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나의 연구’ Category

E8이란 무엇인가 (3) : 8차원의 눈꽃송이

Sunday, August 3rd, 2008

지난 글 'E8이란 무엇인가 (2) : 8차원에서 내려온 그림자'에서는 polytope로서의 E8에 대해 얘기했다. (polytope에 대해서는, H. S. M. Coxeter의 Regular Polytopes 라는 책이 경전과 같은 반열에 올라있다. 하지만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나, 읽기가 그렇게 수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녀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어느 점이 특별한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polytope의 점들의 8차원에서의 배열이 왜 특별한지에 대해서 얘기하려 한다.

예전에도 이미 짤막하게 Kissing Number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약간 중복되는 것이 있지만, 그냥 반복한다. 2차원 평면 상에서, 하나의 동전을 가운데 두고, 그 동전 주변에 최대로 붙일 수 있는 동전의 개수는 6개가 된다.

그리고 3차원 공간에서, 하나의 구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최대로 붙일 수 있는 구의 개수는 12개이다.

2차원의 동전, 3차원의 구에 해당하는 도형은 물론 고차원에도 존재한다. 다음과 같은 부등식을 만족시키는 점들은 n차원에서, 중심이 원점에 있는 반지름이 1인 n차원 구가 된다.

[math]x_1^2+\cdots+x_n^2 < 1[/math]

그리하여 Kissing number 문제는 n차원에서, 하나의 n차원 구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최대로 붙일 수 있는 n차원 구의 개수는 몇개인가를 묻는 문제이다.

2차원에서는 6, 3차원에서는 12. 그렇다면 4차원에서의 답은 얼마일까? 무척 쉬워보이는 문제지만, 놀랍게도 24가 답이라는 증명은 2003년에야 얻어졌다 !! (The kissing number in four dimensions, Oleg R. Musin)

보기보다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5차원부터는 완전히 열려있는 세계. 답을 구하면 당신은 유명해 질 수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미 답이 알려져 있는 고차원이 두 개 있다. 8차원과 24차원이 바로 그것이다. 8차원과 24차원이 수학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차원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블로그 주인장은 수학에서 숫자 24의 마법같은 등장에 매료되어 있는 사람이다) Kissing number 문제의 24차원에서의 답은 196560, 8차원에서의 답은 240이다.

240!!

8차원에 존재하고 있는 E8 polytope의 240개의 꼭지점들은 원점에서 떨어져 있는 거리가 모두 같은데, 이 길이들을 원점에서 1이 되도록 만들어 준다면, 이 점들의 위치는 바로, 8차원에서 240개의 구가 단위구에 접하는 점들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배열은 (3차원에서와는 다르게) 유일하게 존재한다!! (이 사실에 대한 증명은 Conway와 Slaone의 Sphere Packings, Lattices and Groups ,chapter 13과 14에 있음.) 8차원의 polytope가 아닌, 이 꼭지점들의 배치 역시 E8이라 부른다.

kissing number 문제의 해답을 주는 점들의 배치가 2차원에서는 육각형 눈꽃송이를 만들어낸다면, E8은 8차원의 눈꽃송이라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데카르트의 눈 스케치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고, 가야할 길은 까마득히 멀뿐더러, 이제 그 길은 점점 더 험해지는데... 이 정도면 됐다? 아님 한번 끝까지 가보겠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오늘도 세미나 한 장면 - 'No-Ghost' 정리

Tuesday, March 18th, 2008

오늘도 세미나 발표가 있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no-ghost theorem. '유령이 없다'는 정리? 한국말로는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게을러야 생각도 많이 하고 수학도 잘 한다는데, 요즘 좀 정신없어서 큰 일이네요. 근데 혹시나 '리만의 제타함수'시리즈 기다리는 분 없죠? 수학블로그라고 뻥만 쳐놓은거 같아서 이것참.

세미나 한 장면 - 이러고 살아요

Friday, February 22nd, 2008

엊그제 있었던 등각장론 세미나 발표입니다. Virasoro algebra의 표현론에서 Kac determinant formula 라는 녀석을 증명을 했습니다.

뭐 재밌고 웃기고 그런 것은 없구요. 그냥 이렇게 살고 있다 하는 걸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이런게 수학과 대학원생의 일상입니다.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발표하고...

계속되는 세미나 준비

Friday, December 21st, 2007

싸부의 제자인 친구와 둘이서 나의 연구실에서 세미나를 했다. 싸부가 스물여섯살일 때 쓴 (젠장!!) 역사적 페이퍼 Vertex Algebras, Kac-moody algebras, and the Monster 와 함께 학부 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손때가 제법 낄 정도로 본 책 Vertex Operator Algebras and the Monster 의 내용을 리뷰하고 있다. (몬스터와의 대혈투) 그런데 예전에 학부때 이 책을 공부하면서 작성한 노트가 오늘 공부하는데 너무 유용해서 새삼 놀라고 있다. 돌이켜 보니, 이 책에 묻은 손때가 나를 밀어올려, 지금 싸부와 함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유학준비를 하기전에 한 교수님께 찾아가 '선생님, 이걸 공부하겠습니다' 하고 돌아섰는데, 나중에 보니, 선생님도 이 책 제대로 안본것같더라는 -_-

그 동안 나의 무의식은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해왔는가, 이해도를 측정하며 확인을 해봐야겠다.

즐거운 세미나 준비

Monday, December 17th, 2007

다음 학기에 할 등각장론의 세미나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어떻게 진행이 될지 아직은 그림이 잡혀있지 않지만, 나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인만큼 책임감이 크다.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이지만, 가지고 있는 자료를 총동원하여 이 분야의 큰 그림을 나름대로 그려보고 있다. 중요한 어휘와 논문 및 정리들을 파악해가면서, 서로 어떻게 관련이 되어 있는지를 맞추어보고 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된 작업이었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좀더 세분화된 토픽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냥 나열을 해 보자면,

Vertrx Operator Algebras
Unitary irreducible representations of Virasoro algebra
Kac determinant formula
GKO construction
Orbifold construction
BRST quantization
No-Ghost theorem
WZW model
Conformal Blocks and Verlinde formula

등등... 어휘들이 참 생소하죠? 점점 수리물리의 영역으로 다가가고 있다. 공부가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는 학부생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준비를 시작하고보니, 왠지 다음 학기가 인생의 한 전환점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온다.

옛날 학교가는 길 버스에서 교차로 쪼가리를 읽다가, 다음과 같은 뜻의 말을 하고 있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학문을 하다보면 꼭 처음에 가려고 마음먹었던 곳에 도달하기보다는, 그곳과는 다른 어딘가에서 뒤를 돌아보니, 여기도 참 와볼만한 곳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될지 모르겠다. 수학에서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계십니까? 수리물리를 공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