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사색’ Category

근대화와 세속화

Thursday, September 10th, 2009

총리와 장관의 임명 동의를 위한 청문 과정이나 사건이 터져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장면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짐을 느낀다. 생산적인 대화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어떻게든 껀수 하나 잡아서 난리굿 한바탕 치르는 게 전부인 듯 하다. 도덕성 검증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허접야당이 정부여당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수준의 억지쓰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왜 야당은 늘 저렇게 허접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이런 거 잘해서 뜬 야당 사례가 있다. 딴나라당이라고. 후배 야당이야 선배 야당의 성공사례가 있으니 하는 것이겠다만...
고작 저 저정도가 우리의 수준에 걸맞는 정치일까? (응...)

내가 고위인사의 임명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문제의식은 그들에게 책임 묻는 장면에서 느끼는 문제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그것을 합리성, 세속화, 근대화의 결여라고 생각한다.

2005년 6월에 군부대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고, 야당에서는 국방장관의 해임논의 주장이 나왔다. 그리고 거기에 대고...

우리나라의 여론은 대통령의 참모와 각료들에게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자주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과학적 인과관계와는 무관하게 '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행한 현상은 하늘의 대리인인 군왕의 부덕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군왕의 책임을 운위하되, 실제로는 신하를 희생양으로 바치고 그 자신은 상징적으로 책임지는 시늉만 내는' 왕조시대의 책임관에서 연유된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마치 국회가 대통령의 독재를 견제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기 위하여 헌법에 국회의 각료에 대한 해임건의권을 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책임의 의미를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남용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국방부장관 해임건의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노무현, 청와대 보도자료, 2005-6-28

관련기사로는 여야, 尹국방 해임건의안 놓고 정면대결(
안수훈/유의주, 연합뉴스, 2005-06-29)와 같은 것을 참조.

저런 말을 대놓고 하는 정치인이 과연 좋은 정치인인지 나쁜 정치인인지의 판단은 앞으로 계속 해보기로 하자.

아무튼 저 말을 한번 이러한 말을 생각하며 읽어보자.

마르크스, 뒤르켐, 베버 세 사람은 모두 다 사회가 근대화되고 사회 세계를 통제하고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학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됨에 따라 세속화의 과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세속화란 사회 생활의 다양한 영역들에서 종교가 그 영향력을 상실해 가는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현대사회학482p, 앤서니 기든스 김미숙 외 번역, 을유문화사, 2007-11-3

서양 사회에서 세속화란 사법적 범죄(crime)와 도덕적 죄악(sin)을 구분하고, 도덕적 죄악이란 사법적 소추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박동천의 집중탐구]<44>도덕의 탈을 쓴 권력,
박동천, 프레시안, 2009-5-28

이치에 닿지 않는 잣대를 잔뜩 들고와서 공론장에서 휘두르는 사회가 바로 미신이 지배하는 사회다. 그리고 오직 그것을 깨고 넘어가는 사회만이 근대를 맛보게 된다. 지금 한국은 분명 어떤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는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뭔가 그런 비슷한 정서가 있다.

상주 노릇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넘쳐났지만, 그들 대다수는 정작 무엇이 노무현을 죽였는지 알지 못한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Wednesday, September 9th, 2009

가슴이 답답하여 적어놓는다. 수학얘기만 하기는 어렵겠다. 수학전문블로그는 걍 취소 XX. 할 말은 다 하고 삽시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노공이산님의 유서에서 마음을 특히나 더 아프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저 부분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저 문장에 생의 마지막까지 국가 경영에 대한 담론과 지혜를 갈구하고 있었던 그 모습이 겹쳐지는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과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객관적 사실을 사실로 인정할 줄 알고 그래야 오늘을 바로 해석 할 수 있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요, 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 같아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가장 과학적이어야 하고 실제로 정책에 있어서도 학자들보다 한 걸음 앞서가는 것이 정치입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198쪽에 나온다고 함. )

그의 절박했던 지적 갈증을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은, 단언하건대 절대로 그의 계승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착각을 본다.
이명박 까고 조롱하는게 깨어있는 이의 행동이라는 듯한 착각.
경쟁자가 못하면 자기가 실력있는 것으로 믿는 착각.

지금 우리 국민의 피로도가 높습니다. 민주주의의 큰 틀마저 위협받는다고 걱정합니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국민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검찰 장악 시도했다면 나도 미래도 타살당했을 것, 천관율, 시사IN, 2009-8-10 노무현 대통령 2008년 8월 생애 마지막 인터뷰)

물론 여기서 칭하는 국민의 수준이라는 것이, 보통 국민들의 수준이라기 보다는 지도층이라 할만한 특정 계층의 사람들을 일컫는 것이지만 저 말속엔 뼈가 있다.

시 '2호선 신당역'

Monday, August 31st, 2009

그러고보니 이 블로그에 시는 한번도 올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안쓰니까...)

문득 아침에 시상이 하나 떠올라 적어볼까 한다.

별 메세지가 담긴 것은 아니다.

제목 : 2호선 신당역

이번 역은 신당, 신당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 왼쪽입니다.

응암이나 봉화산 방면으로 가실 손님은 이번 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내리실 때 열차와 승강장 사이를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냥 '오른'쪽으로 두면 창작이 아니라서...

종교와 죽음과 역사

Sunday, August 23rd, 2009

종교가 다루는 문제 중에서 중요한 것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인간이 가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죽은 뒤에 천당에 간다면, 아니면 새로운 무엇인가로 다시 태어난다면 ... 이렇게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종교는 사람들에게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도올은 조선인들의 종교가 '역사'였노라고 말했다.

내가 바르게 이해했다면, 그 말은 자신의 말과 행위가 끊임없이 그 자손과 후대의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전승되고 평가되어 역사속에서 계속 살아있게 된다 비스무리한 얘기였다.

기독교에서는 조상들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것을 미신으로 본다 들었는데,  '역사'라는 종교의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오히려 기독교가 훨씬 더 미신적인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09년 7월 10일 안장식장에서, 찔찔 울며 앉아 가슴에 달고 있던 근조 리본을 책상에 꺼내두었다.

끊임없이 읽고 배우고 쓰고 가르치며 사람을 키우려는 노력이 죽은 사람도 살아 있게 만드는 숭고한 행위임을 믿어 보련다.

오늘부터 나의 종교는 '역사'다.

파타이를 먹고

Saturday, August 22nd, 2009

저녁에는 크게 식욕이 없어 태국의 면음식인 파타이(Pad Thai)를 먹었다. (http://en.wikipedia.org/wiki/Pad_Thai) 식욕이 아주 좋지 않을때는 부담이 크지 않은 면음식이 좋은 것 같다.

하여튼 언제부터인지 나는 파타이를 비롯하여 라면, 일본식 우동, 또다른 태국의 쌀국수인 '라드나' 등 이 모두를 좋아하게 되었다.

국수에 관한 문명교류사를 다룬 KBS 6부작 다큐 누들로드를 보면 국수가 가늘고 긴 모양이 된 것은 끓는 물에서 가장 빨리 익기에 적합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건식의 재료와 습식의 문화가 만난 동서 문명의 합작품' 이라고표현한다. 빵과 같은 밀과 밀가루 음식문화가 유목민을 통하여 중국에 전해지고, 이것이 그곳의 찜과 탕 기술과 만나 국수가 탄생하고, 이슬람이 지배했던 시칠리아에서 오늘날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파스타가 만들어지고, 송나라의 거리문화가 발전하여 패스트푸드로서의 국수가 유행하고, 이 모든 문명의 총화로 만들어진 라면의 탄생 등등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자가 인용을 하자면 예전에 다큐 ‘도자기’와 일상을 깨우는 지식의 가능성에 대하여에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다른 것은 하나도 본적이 없으면서, 고려의 상감청자가 세계최고라는 것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저는 그러한 외눈박이 지식은 파괴적이고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수천년의 세월, 동서양을 가로질러 하나의 사물에 담긴 풍부한 사연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다면 어쩌면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과 공존에 대한 지혜는 저절로 얻어지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한민국은 지금 급속하게 늙어가고 있는 나라이며 인구감소의 시대를 곧 맏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유럽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언제나 중요한 문제로 부각됨에 비해, 미국에 대해서는 그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많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해서일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미국의 다민족국가적 성격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에너지와 광물 자원의 흐름도 그렇지만 인구분포의 변화 역시 모든 미래에 대한 예측의 기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국가의 정책도 모두 이러한 전망에 기초하여 대응력을 기를 수 있는 방향으로 펼쳐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역사교육의 재편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데, 바로 처음에 언급한 국수나 도자기와 같은 사례를 풍부하게 접하며 문명교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그 핵심이라 생각한다. 인구감소에 대한 도전에 대하여, 어떠한 해결책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적극적인 이민정책 같은 것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미 다문화사회 시대의 준비는 한국의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의 통합을 위하여 이러한 역사교육의 재편이 요청되는 것이다. 누들로드 6부작의 제4부 제목은 '아시아의 부엌을 잇다' 이다. 그리고 이러한 곳들에 바로 준비해야 할 미래에 대한 힌트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