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비에 대한 단상

한달 전의 야후 설문조사(야후! 설문, 네티즌 72% "경제위기, 이제부터가 시작" )에 따르면, 경조사비는 다음과 같이 불황에 부담스러운 지출 1위로 꼽혔다.

이러한 불황이 체감 단계에 이르면서 '불황에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 전체 2,129명의 응답자 중 39%에 해당되는 828명이 '경조사비'를 꼽았다. '결혼식', '돌', '부고' 등은 줄이거나 안 할 수 없어서 부담이 큰 것. 이어 '사교육비'가 22%(472명)로 2위, '옷이나 화장품'이 17%(365명), '술값 등 유흥비'가 15%(325명)로 각각 3, 4위로 나타났다.

한국사회는 기본적으로 개인을 보호하는 측면에 있어서 공적인 영역이 합리적으로 발달되어 있지를 않고, 개인들 스스로가 살아남을 방도를 찾도록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연고주의는 바로 여기서 싹튼다. 연고로 잘 짜여진 사회는 공적영역의 발달을 저해하고, 역으로 발달되지 못한 공적영역은 다시 개인들로 하여금 인맥찾아 삼만리를 헤매도록 만든다.

경조사비는 대한민국 연고주의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봉투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진 동맹을 상징한다. 힘들때 서로서로 빽이 될 것임에 대한 서약이랄까.

어른들이 주말에 결혼식 다녀오는 횟수를 보고있노라면, 그 귀한 주말 시간들을 너무나도 아깝게 탕진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바하문트 님께서는 결혼을 집안과 집안 사이의 인수합병이라고 표현했는데, 경조사비는 이 인수합병된 조직에 대한 일종의 투자금이라 할까?

사실 경조사비는 보험같은 제도가 없었던 전통사회에서 일종의 사회부조 기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경조사비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사회에 무슨 기능을 하고 있는가? '불황에 부담스러운 지출 1위'가 된 경조사비라면 이러한 경제위기의 시절은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로 삼을만하지 않을까? 위의 설문보다는 훨씬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게 쉬운 문제는 아닌 것이, 각 개인들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주는 봉투의 횟수는 많아도 오는 봉투의 횟수는 적다는 문제가 있다.

봉투만 왔다갔다하는 아무런 생각없는 허례허식말고, 죽음과 삶, 인간의 성장에 대한 진실된 성찰에 바탕한 경조사 문화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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