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에서,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열매를 기대하지 말라

지난해 2월 20일에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님께
라는 글을 쓴 바가 있다.

나에게 노무현은 무엇일까. 모든 것들을 다 지우고 가장 중요한 것만 하나 남기라고 한다면, 나는 저기에 적어둔 한마디를 남겨놓을 것 같다.

이 문제에 관해서 우리 참모들은 자꾸 돈 얘기하고 돈을 얼마 얼마 10분의 1 넘었다 안 넘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가서 그런 시비하지 말라고 품위문제라고 그렇게 조언을 하고, 그래서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모두 발언만 하고 질문 받지 말고 그냥 끝내자고 그렇게 했다. 이 질문과 답변이 하도 구차할 것 같으니까 그렇게 고심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의 품위도 중요하지만 진실보다 더 큰 품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통령의 품위도 중요하지만 진실보다 더 큰 품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가 있다. 구차하게 숨기지 않을 것이란걸 안다.

나는 안다. 뭔가가 있는데, 아닌척 어색하게 거짓말하면 자기 스스로가 너무 어색하고 쑥스러워져서, 그냥 사실대로 말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닌게 아니라, 내가 꼭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알것만 같다. 도무지 능청스럽게, 숨기고 하는데 능하지를 않다. 숨기려하면, 몸이 배배꼬인다거나, 웃음이 터진다거나 하여튼 다 알 수가 있다.

모두가 있는대로 말하는데 부담스러워 하는 사회라서 그랬는지, 사람들은 노무현의 말들을 두고 무슨 승부수니 뭐니 하며, 때로는 그의 말이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정치하지 마라. 라는 제목으로 지난 3월 4일에 그가 그의 홈페이지에 올려둔 글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돈의 수렁 -돈정치는 많이 개선이 되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치에 돈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돈을 조달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전에 비하면 후원회 제도가 많이 정비되기는 했지만, 지역을 관리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의원에게는 한참 부족합니다. 원외 정치인의 사정은 참담하다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가끔 뭘 먹고 사느냐? 세금은 얼마나 냈느냐? 이런 질문이라도 받는 날이면 참으로 난감한 처지가 됩니다. 원외 정치인은 둘러댈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돈벌이를 할 방법도 없습니다. 국회의원에게는 연금제도도 없습니다. 결국 노후는 대책이 없습니다. 원외 정치인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스스로 돈이 많은 부자이거나 샘이 깊은 후원자라도 있는 복이 많은 정치인에게는 이런 이야기는 해당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어디 많겠습니까? 또 그런 사람만 정치를 하는 나라 정치가 과연 잘될 것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언젠가 정치와 돈에 관한 이야기도 글로 써볼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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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가난 -좀 막연한 짐작입니다. 이미 그런 처지에 빠진 정치인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옛날에는 돈을 좀 모은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보통의 정치인에게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자녀들의 형편이나 관계도 과거와는 아주 다를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정치를 하는 동안 옛날 친구들과는 점점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기도 하고, 생각과 정서도 달라지기도 하고, 손을 자주 벌려서 귀찮은 사람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다른 정치인들은 저와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그러나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돈도 친구도 없는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어느 직업보다 높을 것입니다.

이러한 토로는 경험에서 나오는 말일게다. 결국 그가 걸어야 했던 어떤 진흙밭, 뻘밭이 있었다는 것. 전에도 그는 종종 이러한 투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감히 1급수라고 자부하지 않겠노라고' ...

나는 한국 사람들에게 도둑놈 심뽀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땅에서, 하여튼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열매가 저절로 맺혀주기만을 바라는 심뽀가... 정치인에게도, 혹은 다른 어떤 분야의 사람들에게도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에 비해 그러한 요구가 합리적일수 있게 해주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함께 책임을 느끼고 기꺼이 동참하는 사람은 극히 적다.

정치가 썩었으면, 그게 정녕 정치인 개인의 책임으로 몰면 그만일까? 그래서 떡찰들이 노무현이 부패덩어리인것을 증명해 내면, 한국정치는 이제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가? 그렇다고 하면, 나는 기꺼이 떡찰에게 박수를 보내준다. 하지만 나는 이런게 개똥같은 질문임을 안다. 집단으로서의 한국사람들은 문제가 나왔을 때, 문제와 관련된 사람을 하여간에 조져대는데는 아주 능하지만, 정말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결하는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형식만이 중요하고, 디테일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2006년 일년간, 나는 열린우리당에 당비 16000원을 냈다. ( 나야 머 좋지~ 참조) 설마 내가 무슨 노뽕맞은 정치중독에다가 돈이 남아서 그랬겠는가. 액수로 보자면, 참 가소롭고 보잘것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노무현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이렇게 소소하고 작은 노력들이 바로 그 시대의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묻는다. 진실을 알기 전에 부패니 뭐니 떠드는 사람들, 당신들은 그 시절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나는 한국정치와 정치인 욕할 자격을 돈내고 사둔 사람이다. 노무현을 욕할 자격, 나에게 우선이다.

3 Responses to “척박한 땅에서,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열매를 기대하지 말라”

  1. glow says:

    수학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만 여기에서의 깊이 있는 수학 글을 보고 가끔 찾습니다.

    지금 현상황에 한숨이 나옵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현 정권이 노리는 것은 노무현이 아니라
    노무현이 뿌려놓은 정신을 황폐화 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아무런 구심점이 없어
    이런 상황에 아무런 적극적 대응도 못하고
    상황이 흘러가는데로 바라 보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2. 그런깜냥 says: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는 대선 당시에 노무현을 지지하진 않았지만, 그가 '앞으로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 며 남겨놓고 간 것들을 매우 존중하고 있습니다.

    윗분이 말씀하신것 처럼...이번 일로 인해 온 국민이 그가 남긴것들을 부정하거나, 정치권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대될것만 같아 정말 걱정이 됩니다.

  3. pythagoras says:

    glow/, 그런깜냥/ 아마도 저마다 정치가 썩었다고 한바탕 소란피우고 혐오하고는 다른 큰일 터져서 그냥 지나가겠죠. 한두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