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대학교

엄마는 지난해부터 한 전문대에 다니기 시작했다. 집안사정으로 젊은 시절에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남아서였을까.  이 얘기는 담으로 미뤄두기로 하고.

이 학교에선 성적을 어떻게 주는건지 좀 의아한 점들이 있는데, 엄마의 성적은 모든 과목이 A+에 어쩌다 그냥 A이며, 많은 학생중에 한손가락 안에 드는 등수를 받는다고 한다.  집안에 있는 크고 작은 일들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은 커녕 가끔은 기말시험도 못보는 과목도 더러 있는데도 그렇단다. 사정을 얘기하고, 레포트같은 것으로 때우는 방법이 있다나.  나는 이거 대학이 어째 이상하다며 놀리기도 하는데, 아무튼 그렇다.

학생들의 질이 그렇게 높지 않을 것임은 이런저런 얘기들에서 추측해볼 수 있는바, 엄마도 가끔 답답한 마음에 같은 교실에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나이를 먹은 사람보다도 못하냐면서 꾸중을 하신다지만, 아마도 애초에 공부와는 별로 상관없는 아이들이 많이 들어온 탓일터.  교육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강하게 드는 것이 사실인데, 이 학교가 교육에 있어서 그래도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지 궁금하여, 얼마전 대화중에 한번 질문을 해보았다. 이 학교가 어떤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바가 있으며 정말로  필요성이 있는 것 같냐고 슬쩍 물어보면 엄마의 대답은 꽤나 단호하게  '이 학교는 없어져도(야?) 돼' 라고... 늦은 나이에 재밌게 다니는 대학이라 했지만, 대학에 대한 평가는 그랬다.

대학들이 너무 많아 학생들 모집에 경쟁이 치열하다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이 학교가 당장 망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는데, 그 이유는 이 학교가 수도권에서 아주 멀지 않은 거리에 있기 때문이란다. 아침마다 서울에서 수십대의 관광버스를 타고 올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는 것이 바로 이 학교의 경쟁력인 셈이다. 기꺼이 대학졸업장을 구매할 용의가 있는 학생들도 충분하고.

우스개소리하며 농담처럼 나눌수 있는 대화였지만, 그 속에 비춰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병리현상들은 하나도 우스운 것들이 아니다. 이 꼬인 실타래들을 풀기 위하여 뭘 해야할 것인지, 누가 이에 답할 것인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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