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하여

정치에 대하여 생각한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더욱 뜻 깊고 위대한 일이에요. 좋은 정치를 편다면 몇 천만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그만큼 고귀한 게 어딨겠어요? 그래서 다른 직업보다 고양된 심성과 통찰력, 책임, 용기, 희생을 요구해요. 성인의 고귀함이 있는 영역이죠. 근데, 정치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짐승의 비천함이 있어요. 야수적 탐욕도 함께 있고요. 그래서 하루하루가 너무나 괴로워요.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원직을 유지해야 하니까 효도잔치 가서 노래하고 초등학교 총동문체육대회 가서 텐트마다 돌며 소주 먹고 하는 거죠. 그런 일을 즐기는 정치인도 있으나 그런 사람은 성인의 고귀함에 도달하기 어려워요. 반면 정치에서 고귀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런 일상이 괴로워요.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기 위해 야수적 탐욕을 상대하며 짐승 같은 비천함을 감수하는 일, 절대 아무나 못하는 거예요. (유시민 인터뷰, 시민광장, 2009-6-10)

나는 저 유시민 장관의 괴로움을 이해한다. 아마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서민정책이라고 시장에 종종 가서 사진찍는거 좋아하는 이명박님이 계시는데, 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기간 이러한 것을 가능하면 피하려 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생색내기 쇼보다는,  정말로 그 사람들을 위해 펼치는 정책이라고 봤기에...

나중에 듣기로는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직후에 봉하마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도, 처음엔 밖으로 나가서 인사하고 그러는 것이 필요한 일일까(가령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고민하면서 좀 망설인 것들이 있다고 안다. 그런 생각을 달라지게 한 것은 그곳에 아이들도 찾아왔다는 것...

한국 정치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문제는 대중들이 옳은 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래 문장의 철학자를,  정치인으로 바꿔 읽으면 대략 적절할 것이다.

당신이 철학자가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리적인 정당화와는 무관한 믿음의 세계 속에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과 어떤 한 사람의 믿음의 세계는 다른 사람의 그것과는 일치하지 않기가 쉽기에, 그 둘 다가 옳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의견은 보통 그들의 마음에 편한 쪽으로 형성된다. 진실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두번째 고려 대상이다.

The first thing to realize, if you wish to become a philosopher, is that most people go through life with a whole world of beliefs that have no sort of rational justification, and that one man's world of beliefs is apt to become incompatible with another man's, so that they cannot both be right. People's opinions are mainly designed to make them feel comfortable; truth, for most people is a secondary consideration.

2p, The Art of Rational Conjecture, The Art of Philosophizing: and Other Essays by Bertrand Russell

http://books.google.co.kr/books?id=oEoi0HnF7j0C&pg=RA1-PA535&dq=russell+The+first+thing+to+realize,+if+you+wish+to+become+a+philosopher&source=gbs_toc_r&cad=7#

좋은 정치가 실현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기준은 결국 그 조건 아래서 얼마나 옳은 것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되겠다. 그 불일치가 괴로운 사람들에게 정치란 형벌일 수밖에 없다. 수학이야 말귀를 못알아들으면 못알아듣는 쪽이 부족한 것이라 하면 그만이지만, 정치는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그가 짐승의 비천함을 말하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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