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May, 2010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요

Saturday, May 29th, 2010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요, 그러니까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대화같은거에요..
서로 목청높이고 손가락질하며 어떻네 저떻네 욕하며 윽박지르는 것도 아니구요,
남들은 못하는거 나만 할수있다고 허풍치며, 큰소리치는 것도 아니구요.
말하고 싶은거, 외치고 싶은게 있는 사람들 입막지 말고,
억울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에게 귀기울여 들어주고.
그래서 함께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은 쉽게 하고,
또 당장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인내하며, 적당한 방도를 찾아가고..

그런데 이런 생각 나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잘 아는 걸텐데 왜 안될까... 궁금해요.

대통령도 별거 없나봐요

Saturday, May 22nd, 2010

남들몰래 꿍쳐둔 당신의 글을 읽습니다.

“오늘부터 미국에서 오는 비행기가 40분이나 더 걸린답니다.”
“왜 그렇게 된대요?”
“북한이 자기나라 동해 쪽으로 우리 비행기를 못 다니게 한 대요.”
“왜요?”
“당신한테 그거 물어보려고 말을 꺼냈는데, 저한테 물으면 어떻게 해요?”
한참 동안 밥만 부지런히 먹었다.
“북한을 나라라고 말하면 안 되는데….”
“그럼 뭐라고 하지요?”
“반국가 단체라고 해야 되나?”
또 한참 말이 없었다.
“북한이 왜 자꾸 저러지요?”
“커피 한 잔 주세요.”
커피를 마시면서 다시 시작한다.
“자기들은 중국하고 소련하고 같이 훈련 안하는데 우리는 미국하고 같이 훈련하니까 겁이 나서 그러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자기들을 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북한은 우리가 가만히 있는데도 치겠다고 하던가요?”
“북한은 믿을 수가 없잖아요?”
“북한은 미국이나 우리를 믿을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만 하면 보통사람들의 수준이다. 나는 대통령이나 지난 사람이니 한마디 더 보탠다.
“세계 역사에서 힘이 약한 나라가 힘이 센 나라를 먼저 친 역사가 있던가요?”
“그래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그런데 북한이 좋은 말을 안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똑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이대로 계속 가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09년 3월 금요일 아침 식탁에서 저와 아내가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아주 평범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평범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제회의나 쌍방 외교 무대에서 국가적 지도자들 간에 북한 문제, 또는 안보전략을 놓고 나누는 대화의 수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대북 정책이나 안보전략이라고 하면 특별한 전문지식과 고급정보를 가지고 무슨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을 하는 동안 대북 정책에 관하여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 그리고 지도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경우에도 우리가 아침에 식탁에서 나눈 대화 그 이상의 특별한 수준으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명석하다고 알려진 지도자일수록 이런 식의 대화를 좋아하고, 스스로도 대화를 이런 수준으로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지나고 보면 이런 수준의 대화가 상황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 유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대북정책이나 안보문제에 특별한 전문지식이나 고급의 정보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군사력은 얼마나 되고 사람들이 먹고사는 형편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치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등을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나, 일상적으로 무슨 특이한 동향이 없는지 주시하고 판단하는 일은 전문가의 지식과 고급의 정보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판을 크게 보고 포괄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큰 줄기로 방향을 결정하는 일에는 전문가들의 특별한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상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세상 돌아가는 보편적 이치에 가장 가까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상식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철학도 달라지고 상식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략 수준의 안보 정책은 사려 깊은 시민의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 두고두고 해주지 왜 그리 가셨어요.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이런 저런 안보관계 교육이나 보고에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남북 간 병력의 수, 항공기, 탱크, 기타 무기의 숫자를 단순 비교해놓고 우리의 군사력이 북한보다 훨씬 약하다는 도식적인 설명을 듣고는 좀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나서는 이전과는 좀 다른 보고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국방부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를 받아보니, 여전히 이전에 들었던 것과 꼭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통령을 바보 취급하는가 싶어서 불쾌한 느낌이 들기까지 했지만, 보고를 하는 사람들은 저의 그런 느낌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의식이 서로 달랐던 모양입니다.
저는 이런 경우를 미리 생각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무척 당황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런 경우에 대통령은 어떤 말을 해야 하는 것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에 저는 아마 ‘남북 간 국방비 비교가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만일 실제로 전쟁이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누가 이길 것 같으냐?’ 이런 정도의 질문만 하고는 대답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어물 쩡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다시 보고회의를 열어서, 실질적인 전쟁 수행 능력을 비교할 수 있는 분석 모델을 개발하여 분별이 있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보고내용을 바꾸어 보라고, 그것도 몇 번이나 강력하게 지시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이행이 잘 되지는 않았던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