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피타고라스 정리의 비밀’ 단상

이전에 한국에서 제작된 수학다큐가 있었는가 잘은 모르겠지만, 이번 EBS 다큐는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장을 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국내 최초의 수학드라마는 '눈의 여왕' ㅋㅋ (문근영 기하학 맨 아래 코멘트 참조).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간 좋은 작품을 만든것 같아 흐뭇하구요. 그동안 이 블로그에서 언급했던 주제들도 참 많이 등장했던 것 같네요.

미분기하학을 전공한 서울대의 김홍종 교수님이 자문 및 감수를 했다니, 스토리가 "피타고라스의 정리 -> 비유클리드기하학 ->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 으로 진행된 것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들자면, 피타고라스를 말하면서 음악을 언급하지 않았다는거,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네요. 사실 피타고라스의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는 음악 속에서 수학을 발견했다는 것이죠. 서로 조화를 이루는 음들과 자연수의 비가 관계가 있다는 발견말입니다. 다큐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피타고라스의 믿음 '모든 것은 수다' 를 말할 때, 피타고라스에게 있어서 '수'라는 것은 유리수의 범위까지만을 말한다고 하죠. 피타고라스가 음악 속에서 발견했던 자연수의 비, 그 사실이야말로 피타고라스의 믿음을 떠받쳐준 자연의 신비였고, 루트2가 무리수라는 것이 발견되었을 때, 그것이 학파 내의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은, 이러한 배경을 알 때, 좀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음악 속에 수학이 있다는 사실 - 저는 사실 이걸 대학에 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시절, 기숙사 방 PC앞에 쭈그려 앉아 보던 도올의 논어이야기에서 도올이 음계라는 것이 1부터 2 사이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하던 때가 있었던 것 같네요. 사실 중고등학교의 수학선생님들이 대학에서 교육받는 방식을 생각해 본다면, 그런 사실을 대학생이 될때까지 아무도 언급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하나도 놀랍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문제가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의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교육은 지금껏 수학 자체의 지식을 전달하는데만 집중을 해왔지만, 앞으로의 수학교육은 수학이라는 학문이 우리의 문명, 역사, 사회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잘 전달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다음번 수학다큐를 제작한다면, 피타고라스가 음악 속에서 발견한 수의 비밀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봐도 재밌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독특한 수학문명을 건설했던 고대 그리스의 음악은 과연 어떠했을 것이며, 유리수의 비율에 기초한 순정률과 무리수의 세계로 발을 뻗은 평균율 음계의 대비, 음은 왜 하필 12개인가, 동양의 음계와 서양의 음계의 비교, ... , 푸리에의 해석학이 가져온 혁명, 컴퓨터가 열어 주고 있는 새로운 음악의 가능성, CAN ONE HEAR THE SHAPE OF A DRUM? 등등 말이죠. 소리와 영상을 모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큐야말로 이런데 있어서는 가장 훌륭한 매체가 아닐까요.

어쨌든 앞으로도 수학을 주제로한 이런 좋은 다큐 제작과 같은 노력들이 중단없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BBC다큐가 부럽지 않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 부럽지 않은 날이 올텐데 말이죠. 교양있는 수학자와 수학교사 한 10명 정도만 의기투합, 팀을 만들어 활발하게 움직인다면, 엄청난 파괴력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말이죠...

9 Responses to “EBS 다큐 ‘피타고라스 정리의 비밀’ 단상”

  1. 애기똥풀 says:

    CAN ONE HEAR THE SHAPE OF A DRUM - 은 엠스퀘어에서 발행하는 MathLetter 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수학 다큐멘터리는 굉장히 새로워요 >_<

  2. pythagoras says:

    애기똥풀/ 이런게 더 많으면 좋을텐데, 갈 길이 멀군요. 공부 열심히 하시길... 책 보내준건 많이 보셨나 ㅎㅎㅎ

  3. 애기똥풀 says:

    ㅇㅅㅇ
    노트북에 내려받아서 몇 페이지씩 읽고는 있습니다...만

    바빠서요 ㅠㅠ 입시 끝나고 주력해서 읽을 듯 합니다. >_<

  4. 천년감자 says:

    다큐는 확실히 파급력이 높은 것 같습니다. 다만 확실히 수학/과학 다큐는 한국에서 발달을 못해도 너무 못한터라...안타깝네요.

  5. pythagoras says:

    애기똥풀/ 수고좀하세요~ ㅋ

  6. pythagoras says:

    천년감자/ 다큐가 발달 못했다기 보다는 제작의 더 기초가 되는 수학에 대한 관심이라던가 출판 문화 같은 것이 부실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차차 좋아지겠죠 뭐~

  7. croydon says:

    3부나 되는 걸 기획하기 힘들었을텐데 꽤 잘 만들었더군요. 깔끔한 컴퓨터 그래픽도 좋았고요. 뒷부분에 쓰신 음악-수학 관계에 대한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참 볼만할텐데요.. 작곡과 화성학을 수학적으로 분석한다든가, 나이키스트 정리나 음악 인식/검색 분야나.. ㅎㅎ

  8. 코난 says:

    칼포퍼가 쓴 추측과 논박이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피타고라스가 무리수의 존재를 발견했을때의 놀라움, 그리고 님이 말씀하신대로 피타고라스와 음악과의 관계같은 것들이 들어 있던 기억이 나네요..

  9. pythagoras says:

    코난/ 그런 책이 있나요? 한번 살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