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October, 2010

원근법과 사영기하학(2):르네상스의 원근법

Friday, October 29th, 2010

1510년 경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File:Escola de atenas - vaticano.jpg

손이 하늘을 향해 있는 플라톤과 땅을 향해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사이에 정확하게 놓여있는 소실점은, 평행선다발이 하나의 점에서 만난다는 원근법의 원칙을 적용하여 낼 수 있는 극적인 효과를 잘 보여준다.

school_athens_perspective.jpg

1425년경 이탈리아 피렌체의 건축가인 브루넬레스키는 원근법을 발견한다. 아마도 콰트로첸토라 불리는 15세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영향을 받은 마사치오가 1427년경 원근법이 적용된 최초의 회화작품을 남기고, 1435년 알베르티가 원근법을 설명하는 책을 출판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원근법은 르네상스 예술의 핵심에 자리잡게 된다.

아래에서는 대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과 그에 따른 '수학적인 측정'을 핵심으로 하는 원근법의 성격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두 작품, 마사치오의 '성 삼위일체'와 을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예수 책형'을 살펴본다.

1427년경 제작된 마사치오의 '성 삼위일체 Holy Trinity'는 원근법이 적용된 최초의 회화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학부생시절 수강한 '서양미술사' 수업 시간에 처음으로 그 이름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가르친 사람은 시간강사..)

그림 속에 나타난 평행선다발이 한 점에서 만나는 소실점의 위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HolyTrinity_VP.jpg

원근법을 따르는 그림 속에서 지평선의 위치는 화가의 눈높이가 된다. 아래에 링크한 논문 [CKZ2002]에서는 마사치오의 이 작품을 3차원에서 재구성한 그림들을 보여주는데, 다음 그림은 화가의 눈높이와 화면공간 그리고 대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원근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project73_fig1.jpg

물론 이런 재구성이 가능한 것은 바로 원근법의 수학적 성격에서 기원한다. 아래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때 얻어지는 그림들이다.

Holy_Trinity_(Masaccio)_3D_reconstruction.JPG

또 다른 작품을 하나 살펴보자. 르네상스 초기의 예술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동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수학자로도 알려져 있었다 하는데, 그의 그다지 크지 않은 그림(크기는 58.4 cm × 81.5 cm) 인 '예수 책형(Flagellation of Christ)'은 위의 그림보다 좀더 후인 1455–1460년 경에 제작된 것으로 원근법의 수학적 엄밀성을 매우 뚜렷하게 보여준다.

File:Piero - The Flagellation.jpg

논문 [WC1953] 은 이 그림의 평면도와 입면도를 재구성한 다음과 같은 그림을 싣고 있다.

_Flagellation__reconstruction.JPG

그리고 위에서 이미 언급한 [CKZ2002]에서는 이 그림의 3차원 재구성을 시도한다.

_Flagellation__3D_reconstruction.jpg

'수량화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크로스비의 'The Measure of Reality : Quantification and Western Society, 1250-1600' 는 회화에서의 이러한 새로운 경향에 대하여 한 챕터를 할애하여 설명을 한다. 수학적인 성격을 지닌 예술과 기법의 등장으로부터 수학은 과연 어떤 자극과 도전을 받을 수 있었을까? 다음 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언급된 문헌들

지난 글
원근법과 사영기하학(1):평행선이 만나는 곳

원근법과 사영기하학(1):평행선이 만나는 곳

Saturday, October 23rd, 2010

우리는 학창시절의 미술 시간에 소실점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된다. 미술 시험 때문에 소실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긴 알아야 했지만, 사실 나는 당시에 그 정확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최근에 와서야 나는 그  '소실점'이라는 것이, 사영기하학에 등장하는 '무한원점'(point at infinity)과 같은 개념이라는 깨닫고, 비로소 소실점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소실점'으로부터 시작하는 수학이야기이다.

(그림출처) 위의 사진 속에서 평행한 두 철로는 만나게 된다. 이 평행한 두 철로가 만나는 곳, 그곳이 바로 소실점이다. 길가에 철로와 나란히(즉 평행하게) 서있는 풀들도 두 철로와 같은 점에서 만난다. 이들이 모두 만나는 아득한 곳(소실점)은 하늘과 땅이 닿는 곳에 놓여 있다.  하늘과 땅이 닿는 곳  - 우리는 그것을 지평선이라 부른다.

(그림출처) 이 사진 속에는 하나의 철로 옆에 또 하나의 철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서로서로 평행한 철로는 다시 한번 모두 한 점에서 만난다. 평행한 네 직선들이 모두 하나의 소실점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네 철로와 같이 서로서로 평행한 직선들의 모임을 평행선다발이라 부른다. 사진 속에서,  그림 속에서,  평행선다발들은 모두 한 점에서 만난다.

(그림출처) 이 사진에서는 하늘과 땅이 아니라 하늘과 바다가 만난다. 이 곳을 우리는 수평선이라 부른다. 사진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리보르노에 있는 마스카니 테라스(Terrazza Mascagni) 이다. 격자는 무엇보다도 평행선다발을 관찰하기에 좋은 도구이기에 가져와 보았다. 사진 속에 세 개의 평행선다발을 골라 번호를 붙여보았다. 타일속에서 찾을 수 있는 평행한 직선들을 계속 이어 보면, 1번 평행선다발에 있는 평행한 직선들은 모두 하나의 소실점에서 만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번, 3번도 마찬가지로 각각 하나의 소실점에서 만난다. 그리고 1번, 2번, 3번 평행선다발에 의해 생기는 세 소실점은 모두 수평선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여러 사진들을 통하여 두 가지의 핵심적인 사실을 확인하였다. 평행선다발이 하나의 소실점을 만든다는 것이고, 소실점들은 지평선 또는 수평선(영어로는 둘다 horizon)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원근법과 사영기하학을 잇는 이야기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