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May, 2009

전 아직 말할 수 없습니다.

Saturday, May 23rd, 2009

조금은 우스운 이야기인데 노공이산님이 퇴임하고 나는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몇살이 더 많았어서 저 시절에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나는 정말 매일같이 꿈꾸곤 했다. 노무현과 그 친구들이 이 고난의 시간들을 이겨내고, 언젠가 다시 그들이 품고 있는 가치들을 이 세상에 자신있게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다시 일어서기 위해 넘어진다는 말을 실현할 수 있게 되기를 말이다.

근조달고 명복을 빌고 편히 가시라고 하는데, 나는 차마 그러지를 못한 채로 머뭇거린다. 내가 새로운 각오와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나 스스로 약속하지 않으면, 나는 도무지 그를 보내드릴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도 앞으로 노공이산님처럼 살겠노라고 굳게 마음먹을 수 있으면, 나는 그래도 슬프지만 좀더 편한 마음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것 같은데.

그런데 애석하게도 나는 이 분처럼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 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하여 그보다 훨씬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해지는 것은 아마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도저히 저렇게 바보처럼 살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분의 마지막 말처럼 삶과 죽음은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어서, 하나의 죽음은 또 새로운 삶을 싹틔우곤 한다. 존경하고 사랑하고 애도하고 명복을 빈다고 말하는 것이야 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죽음이 진실되게 나에게 말하고 있는 새로운 삶을 나는 도무지 약속할 자신이 없다.

나는 내 맘 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심들과 유혹에 번번이 지는 나 자신을 그동안 계속 지켜봐 왔다. 내 자신을 절제할 수 없고, 스스로를 이길 자신이 없는 나의 진짜 모습을 알기에, 도무지 그를 이제 그만 편히 쉬시라고 보내드릴 수가 없는 것이다.

노공이산님은 정말로 산을 옮기려 했고 사람들은 그의 어깨에 자신들의 짐까지 지워놓고 그것을 모른척했다. 이제는 그 바윗돌의 무게에 깔려버린 시지푸스가 되었으니, 지금 슬퍼하는 사람들은 정말 그 부끄러움을 알까. 노공이산님처럼 부끄러움이 뭔지 알까.

그가 말하려 했던 시민들에 의한 민주주의는 결국, 세상엔 모두가 함께 나눠져야 하는 짐이 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 짐의 무게를 느끼고 기꺼이 지고가겠노라고 약속하기 전에는, 편히 가시라고, 이제는 편히 쉬시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독일에 왔어요

Saturday, May 23rd, 2009

학회가 있어 독일에 왔습니다.
비행기 타기 바로 전에, 전화 한 통을 받아서 그때부터 멍했는데...
잘 믿겨지지가 않네요.

나에겐 또다른 아버지같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장 뭘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아이들의 성적 꺼이꺼이

Wednesday, May 20th, 2009

한학기 미적분학 조교를 했는데, 어제로 기말고사 채점까지 다 끝나서 이제 성적입력만 하면 끝이난다.
53명의 학생을 담당했는데, 교수의 성적기준에 의하면, 19명이 F에 해당한다. (절대평가)
꺼이꺼이 으흐흐흐흐흑...

아벨의 말, 수학공부와 백투더소스

Sunday, May 17th, 2009

수학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책을 쓴 E. T. Bell의 또다른 책 'Mathematics: Queen and Servant of Science' 에는 어떻게 짧은 기간 동안 그렇게 생산적인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벨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나온다.

By studying the masters, not their pupils.

소스로 돌아가라는 아벨님의 말씀이다. 안타깝게도 아벨이 이런 말을 어떻게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말을 교훈삼아서 쓰여진 'Study the Masters: The Abel-Fauvel Conference' by Otto B. Bekken and Reidar Mosvold 라는 책도 있으니,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영감을 준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떠한 새로운 발견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깔끔하게 다듬어지게 마련이라, 이 때는 본래의 발견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보통의 수학 교과서라는 것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가령 선형대수를 배운다고 하면, 대부분 1챕터부터 벡터공간과 선형사상으로 시작을 해서 응용으로 끝나게 되는데, 선형대수라는 과목의 형성은 이와는 반대로 수많은 수학적 현상 중들이 가진 선형성이라고 하는 공통된 요소들이 뽑혀지고 추출되고 녹여져서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교과서는 보통 발견의 역과정으로 서술되게 되고, 발견의 맥락과 기법을 잘 가르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수학에서 추상화가 중요한 것이라면, 그러한 추상화의 기쁨이란 그 이전에 구체적인 것들의 공통된 것의 이해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 내가 가령 책을 쓴다면, 나는 발견의 논리를 최대한 보존하여, 다양한 수학적 현상을 먼저 기술하고, 그 다음에 거기서 공통적으로 추출된 것들을 가지고 정의를 하는 스타일을 따르고 싶다.

아무튼 아벨의 말은 그런 게 아닐까. 서술이 다소 거칠더라도, 오리지날 속에 담긴 insight를 놓치지 말라고.

한국 프로야구 통산 시즌 3할3푼0리 타자가 안 나온 이유는?

Thursday, May 14th, 2009

오늘도 한번 야구 얘기를 계속해보자.

스탯티즈라고 하는 기막힌 프로야구 통계사이트를 하나 알게 되었다.

이러고 있노라니 내가 예전 초등학생 시절 한때 노트에 매일매일 프로야구 경기결과를 정리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많이 멀어졌지만. 그러고보니, 오락게임 하드볼도 게임자체보다 시뮬레이션 돌려서 통계결과를 계속 들여다보던 생각도 난다. 써놓고나니, 내가 어릴때부터 좀  덕후스러운 면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아무튼 이 웹 사이트에서 역대 통계를 보니, 한국 프로야구가 1982년 생긴 이후 2008년 기록까지 시즌 타율이 3할3푼0리인 타자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3할3푼4리는 세명이 나왔다.)

자 과연 여기에 어떤 합리적 수학적 설명이 있으며 가능할 것인가?

야구, 수학, 컴퓨터 덕후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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