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보좌진 실무매뉴얼을 읽고

그러고보니 국정감사 실무 매뉴얼을 읽고 라는 글을 5년전에(허걱!!) 쓴 바가 있다. 실은 엊그제 서점에 가니 위 책의 저자가 쓴 국회보좌진 업무매뉴얼 (서인석, 출판사 새로운 사람들, 2008-5-26 출간) 라는 책을 발견하여, 사가지고 와서 한번 읽어보았다.

자신의 업무노하우를 이렇게 잘 기록하여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으로 쓰는 일은 참으로 칭찬할 일이다.

18대 의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똥아, 2009-4-21)

이 책을 비롯해 '또 파? 눈먼 돈'과 같은 예산관련책들이 상위에 포진된 것을 보니, 국정감사용으로 찾아봤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보좌진들이 이러한 자료에 목말라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책에는 보좌진의 업무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라기 보다는, 보좌관이 된 사람들에게 그 내부에서 하는 일의 성격과 이 길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어떻게 쌓을 것인지에 대한 조언이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가령 이게 상당히 직업적 안정성이 부족한 비정규직에 가까운 일인데 그럼에도 어떻게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의 이야기도 있고, 업무노하우를 국회 밖에서 써먹기가 쉽지 않은데, 장차 보좌관 이후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보좌진 업무의 디테일이라기보다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본 국회는 어떤 곳인가 하는 점이고, 어떠한 개혁의 요소들이 있을 것인가가 되겠다. 읽어보니 대한민국 국회의 허접함이 또 한번 느껴진다. 눈에 띈 부분을 짧게 적어본다.

일단 보좌진에 대한 국회 차원의 체계적인 교육이 다음과 같이 부실하다니... 한번 놀라고...

252p 의원의 의정활동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보좌진에 대한 교육은 연간 총 10여 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보좌진은 자비로 국회와 무관한 외부기관에서 운영하는 '보좌진 양성과정'을 듣는다. 신입보좌진에 대한 오리엔테이션도 대수가 바뀌는 4년마다 3~4시간에 걸쳐 고작 1~2회에 진행된다. 기본교육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 보니 재교육과 연수, 해외시찰 등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보좌진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실무조직이다. 그런데 보좌진에게 교육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결국 국회의 역량 약화와 함께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비판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좌진에 대한 교육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제대로 된 업무매뉴얼조차 없다고 한다...

282p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출판계조차 나름대로 출판, 교정 등 자신의 고유업무와 관련한 매뉴얼을 갖고 있는 게 우리네 '상식'이다. 그런데 국정을 논하고 행정부를 감시하며 법을 만들고 나라살림을 살피는 국회에서 개원 60주년을 맞도록 자신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매뉴얼이나 업무지침서 하나 없다고 한다면 과연 누가 믿겠는가? 아닌 말로 지나가던 뭐도 웃을 일이다.

이유는 단순할 것이다. 여야불문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회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일 것이다. 그 빽좋은 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이러한 현실에 대한 개선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다들 자기 금배지 한번 더 다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어쩌면 이 점에 대해서는 개개인 의원들의 당락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정당들이 욕을 먹어야 할 것 같다. 허긴 생각해보니, 의원들만 각자 선거 때문에 장기적 모색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정당들도 해마다 모였다 흩어졌다하는 선거용 프로젝트 정당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장기적인 시야는 아예 없는 것이 당연하겠다. 파리떼처럼 음식냄새나는 곳만 찾아서 요리조리 날라다니고... 도무지 욕구들만 가득하지, 책임감은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국회차원에서 못하면, 정당 차원에서라도 정기적으로 교육을 시켜주고 모두의 경험을 모아서 매뉴얼을 만들고 해야하는 것이 아닐지. 어떻게 2~3명의 보좌진에게 사실상 의정활동의 핵심부분을 맡겨 놓은 상태에서, 이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할까.

시민사회와 정당 사이의 인터페이스도 개허접이고, 보좌진 업무 노하우 축적 및 공유도 개허접... 국회의원은 2년마다 상임위원회교체로 전문성 축적 방안 부재... 이러니 잘 되면 신기한 일일 것이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의원보좌진이 국회 지원기관들을 보는 시각에 관련된 것이다.

277p 2003년 말 현재 국회사무처 현원은 1,165명이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208년 3월 말 현재 1,265명으로 정확히 100명 더 늘었다. 이는 결국 사무처 자리만 그만큼 늘어나고 더불에 그에 따른 승진이 이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참고로 사무처를 포함한 4개 지원조직의 현원은 1,675명이다.
글쓴이는 더 이상의 국회 지원조직 확대를 반대한다. 이는 비단 보좌진이 단 한명도 지원조직으로 진출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사무처의 조직 확대와 함께 지원조직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데 있다.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 등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따라서 지원조직은 그 성격상 '학술단체'나 '연구기관'이 아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논문이나 보고서를 쓰는 곳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즉 법안 제개정을 비롯해 자료를 요구하고 질의서를 쓰며 보도자료를 만드는 등 행정부를 견제 감시 비판 하는 것을 '실무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지원조직인 '전문성'을 표방하며 그 구성원의 자격을 '박사'로 제한하다 보니 보고서나 논문만을 양산하고 있다. 국회 관련 전문성과 박사는 분명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많다. 특히 국회처럼 학술단체나 연구기관이 아닌 곳에서는 실무와 방법론이 더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이론말 알고 국회와 행정부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한 채 단지 보고서와 논문만 쓸 줄 아는 박사는 생각처럼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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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사'들이 쓰는 논문이 과연 행정부와 그 산하단체 연구기관에서 만든 것보다 월등히 더 낫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애초부터 행정부에 비해 자료와 정보에서 열등할 수밖에 없는 국회 지원기관이, 이들보다 더 나은 정보와 자료가 담겨 있는 보고서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원조직은 결국 정부기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자료들을 기초로 여러 가지를 한데 모으는 것 이상을 만들 수 없다. 과연 이게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될까? 보좌진과 마찬가지로 능숙한 주식투자가가 돼야 하는데, '경제학 논문'만 쓰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의정활동과 관련한 '전문성'을 논하면, 보좌진보다 더 전문가인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관련된 일을 직접 해봤고 그런 가운데 배우고 훈련된 사람들이 바로 보좌진이다. 따라서 지원조직이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의정활동이 뭔가를 알고 또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경험한 보좌진들로 구성돼야 한다. 질의서 한 번 써 본적 없는 박사들이 보좌진처럼 실무적으로 의정활동을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재론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껏 피상적으로 국회가 앞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리서치 역량을 훨씬 키울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국회지원조직이 보좌진을 실무적으로 도와야한다는 측면에서 지원조직을 바라보고 있는듯하다. 이건 보좌진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되고, 지원기관은 지원기관대로 존재의 목적이 있는 게 아닐까 싶지만.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 아무튼 밖에선 알 수 없는 이러한 갈등이 있다는 것도 역시 내부자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책이 딴나라당 안상수님을 보좌한 사람에게서만 출판되고 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 백팔초선들 이제 백수도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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