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과 지식관리시스템(2)

국회 하면 여야 간에 벌어지는 ‘비장한 대결과 활극’의 장면이 떠올려지지만, 그 이면에는 첨예한 극소수 사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안에서 정작 자신들의 핵심적 권한은 송두리째 소속 기관 ‘직원’에게 넘겨주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자화상이 있다. 실제 상임위 정책파트에서 오래 활동한 바 있는 10여년 경력의 한 보좌관은 필자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경험상 “수석 전문위원 한 명이 초선 국회의원 몇 명을 합친 것보다 힘이 세다“고 증언하였다.
([소준섭의 正名論] <13>正名이 필요한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 소준섭, 프레시안, 2009-9-2)

초선의 국회의원이 국회에 처음 들어가서 어리버리 상태를 좀 벗어나 적응을 하고 제대로 활약하려면(호통치고 기백을 뽐내는 그런 것 말고, 다른 중요한 것들도 많을텐데, 그러한 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정도 시행착오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인턴까지 8명을 둘 수 있다는 그 보좌관의 질은 얼마나 높을까?

  • 의원들은 최대 8명까지 보좌진을 임명할 수 있음
    • 4급 2명
      • 연봉 6460만원
      • 지역구 관리와 정책담당, 정무담당
    • 5급 1명
      • 연봉 5311만원
      • 지역구 관리와 정책담당, 정무담당
    • 6급 1명
      • 연봉 3645만원
      • 지역구 관리와 정책담당, 정무담당
    • 7급 1명
      • 연봉 3103만원
      • 흔히 ‘수행 비서관’으로 불리며 의원을 밀착 동행
      • 운전기사 역할
    • 9급 1명
      • 2411만원
      • 회계처리 등의 온갖 잡무를 담당
    • 인턴 2명
      • 월급 120만원

헝그리정신의 벤처정치인들이 어찌어찌 당선까지 되어 초선이 되었을때, 같이 동고동락한 사람 입에 풀칠하게 보좌관자리도 하나 내주고, 한국정치 성격상 지역구 관리 전용 보좌관도 두고 등등 이런거저런거 따지다보면 사실 저 집단의 역량이 어느정도 될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형편으로 보인다. 호통치는 기백말고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할 것이다. 백팔초선의 열린우리당이 힘없이 무너진 이유를 이런곳에서 찾아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이런 협소한 지원조직과 초기의 시행착오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이곳저곳에서 맹활약을 펼칠수 있는 울트라 초선들을 양성해 낼 것인가?  꼭 국회의원 아니라, 광역과 기초의원 모두 마찬가지다. 이러한 질문이 내가 정당의 지식관리시스템을 언급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훈련되고 준비된 집단을 키우기 위해서는, 뭔가 차별화된 무기가 필요한 것이다. 책에서 읽은 이념뿐만 아니라, 현장 냄새가 풀풀나는 지식과 정보에 대한 무장된 집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래 기사에 있는 사례처럼 저런 구청장 경험을 통해 얻어지고 단련된 현실감각과 같은 것을 어떻게 많은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정치인 집단을 키우고 훈련시킬 수 있을까. 정치인과 보좌진과 당원 모두를 위한 지식관리시스템. 과연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보수와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나름의 기준과 근거를 가지고 우수 국회의원을 선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수와 진보단체 모두가 선정한 의원들이 눈에 띈다. 불과 4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김성식 의원과 민주당 김성순 최영희 의원이 그들이다. 중도개혁성향의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올해 ‘국정감사 우수의원’ 19명 가운데 13명을 민주당 의원으로 선정하고, 한나라당은 김성식 이한구 김영우 의원만 뽑았다. 반면 보수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의정활동 우수의원’ 10명 가운데 8명을 한나라당으로 선정하고, 민주당은 최영희 김성순 의원만 택했다.
그런데 이들 의원들은 지난해에도 상을 받았다. “우수의원 수상은 받는 의원이 또 받는다”는 여의도 정치권의 속설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면 왜 3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 가운데 일부 의원들만 시민단체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까.
역시 능력과 전문성이다. 자기영역에 대한 확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를 감시하고, 각종 입법활동을 하기 때문에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관선과 민선을 합쳐 구청장만 4선을 했다. 그러니 여의도에서 결정하는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고 있다. 정책과 예산심의에서 꼼꼼한 것도 김 의원의 특징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김성식 의원은 경제통으로서 각각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국가청소년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아동성폭행 문제 등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여야를 떠나 행정부에 감시와 견제라는 입법부의 고유한 권한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특징도 있다. 김성순 의원은 “여야를 떠나서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에서 행정부를 감시감독하고 견제해야 한다”며 “일부 초선의원들이 지역구활동이나 당내 계파모임에 열성인데 우선 의정활동에 충실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정부감시의 측면에서 여당내 야당의원이라는 소리를 듣는 김성식 이한구 의원은 체계적으로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해 정부 관료들을 긴장시킨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최근 “이한구 의원은 경제전문가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굉장히 야당보다도 더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릴 정도다.

(보수-진보 모두 인정한 우수의원, 그들에겐 특별한 게 있다, 백만호, 내일신문, 200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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