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November, 2010

원근법과 사영기하학(3):실사영평면

Saturday, November 6th, 2010

아래의 그림은 유클리드 평면을 나타낸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가 되는) 기하학의 무대이다.

checkerboard.jpg

아래는 위의 유클리드 평면을 원근법을 따라 그린 것이다.

Checkerboard.gif

' 지평선'은 실제로는 유클리드 평면에 놓여있지 않지만, 원근법을 따라 그려진 그림은 지평선을 유클리드 평면과 함께 드러내 준다. 그렇다면 이를 길잡이로 삼아 유클리드 평면과 '지평선'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그림 속에서 유클리드 평면의 평행선은 지평선 위의 한 소실점에서 만난다. 이 원근법의 원칙을 유클리드 평면과 '지평선'을 하나로 붙이는데 사용해보자.

'지평선(horizon)'의 수학에서의 이름은 '무한원선(line at infinity)' 이고, 지평선에 놓인 점들인 '소실점(vanishing point)'은 '무한원점(points at infinity)'으로 불린다. 이제 "유클리드 평면+무한원선"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공간(즉, 유클리드 평면의 모든 점들과 모든 무한원점들로 이루어진 공간)을 생각하자. 유클리드 평면을 포함하는 이 공간에서 유클리드 평면에서의 평행선은 '무한원선'의 한 점(예전에 소실점이라 불렸던)에서 만나며, 서로 다른 평행선다발은 서로 다른 점에서 만나는 것으로 선언된다. 유클리드 평면에서의 서로 다른 평행선다발은 무한원선 위의 서로 다른 무한원점에 대응되며, 평행선다발은 이 대응되는 무한원점에서 만난다. 역으로 각각의 무한원점은 이 점을 지나는 유클리드 평면의 평행선다발 하나를 결정한다. 다시 말해, 지난글 "원근법과 사영기하학(1):평행선이 만나는 곳"에서 관찰했던 원근법의 원칙을 다듬어 하나의 수학적인 약속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탄생한 공간을 '실사영평면(real projective plane)'이라 부른다. 정리를 하자면, 실사영평면에 있는 직선의 집합과 점들의 집합은 다음과 같다 :

  • 직선들의 집합 = 유클리드 평면의 직선 + 무한원선
  • 점들의 집합 = 유클리드 평면의 점 + 무한원점들 (=무한원선에 놓인 점들의 집합).

이제 이렇게 만들어진 실사영평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성립한다 : "임의의 두 점을 지나는 유일한 직선이 존재한다". 이는 다음의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증명할 수 있다 :

  1. 두 점이 모두 유클리드 평면에 놓인 경우,
  2. 두 점이 모두 무한원선에 놓인 경우,
  3. 한 점은 유클리드 평면에 놓여 있고 한 점은 무한원선에 놓인 경우.

이 중 세번째 경우만 잠깐 살펴보자. 주어진 유클리드 평면의 한 점을 P, 무한원선위의 한 점을 Q라 하면, 점Q를 지나는 유클리드 평면의 평행선다발 하나가 결정된다. 유클리드 평면이 만족시키는 평행선 공리에 의하여, P를 지나는 이 평행선다발의 원소가 유일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점 P,Q를 지나는 유일한 직선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실사영평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이 성립하게 된다 : "임의의 두 직선은 한 점에서 만난다". 이 역시 다음과 같은 세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

  1. 두 직선이 모두 유클리드 평면에 놓여 있으며, 서로 평행하지 않은 경우,
  2. 두 직선이 모두 유클리드 평면에 놓여 있으며, 서로 평행한 경우,
  3. 무한원선과 유클리드 평면에 놓인 한 직선의 경우.

원근법이 만들어낸 소실점의 개념과 지평선의 성질을 가지고 유클리드 평면과 '무한원선'이 하나로 결합된 새로운 공간, 실사영평면을 구성하였다. 실사영평면에서는 어떤 두 직선들은 한 점에서 만나고, 어떤 두 직선(즉 평행한 직선)들은 만나지 않는 유클리드 평면의 성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평행선의 개념도 사라지게 된다. 그리스의 수학자들은 '평행선은 만나지 않는다'고 선언하여 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인류의 위대한 지적유산을 탄생시켰고, 르네상스의 예술가들은 '평행선이 만나는 곳'을 그려 새로운 시대를 열고 풍요로운 문화유산을 남겼다. 평행선이 만나지 않는 곳과 평행선이 만나는 곳, 과연 무엇이 이 세상에 대한 올바른 그림이었을까?

원근법이 낳은 모든 두 직선이 한 점에서 만나는 공간 - 실사영평면, 이 곳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으며 이 곳에서의 기하학에 대해 우리는 무슨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까?

관련링크
영문위키 real projective plane

지난 글
원근법과 사영기하학(1):평행선이 만나는 곳
원근법과 사영기하학(2):르네상스의 원근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