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명 건설 방안 (3) : 좋은 수학책으로 가득찬 공공도서관

셀베르그 (1917-2007)는 1950년에 필즈메달을 수상한 수학자인데, 그가 1988년에 라마누잔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 Reflections Around the Ramanujan Centenary 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There is also another thing which, I think, is rather important, and this is the school mathematics. I have talked with many others who became mathematicians, about the mathematics they learned in school. Most of them were not particularly inspired by it but started reading on their own, outside of school by some accident or the other, as I myself did. I think mathematics in the school definitely should be revised in such a way that it gives more of a sense of discovery and excitement. I think, in this, the teaching of mathematics often differs from the teaching of the other sciences which in the school is usually better carried out and does give a sense of discovery and excitement. And besides the schools, I think, it is also important for the development of possible future Ramanujans, that public libraries should stock a reasonable amount of mathematical books that could inspire and really interest someone who wants to find something outside of his school curriculum. This is one important thing that can be done in the future for making it easier for any future Ramanujan.

라마누잔의 인생이 남겨준 교훈을 정리하는 데서, 학교 수학 교육의 개선점과 수학책이 잘 구비된 공공도서관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다름이 아닌, 미래의 라마누잔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셀베르그 자신은 수학책을 접하기 좋은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가 어린 시절 라마누잔의 공식들을 본데서 큰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역시 강연에 잘 나와 있다.

수학자의 탄생은 일종의 만남에서 온다. 그 만남이라는 것은, 사람일수도 있고, 어떤 책 속에서 보이는 무언가일수도 있다. 사람이든 책이든 아무튼 중요한 것은 창초적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만남이라는 것이다.

역시 필즈메달리스트인 수학자 그로센딕의 일화가 참 재미있다.

The great mathematician Alexander Grothendieck once wrote, "Around the age of twelve...I learned the definition of a circle. It impressed me by its simplicity and its evident truth, whereas previously, the property of 'perfect rotundity' of the circle had seemed to me a reality mysterious beyond words. It was at that moment... that I glimpsed for the first time the creative power of a' good' mathematical definition... still, even today, it seems that the fascination this power exercises over me has lost nothing of its force."

(Lines and curves 라는 책의 preface에 언급)

원의 정의를 알고나서 혼자 부르르 떨고 있는 열두살의 소년... 원의 정의와 그의 만남의 순간이, 열정으로 가득한 창조적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음은 틀림이 없고, 위대한 수학자 한명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나에게 훌륭한 교사란 지식의 전달에 능한 자가 아니라, 열정을 전파시키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교사의 자질을 확 끌어올릴 방법이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겠지만, 그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열정을 감염시키는 교사는 결코 흔치 않다. 나는 적어도 학창시절에 그런 교사를 만나지 못했다. 한국에서 수학교사를 뽑을때, 그 중요한 자질로 자신의 열정을 얼마나 학생에게 잘 전파시키는가 하는 것을 반영시킬 방법이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비록 다 큰 어른들이지만, 교사들도 열정을 감염시킬 타겟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수학 문명 건설 방안 (1) : 복제 문명의 정도' 에서는 한국말 수학용어들의 지속적인 확장을 위한 번역을 말했고, '수학 문명 건설 방안 (2) : 대학 강의실에 카메라를 돌려라'에서는 좋은 대학강의의 녹화 및 공개를 말했다. 그렇게 쌓인 컨텐츠들을 가지고, 나라 곳곳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지어, 좋은 수학책으로 가득 채울수 있다면!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 또 지속적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열정을 감염시키는데 재주가 있는 수학 교사들과 그 인근 지역 수학자들의 수준높은 대중강연이 펼쳐진다면!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치고, 무서리가 내렸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매우 비과학적임에도 불구하고 진실이다. (새 시대의 윤리학 참조) 그리고 내가 지금 농반진반으로 하고 있는 이 얘기들은, 바로 이 진실에 그 뿌리를 둔다.

3 Responses to “수학 문명 건설 방안 (3) : 좋은 수학책으로 가득찬 공공도서관”

  1. Joyh says:

    꼬맹이 생일상이 산해진미로군요 ㅎㅎ
    http://bomber0.byus.net/index.php/2005/03/01/206
    새 시대의 윤리학 링크가 잘못 걸린듯 ;)

  2. daewonyoon says:

    그로센딕의 일화는 처음 듣는데, 제가 원의 정의를 들었을 때의 감흥이랑 비슷하네요. 저도 아마 중학교에 학년이 바뀔 때 쯤, 어딘가의 학원에서 샘플 강의 시간에 원의 정의를 의미심장하게 들었었는데요. 선생님이 "원의 정의가 무엇인지 아느냐?"를 묻다가 바로 답을 말했는데, 당시에는 금방 그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어서 아는척 했었지만, 돌이켜 볼 수록 정의란 멋진 것이다란 걸 느낀 것 같아요. 그 학원에 다시 가지 않았는데, 그 기억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래요.

  3. [...] 대충 눈대중으로 수학책은 200권정도 될까.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다.  수학 문명 건설 방안 (3) : 좋은 수학책으로 가득찬 공공도서관 에서 밝힌대로, 공공도서관이야말로 미래의 라만누잔들이 양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