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March, 2013

오늘 하루

Friday, March 1st, 2013

낮에는 논문 하나를 저널에 제출했다. 굳이 오늘을 선택한 것은, 오늘과 내일은 나에겐 또 많이 다른 날이어서. 내고나서 올해들어 제출한 논문이 세 개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두 개는 써놓고 미뤄둔 것을 매듭지은 것이었지만.

밤하늘에 빛나는 별만 좇으며 살아왔는데, 그조차 안개 속에 가려질 때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드넓은 바다에 홀로 둥둥 떠있는 돛단배같다는 생각을 일주일에 열세번은 한다. 도대체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육지는 얼마나 먼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살아서 땅을 밟기 위해 힘을 내고 있다. 하루하루 절박한 마음으로.

논문은 욕심을 보태 좀 좋은 저널에 제출했다. 20여년의 세월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에 균열을 냈고, 결과가 아름답다는 것에서 이미 작지 않은 내면의 만족감을 얻었지만, 떠돌이 생활이 견디기 싫어 승부수라는 생각으로 던져 버렸다.

'11개월의 씨름' (2000년 11월 5일) 에서처럼, 이 문제 역시 오랜 시간의 인내와 끈질긴 도전을 필요로 한 것이었다. 다듬어진 논문에선 찾아볼 수 없겠지만, 결정적인 문제의 열쇠를 발견하게 되는 여러 번의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중요한 순간 중에선, 어깨가 아파 제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누워서 볼 수 있도록 한 모니터를 보며, 내가 짠 코드를 실행하여 누운채로 왼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며 실험을 하고 우연한 발견을 했던 그런 때도 있었다. 남의 인정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이것은 내가 가진 부족한 재능과 그로인한 모든 결핍까지 끌어모아 만든 내 젊은 시절의 결정이다.

내 궁핍한 날들의 벗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살아서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