cdots + \frac{1}{n}}= a^{\frac{1}{n}\times n}=a[/math]

를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즉 b는 n제곱해서 a가 되는 실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를 하면, 이제 유리수 지수를 정의할 수 있다.
자연수 n과, 정수 m에 대하여,

[math]{(a^{\frac{1}{n}})}^m [/math]

는 이제까지 얘기한 것으로 이미 정의가 되었다.

따라서,

정수 m과 자연수 n에 대하여,
[math]a^{\frac{m}{n}}= {(a^{\frac{1}{n}})}^m [/math]

로 정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이제 이 정의들을 통하여, 지수법칙은 유리수까지 확장이 되었다.

지수법칙 (유리수버전)

실수 a>0에 대하여, m과 n 이 유리수일 때,
[math]a^m \times a^n=a^{m+n}[/math]

만약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그에 따른 결과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면, 잘 이해한 것이다. 이제 한 발을 더 내딛으려 한다. 지수법칙의 '유리수'를 '실수'까지 확장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 한 작업을 통하면,

[math]2^{1.41}=2^{\frac{141}{100}}[/math]

가 무슨 뜻인지를 알 수 있다.

이제 실수지수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가령

[math]2^{\sqrt{2}}[/math]

는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다음 포스팅이 올라올 때까지 잘 생각해 보자. 먼저 말하자면, 이 작업은 지금까지의 작업들과 질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잊지 말자.

[math]e^{i\pi}+1=0[/math]

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지수를 자연수를 넘고, 정수를 넘고, 유리수를 넘고, 실수를 넘어, 복소수까지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리만의 제타함수 (3) : 실수란 무엇인가

Wednesday, February 6th, 2008

유리수가 아닌 실수라는 말로는 무리수가 무엇인지 전혀 알수가 없다는 것을 언급하였다. 실수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리수를 더 직접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중학교에서 무리수를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라고 말하는 때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유리수의 성질로는 순환하는 무한소수라는 말을 쓴다.

쉽게 흘려보내기 쉬운 이 말들이 사실은 훌륭한 정의를 담고 있다. 위의 말들을 잘 살펴보면, 실수라는 것은 결국 무한소수라는 말과 같다는 것을 알수 있다. 무리수와 유리수를 통털어 실수라고 했는데, 무리수는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이고, 유리수는 순환하는 무한소수라면, 실수가 바로 무한소수 아닌가?

중고등학교에서는 바로 여기까지 하고, 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나서도 알듯말듯한 문제로 남는 것이다.

[math]0.9999999\cdots = 1.000000\cdots[/math]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어떤 무한소수들을 같은 실수로 볼 것인지" 언급을 안 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더 완벽하게 정의하자면, 무한소수를 하나 써내려가면 하나의 실수가 표현된다는 사실과 함께, 어떤 경우에 두 개의 무한소수가 같은 실수가 된다는 관계까지 포함시켜주어야 한다. 이렇게 문제가 점점 다루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중고등학교에서의 실수의 정의는 결국은 수직선위의 한 점이라고 하는 기하학적 직관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사실은 충분하다. 실수의 정의라는 것도, 사실은 19세기말, 20세기초에야 완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이전의 수학자들은 이미 충분히 실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다룰줄도 알았다. 엄밀한 정의만 없었을 뿐이다.

오늘 여기서 머리에 담아야할 하나의 사실 '실수=무한소수' 가 되겠다. 무한소수를 하나 정의한다는 것은, 몇째자리에 어떤 숫자가 오고, 몇째자리에 어떤 숫자가 오고 하는 것을 정해주는 규칙을 하나 정한다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원주율을 나타내는 3.14159265358979323846...를 생각해 보자. 이미 오래전부터 원주율의 근사값을 원하는 만큼 알수있는 방법들이 있어왔는데, 이것은 곧 몇째자리에 어떤 숫자가 오는가 하는 규칙이 있다는 말과 똑같은 말이다. 그러므로 원주율은 실수이다. ?!?!

그러면 이 원주율을 표현하는데 있어, 이 숫자들이 어딘가에서부터 정말 순환을 하는지, 안하는지 알아야 유리수인지, 무리수인지 말을 할 수 있을 터인데, 순환하지 않는다가 답이다. 이건 사실 매우 어려운 문제이고, 1761년이 되어서야 증명이 되었다.

사실은 오늘 미적분학 연습시간에, 아이들한테 적분의 근사값 구하는 세가지 방법을 가르쳐주고 문제 하나를 내준다음, 그룹별로 풀어보라 시켰는데, 결과가 아주 잘 나왔다. 맨 아래의 결과는 소위 Simpson's rule이라는 것을 적용한 것. 숫자 다섯개만 더하면 이 정도가 된다.

[math]\int_0^1 \frac{1}{1+x^2} dx=\frac{\pi}{4}[/math]

원주율이 3.14 정도라는 것을 남이 말해줘서 알기만했지, 자기손으로 계산기 두드려서 얻어본 것은 아마도 처음이었으리라. 이러한 결과를 보는 때가 바로, 수학의 체험이라 부를만한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동영상은 2006년 7월 24일 EBS 지식채널 '끝없는 3.14'

리만의 제타함수 (2) : 수의 체계

Monday, February 4th, 2008

리만의 제타함수(1)에서 말한대로, 지금 우리는 리만의 제타함수를 정의하는 여정에 있다. 물론 이 글은 일반인을 염두에 두고 쓰여지는 것이므로, 중고딩때 배운 수학교과과정을 돌아보며, 잘근잘근 하나하나 씹어가면서 가도록 하겠다. 이 여행의 어느 지점에서 나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일러의 공식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오일러의 공식이란,

[math]e^{i\pi}+1=0[/math]

을 말한다.

이 오일러의 공식이나 더 나아가, 리만의 제타함수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소수라는 녀석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복소수를 알려면 그 전에, 실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이제 나는 중고교수학에 있는 모두 쉬쉬했던 비밀 하나를 말하려 한다. 그것은 바로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에서는 '실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안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나한테 지금 한국에서 사용되는 중고등학교 교과서가 있을리 만무하지만, 대충 검색을 해보니, 중학교 3학년 수학교과 과정에 '무리수와 실수'라는 단원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에 아마 다시 이걸 다루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검색으로 아래와 같은 표 하나를 찾았다. 일반적인 수학 참고서에 정도에 실려있을만한 도표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실 분들을 위하여 설명을 해 보면, 유리수는 분모가 0이 아닌 분수 (정수)분의(정수) 꼴로 나타낼수 있는 수를 말한다. 유리수 = 분수 O.K. 그리고 무리수는 유리수가 아닌 수이다. 유리수와 무리수를 통털어 '실수'라 한다. 실수가 그거구만. 끄덕끄덕. 이거면 다 된거 아닌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이건 지금 심각한 결함이 있다.

유리수까지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유리수인지 아니까, 안다고 쳐주자. 그러나 "무리수는 유리수가 아닌 수"이다라고 하면, '무리수'가 무엇인지 알수 있는가?

가령 우리가 '여자'의 정의를 '남자'가 아닌 '사람'이라고 하면, 그것은 이해가 된다. 왜 이해가 되냐하면,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리수는 유리수가 아닌 수"라고 할 때, 우리가 과연 '수'라는 것을 '사람'이란 말을 알듯이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정의한다는 것은 언제나 이미 잘 알고 있는 말로 해야하는 것이다. 위의 설명을 다시 읽어보면, 유리수와 무리수를 통털어 '실수'라고 하고 있으므로, 여기서의 '수' = '실수' 라는 것을 알수 있다. 그러니 결국 위의 무리수에 대한 언급은 '무리수는 유리수가 아닌 실수'라는 말과 동일한 말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그런데 '실수'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위의 설명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파인만 강의 - 태양 주위의 행성 운동에 관하여

Friday, January 18th, 2008

인류의 지성사에서 가장 큰 발견 몇 가지를 꼽는다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타원궤도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것으로 인하여 인간의 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라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신화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파인만 강의 - 태양 주위의 행성 운동에 관하여는 유명한 일반 물리학 교과서인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는 담겨지지 못했던 파인만의 행성운동에 대한 강의를 담은 책이다. 뉴턴이 활약한 시대 즈음의 간략한 역사와 더불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타원궤도로 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발견이 아무리 세계사를 뒤흔든, 인류지성사의 보석같은 것이라 해도, 이것은 지금에 와서는, 공부를 성실히 한 보통의 이공계의 대학 1학년 정도면 미적분학의 언어를 사용하여 눈깜짝할 사이간에 해치울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소개하는 이 책은 그런 표준적인 증명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수학에서 소위 쓰는 말로 '초보적인 증명(elementary proof)' 이라는 것이 있다. 이 말에는 분명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고등학생 수준의 수학에서 따로이 더 난이도 있는 공부를 하지 않고, 미적분학을 사용하지 않는 정도면, '초보적인 증명'이라고 불러줄 만하다. 그러나 그것이 꼭 쉽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쉬운 언어를 사용하는 대신,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요구되는 것이다. 포크레인으로 할 일을, 삽으로 하라고 시키면, 어쨌든 짱구를 좀 굴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행성이 타원궤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기하학의 언어를 사용하여 '초보적인 방법'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러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책에 수록되어 있는 파인만의 강의록 부분에는, 실제로 타원궤도가 된다는 것을 증명한 후, 파인만의 이런 말이 담겨 있다.

It is not easy to use the geometrical method ro discover things. It is very difficult, but the elegance of the demonstrations after the discoveries are made is really great. The power of the analytic method is that it is much easier to discover things than to prove things. But not in any degree of elegance. It's a lot of dirty paper, with x's and y's and crossed out, cancellations and so on.
기하학적 방법으로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 할지라도, 일단 발견한 후에는 그 증명의 우아함의 정도가 매우 크다. 해석적인 방법(즉 미적분학을 사용하는 방법)의 힘은 증명하는 것보다는 발견하기가 훨씬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어떠한 우아함도 없다. 그것은 단지 x,y, 줄 그은것, 지운것 등등이 난무하는 지저분한 종이뿐이다.

이렇듯이 '초보적인 증명'의 매력은 바로 우아함과 아름다움에 있는 것이다. 뉴턴 역시 이 증명을 기하학적으로 했는데, 파인만은 뉴턴의 증명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스스로 고안했다고 말하고 있다. 책의 저자들이 파인만의 증명을 많은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고등학교에서 타원을 비롯한 이차곡선을 배웠다면, 차분하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교양으로서의 수학책을 좀 읽고 싶긴 한데, 시간만 투자하면, 페이지 넘어가는게 보장되는 날로 읽는 책말고, 읽고 난 후 정말 보람이 느껴지는 책에 한번 도전해보고픈 사람에게 추천한다. 나도 타원에 대해 몰랐던 것을 배워가면서 즐겁게 읽었는데, 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증명의 중요한 부분에서, 좀 명확히 이해를 못한 부분이 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은근슬쩍 날로 먹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좀더 생각을 해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소개해 봐야, 실제로 읽을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 확신하지만, 사실 대중을 겨냥한 과학책으로서는 상당히 대담한 것이다. 생각해 보라. 수학이나 과학 대중서라는게 보통, 이런저런 등장인물들 가십이나 섞어서 짜집기하는 그런거 아니겠는가. (나는 이미 이런 책 정도는 트럭으로 쓸수있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하하하) 당당하게 수학적인 '증명'에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다니, 이런 용감무쌍한 시도는 한번 음미해 볼만한 사실이다. 대중들이 알아들을 만한 언어로 '증명'을 쉽게 해설한 책을 내놓아서, 과연 출판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수 있을 것인가?

다면체에 대한 데카르트-오일러 정리

Wednesday, January 9th, 2008

예전이나 요즘은 어떠한지 모르겠다만은,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배웠는데, 정다면체에 대한 오일러의 정리라는 것이 있다. 정다면체의 점의 개수, 선의 개수, 면의 개수를 세서, (점의 개수) - (선의 개수)+ (면의 개수)의 값을 계산해 보면, 어떤 정다면체인가에 관계없이 2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중딩수학에서는 이것과 관련하여 데카르트의 정리라는 것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둘이 수학적으로는 동등한 내용이기에 사실 상관없기는 하지만, 데카르트가 엄연히 오일러보다는 짬밥이 높은데다가, 데카르트의 연구가 있었기에 오일러의 성취도 있는 것이므로, 데카르트에게도 어느 정도 크레딧이 돌아가야 한다고 여겨진다. 확인해 본 적은 없지만 프랑스 사람들이라면 데카르트-오일러 정리라고 하지 않을까? 아무튼 오늘은 부족했던 우리 중고딩 수학교육의 구멍을 메꾸려 펜을 들었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볼록) 다각형에 관한 사실 하나는, 다각형의 모양에 상관없이 그 외각의 합은 [math]2\pi[/math]라는 것이다. 하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실이라 생소한 사람이 많을테지만,

위의 그림에서 a,b,c,d,e가 각 점의 외각들이고, 이 크기를 다 합하면 [math]2\pi[/math]가 된다는 것이다. 증명은 중딩 사촌동생이나 혹은 조카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데카르트가 발견한 것은, 이 다각형에 대한 사실을 다면체 버전으로 확장한 것이다. 다면체의 한 점에서 외각이라는 말이 가장 적당한 지는 모르겠지만, 한 점에서의 외각이라는 것은 한 점에 모여있는 다각형들의 모든 각도를 더해서, [math]2\pi[/math]로 뺀 것을 말한다. 아래의 표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V E F V-E+F 한점에서의 외각 A 외각의 총합 V × A
정사면체 Tetrahedron 4 6 4 4-6+4=2 [math]2\pi-3\times\frac{\pi}{3}=\pi[/math] [math]4\times\pi=4\pi[/math]
정육면체 Hexahedron (cube) 8 12 6 8-12+6=2 [math]2\pi-3\times\frac{\pi}{2}=\frac{\pi}{2}[/math] [math]8\times\frac{\pi}{2}=4\pi[/math]
정팔면체 Octahedron 6 12 8 6-12+8=2 [math]2\pi-4\times\frac{\pi}{3}=\frac{2\pi}{3}[/math] [math]6\times\frac{2\pi}{3}=4\pi[/math]
정십이면체 Dodecahedron 20 30 12 20-30+12=2 [math]2\pi-3\times\frac{3\pi}{5}=\frac{\pi}{5}[/math] [math]20\times\frac{\pi}{5}=4\pi[/math]
정이십면체 Icosahedron 12 30 20 12-30+20=2 [math]2\pi-5\times\frac{\pi}{3}=\frac{\pi}{3}[/math] [math]12\times\frac{\pi}{3}=4\pi[/math]

위키에서 표를 따다가 필요한대로 좀 수정해 보았다. V-E+F=2 라는 것이 오일러의 정리이고, 맨 오른쪽에 외각의 합이 언제나 [math]4\pi[/math] 가 된다는 것이 데카르트의 정리이다. 그러면 이게 왜 사실일까? 증명은 오일러 정리를 이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해 보라. 그러면 오일러 정리는 어떻게 증명했나? 그것은 내가 대학교 2학년때 만든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을 보고 역시 각자 생각해 보도록 하자.

그러면 혹 누군가 이걸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이걸 알아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겠는가? 사실 살면서 써먹을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_- 그래도 굳이 말을 하자면,

가령 정십이면체가 있는데, 갑자기 마음에 충동이 일어 점의 개수를 세고 싶어졌다고 하자.

그러면 점의 개수를 세지말고, 한 점에 정오각형이 세 개 모여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정오각형의 한 점의 내각의 크기가 [math]\frac{3\pi}{5} [/math] 라는 사실을 이용하면, 한 점에서의 외각이 [math]\frac{\pi}{5} [/math] 가 된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러면 [math]4\pi[/math] 를 이 숫자로 나누면 20을 얻게 된다. 안 세고도 알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데카르트의 정리는 위상적인 성질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꼭 정다면체뿐만이 아니라, 축구공과 같은 일반적인 (볼록)다면체에서도 성립한다.

그러면 축구공에는 점이 몇 개 있는가? 이걸 알고 싶으면, 무식하게 개수를 세다가 헤맬 것이 아니라,
0. 모든 점이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1. 한 점에는 정오각형 하나, 정육각형 두개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재빠르게 간파한 다음,
2. 정오각형 한점 내각 = 108도, 정육각형 한점 내각 = 120도
3. 따라서 축구공 한 점에서의 외각 크기 = 360도 -108도 -120도 -120도 = 12도
4. 데카르트 정리를 이용하여 [math]4\pi \div 12[/math]도 [math] = 720 \div 12 = 60 [/math]

그러므로 축구공에는 점이 60개 있다!!!! 이것도 배우고 보니 나름 유용한 구석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