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직 말할 수 없습니다.

조금은 우스운 이야기인데 노공이산님이 퇴임하고 나는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몇살이 더 많았어서 저 시절에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나는 정말 매일같이 꿈꾸곤 했다. 노무현과 그 친구들이 이 고난의 시간들을 이겨내고, 언젠가 다시 그들이 품고 있는 가치들을 이 세상에 자신있게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다시 일어서기 위해 넘어진다는 말을 실현할 수 있게 되기를 말이다.

근조달고 명복을 빌고 편히 가시라고 하는데, 나는 차마 그러지를 못한 채로 머뭇거린다. 내가 새로운 각오와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나 스스로 약속하지 않으면, 나는 도무지 그를 보내드릴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도 앞으로 노공이산님처럼 살겠노라고 굳게 마음먹을 수 있으면, 나는 그래도 슬프지만 좀더 편한 마음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것 같은데.

그런데 애석하게도 나는 이 분처럼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 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하여 그보다 훨씬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해지는 것은 아마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도저히 저렇게 바보처럼 살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분의 마지막 말처럼 삶과 죽음은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어서, 하나의 죽음은 또 새로운 삶을 싹틔우곤 한다. 존경하고 사랑하고 애도하고 명복을 빈다고 말하는 것이야 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죽음이 진실되게 나에게 말하고 있는 새로운 삶을 나는 도무지 약속할 자신이 없다.

나는 내 맘 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심들과 유혹에 번번이 지는 나 자신을 그동안 계속 지켜봐 왔다. 내 자신을 절제할 수 없고, 스스로를 이길 자신이 없는 나의 진짜 모습을 알기에, 도무지 그를 이제 그만 편히 쉬시라고 보내드릴 수가 없는 것이다.

노공이산님은 정말로 산을 옮기려 했고 사람들은 그의 어깨에 자신들의 짐까지 지워놓고 그것을 모른척했다. 이제는 그 바윗돌의 무게에 깔려버린 시지푸스가 되었으니, 지금 슬퍼하는 사람들은 정말 그 부끄러움을 알까. 노공이산님처럼 부끄러움이 뭔지 알까.

그가 말하려 했던 시민들에 의한 민주주의는 결국, 세상엔 모두가 함께 나눠져야 하는 짐이 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 짐의 무게를 느끼고 기꺼이 지고가겠노라고 약속하기 전에는, 편히 가시라고, 이제는 편히 쉬시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20 Responses to “전 아직 말할 수 없습니다.”

  1. sujjo says: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겠어요...

  2. wuudam says:

    수학하는 사람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자주오는 블로그인 여기에 라도 씁니다.
    집사람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가족들과는 정치성향이 많이 다릅니다.

    정말 힘들고 미어지는 마음을 속시원히 이야기할 사람이 없군요.

    우리나라 정치인(지도자)들 중에 참으로 가장 존경하는 분이었고...
    지금은 힘드시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업적과 가치를 인정받으리라 믿고있었는데..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많이...

  3. 은근히 says:

    죄송하다는...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어요..
    어떡해요..이제..정말 죄송해서 어떡해요..

  4. 친구 약속해 주게나

    내가 먼저 약속하겟네

  5. 내 보잘것 없는 인생이지만 내가 가진 모든것을
    내어 주겠네

  6. 친구 어떻게 그님을 떠나 보내 드리려 그러시나
    님떠나시고 네 자네를 찿아 왔네

  7. 친구 내 그님곁에 가고싶어도 양보했네
    자네는 님에게 차 도 한잔 대접 받지 앚았나

  8. 친구 약속 하게나
    자네가 들고 있는 짐들을 내려 놓으면 그리 어려운일도 아니지 앉나

  9. 친구 이제그만 그분을 보내드리세

  10. 그냥 수학동경하는 사람인데요.. says:

    그냥 어디 말할만한곳도 없고 해서.. 그냥 남깁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께 표를 던지지도 않았고(정치에 사실 관심도 없었고, 그건 지금도 별차이가 없죠)... 어느정도 나이가 들고나서 제 생각이란 게 생겨서는(현재 스물아홉 남성) 그분의 진정성 같은게 느껴져서 그저 좋은 분이란 감정 정도였는데...(속된표현으로 노간지 그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최진실씨 죽음보다 조금, 쪼금 더 슬픈 일이라 생각했는데... 방금 그러니까 새벽2시쯤 부터 새벽4시까지 자는 동안 꿈을 열댓번 이상 꾼거 같습니다. (기억이 확실친 않지만) 강간당한 꿈을 4-5번 연속으로 꾸고 또 나머지는 그분의 서거에 숨이탁탁 막히며 슬퍼하는 꿈을 짧게 짧게 연속으로 계속해서 꾼거 같습니다. 깊이 잠이 든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완전히 깬것도 아닌 상태를 계속하다 눈물흘리며 이 글을 쓰는데요(어딘가 써야 진정이 될 거 같어서..죄송합니다.) 살아오면서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렇게 슬퍼해본적은 처음인거 같습니다. 심지어 저를 길러주셨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물론어리긴 했지만) 그러지 않았는데...

    그냥 이렇게 끝나진 않겠군요. 어떤 식으로든 여파가 오래갈거 같습니다. 저같은 인간도 (감정이 꼭 말랐다 생각치는 않았지만) 이렇게 슬픈데, 대한민국에 저보다 슬픈이들이 얼마나 많을까란 생각부터, 참 겁나는 말이지만 그분을 따라가려는 분도 적지 않을 거 같네요... 누구말처럼 언론에서 이렇게 송구스러운 표현이지만 도배를 하는게 좀 걱정이, 이제는 정말 됩니다.

    님은 예측하기로 상당히 노문현선생님을 존경하시고 사랑하신 거 같은데... 슬퍼만하시고 절대 나쁜 맘은 먹지 마시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그분을 느닷없이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분은 정치 특히 한국에서 정치를 하실만한 분이 아녔던거 같습니다. 기분상하실지 모르겠으나, 처음생각과 다름없이, 목숨을 끊으신 일은 거의 전적으로 그분의 잘못인거 같습니다.

  11. 그냥 수학동경하는 사람인데요.. says:

    글을 원체 감정적으로 쓰다보니 오해의 여지가 있어 보이네요... 그 중 마지막 문장만 좀 수정을 하자면, 목숨을 끊은 일이 그분의 잘못이란 표현은, 그분처럼 깨끗한 분이(그분의 도덕적 정치성이 완전무결하단 얘기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한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어떤 행실을 보였냐보다는, 그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보인 행실을 가지고 평가를 합니다.) 한국정치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랄까요?... 잘 정리가 안되네요... 개한테 물렸다고 해서 개를 탓할 수는 없단 얘기를, 제가 하려는 걸까요?... 말을 줄여야 된다는 신호같습니다. 그럼 이만..

  12. 골룸 says:

    윗분 참 말씀 많으시네요.

  13. 그냥 수학동경하는 사람인데요.. says:

    골룸님// 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 얼굴이 붉어지네요... 왠 주접을 그렇게 마니 떨어 놓아는지... 뭔가에 홀린 듯(물론 슬픔은 진실(?)하지만) 자진 삭제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요.. 혹시 주인장님께서 보신다면 삭제 좀..._ _)

  14. 골룸 says:

    미안합니다.
    제가 지금 굉장히 격앙돼 있어서 그러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세상에 피타고라스님과 Crete님밖에
    제 마음 이해해 주실 분이 없습니다.

  15. glow says:

    그 죽음에 이만큼 많은 지식인들을 울게 만든 사람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머리로뿐 아니라 가슴으로 다가온 정치인은 노 대통령 뿐입니다.

    피타고라스님께서는 이미 읽으신 내용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중앙일보 기사입니다. 2007년 12월 마지막 비공개 연설입니다. 노 대통령의 생각의 한 부분을 읽을 수 있으실 것입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05/25/3384371.html?cloc=nnc

    그 내용중 발췌한 부분입니다.

    "나는 옛날부터 ‘지사(志士)’를 존경해 왔다. 어떤 경우도 굴하지 않고 굽히지 않으면서 결국은 마지막에 홀로 목숨을 놓는 지사의 삶이 고귀하다고 봤다. 정치는 그리해서도 그리할 수도 없다. 정치는 지사가 못 한다. 그러나 지사 없는 정치인만 있어도 무슨 희망으로 사는가. 지사도 더러는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지사적 기개가 있어야 한다. 지나친 이상주의는 성공하지 못한다. 정치는 현실에 두 발을 두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이상이 없는 정치가 지배하는 사회가 희망이 있는가. 정치는 현실이지만 지사가 있어야 하고, 이상이 있는 정치가 돼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의지를 가지신 분인데 왜 자살을 택했는지 아직도 완전히는 납득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어렴풋이는 이해할 정도입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고인이 말씀하신 다음의 문장으로 요약될 것 같습니다.

    "이 나라의 옳은 길을 걸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패배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역사를 다시 쓰지 않고서 한국에 무슨 미래가 있겠습니까?"

  16.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점며 옵니다
    20년 전 한 평생 빈농으로 흙 을 읽구면 사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랫는데 사랑은 시간이 흐른다고 있혀지는게 아닌가 봅니다
    호헌 은 내가 가진 꿈 을 부정한 권력이 빼았아 가는 것이라고 일러 주시던 아버지
    두손에 깨진 보도 블럭을 들고 호헌철페 독재타도 를 외치다
    최루가스가 가득한 몸으로 집에 돌아오는 제게 병석에 누우셨던
    아버지는 너는 뛰로 빠지라는 비겁한 교훈을 주시던 아버지
    사무침니다 그립습니다 자꾸 눈물이 납니다

  17. pythagoras says:

    우금치민초/ 우금치민초님의 마음에 위로를 보냅니다.

  18. pythagoras says:

    골룸/ 골룸님도 평안하시길

  19. 내 님 마지막 길 떠나시는 보습 먼 말치라도 뵙고
    큰 절 한번 드리려고 봉하로 내려갑니다

    시간이 흘러서
    작년 봄에 데리고 갔던 저에 아이들이 ,내나이가
    되었을때 그때 님께서 가셨으면 제가 아니라 저에 아이들이
    큰절 올리며 보내드렸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었는데
    일어버린 10년을 찿으려는 이들은 그작은 소망마져
    빼았아 가네요
    이제 가야합니다

  20. 달구 says:

    흠....님의 블로그도 노대통령님 홈피 갔다가 알게 되었답니다...정말 오래간만에 들어오는데요. 사실, 얼마간은 제정신이 아니었답니다. 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고, 온전하게 슬펐답니다.

    앞으로 어찌 살아야할지, 매일매일 생각해 본답니다.

    생각나서...흔적 남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