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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과 지식관리시스템(6) : 인터뷰로 경험의 민주화를

Monday, February 7th,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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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는 고상하지 않다. 화려하지도 않다. 재미도 없다. 지적 욕구나 허영심을 충족시켜주기엔 역부족이다. 서양 지식의 세례를 듬뿍 받고 자란 한국인들에게 암묵지를 지식으로 간주하는 것 자체가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삶은 누추한데, 지식은 고상하고 화려한 것만 추구하겠다면 어쩌자는 건가? 삶과 지식의 괴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글로 쓰인 암묵지엔 한계가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자꾸 연구하면 암묵지의 기록을 위한 좋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각종 공·민영 지원사업과 학술진흥 사업 등이 암묵지 개발·확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암묵지 제공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행착오 비용을 줄여나가고 기존의 암묵지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적어도 이런 수준의 ‘암묵지 혁명’이 일어나야 한국 사회가 진정한 지식강국, 지식기반 경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암묵지 혁명’을 일으켜라 (강준만, 한겨레, 2007-8-2)

대한민국의 외교관들이 다른 나라로 파견되어 현지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해서 책으로 내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었다면, 우리의 세계에 대한 이해는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다. 지금처럼 이집트에서 큰 일이 날 때, 해적 잡아온 얘기로 도배하는 촌티는 벗어냈을 것이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한국 사회는 자신의 귀한 경험에 대한 진실한 기록의 문화가 빈약하다. 특히나 정치분야는 그 노하우가 오로지 사람을 통해서만 전수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에도 학습, 교육, 훈련 같은 것이 완전하진 않아도 가능할 것이다. 정당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정된 공직 경험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프레시안에서 연재되어 책으로 묶여나온 정세현의 정세토크 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경우는 좋은 사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치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은 체계화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러한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하는 것은 꾸준한 인내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노력이 지속될 때, 다음과 같은 목표들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 정치인/보좌관 경험의 공유와 축적
  • 정치인의 교육과 양성
  • 의정활동 지원
  • 정치인과 당원/시민간의 상호 이해

이를 위하여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의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중앙당 차원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터뷰 양식과 인터뷰 결과의 수집/처리/활용 시스템을 기획하고, 각 지역의 당원들이 인터뷰어로 직접 활동하는 방식은 실현이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인터뷰어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와 정치인들의 메모 관리 교육과 협조 체제를 만드는 것은 당에서 힘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인터뷰 기사([j Special]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광주광역시 서구 구의원 해보니 … 김준술/박종근, 중앙일보, 2010.11.06)를 보고 비슷하게 적어본 인터뷰 질문 예시이다.

  • 요즘 의정활동에 주된 고민은 무엇입니까.
  • 주민들의 의견은 어떻게 듣습니까.
  • 다른 의원들과는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의견을 교환합니까.
  • 의정활동에 지원되었으면 하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여기에 주부 합창단이 있어요. 그분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하고 그러는데 간식비로 지금까지 연간 200만원을 줬는데, 400만원으로 올리자는 안건이 있었어요. 이때도 ‘밥 먹는데 비싼 거 먹을 필요 있냐, 절반으로 깎자’ 이런 얘기가 나왔죠. 물론 다른쪽에선 ‘TV프로 남자의 자격에서 박칼린 음악감독이 히트치면서 합창단이 인기인데 지원해 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찬성 목소리를 높였지요. 결국 100만원 삭감해 300만원으로 하는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기초의원의 활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구체적인 고민들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누고 공유할 때, 우리 정치가 좀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