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바리도 이해할 수 있는 군론 (group theory) 입문 (3):대칭의 언어

20세기 수학자 헤르만 바일이 쓴 'Symmetry'라는 책이 있다. 교양을 위한 수학책이라 할 수 있지만, 내가 학부생 시절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이 책은 수학 섹션이 아닌 예술 섹션에 꽂혀 있었다. 그 책의 초반부에서 바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Symmetry is one of the ideas by which man through the ages has tried to comprehend and create order, beauty, and perfection.
대칭은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그를 통해 질서, 미, 완벽함과 같은 것들을 이해하고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던 관념 중의 하나이다.

국어사전은 대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칭 (對稱) [대ː-] 「명」
「1」『물』한 결정 입자를 다른 결정 입자에 반사시키거나 어떤 축을 중심으로 회전시켰을 때 다른 결정 입자와 포개지는 성질. ≒상칭(相稱).
「2」『미』균형을 위하여 중심선의 상하 또는 좌우를 같게 배치한 화면 구성. ≒균제(均齊)〔2〕˙대칭 구성˙좌우 상칭〔2〕.
「3」『어』=제이 인칭.
「4」『수1』점˙선˙면 또는 그것들의 모임이 한 점˙직선˙평면을 사이에 두고 같은 거리에 마주 놓여 있는 일. 점인 경우에는 점대칭, 직선일 경우에는 선대칭, 평면일 경우에는 면대칭이라고 한다. ≒맞맞이˙맞섬.

누구나 대칭이란 말에 대한 어떠한 이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위의 국어사전과 비슷한 무언가를 포함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사전은 무언가 부족하다. 각각의 항목에 대하여 비슷비슷한 말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하나로 명료하게 포괄하지를 못하고 있다. 도대체 대칭을 무엇이라 하는게 좋을까?

지금까지 내가 지니고 있는 가장 좋아하는 '대칭'에 대한 정의(?)는 이것이다.

변화 속의 불변

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시적 표현인가? 모두 이 말을 위의 국어사전에 나온 설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에 따르자면, 어떤 대상이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대상이 '변화 속의 불변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대칭의 정의는 대칭이라는 말에 연관된 두 가지 요소를 구분한다. 하나는 '변화'들, 다른 하나는 그 변화에 따라 '불변하는 대상'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군론이 등장한다. 군이란 바로 어떤 불변성을 가진 대상에 대한 '변화'들의 모임인 것이다!

그렇다면 군을 소개하기 위해 예로 들었던, {차렷, 좌향좌, 우향우, 뒤로돌아}라는 군은 도대체 대칭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 명령들이 내려지고 있던 훈련병은 도대체 무슨 불변성을 가지고 있던 것인가? 사실 훈련병은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끌어들인 장치에 불과했고, 사실 본질은 바로 다음과 같은 그림이다.

더 유명한 것으로, 만자문 또는 Swastika 라고 불리는 다음과 같은 형상들이 있다.

위키에 따르면 swastika는 산스크리트어 기원으로 행운을 뜻하는 상징이라 한다. 나치만 없었어도, 상대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을 문양이었다. 어쨌든 헤르만 바일이 언급한 '질서, 미, 완벽함'같은 것들은, 아마도 대칭성이 가져오는 신비로움, 영적인 힘 같은 것들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저 문양들은 모두 다르게 생겼지만, {차렷, 좌향좌, 우향우, 뒤로돌아}라는 동일한 변화들의 모임에 의해 불변성을 갖는다. 또한 네 개의 복소수로 이루어진 군 [math]\{1,i,-1,-i\}[/math]은 {차렷, 좌향좌, 우향우, 뒤로돌아} 와 동일한 수학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수학자들은 이렇게 이름만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군들을 추상화하여 모두 C4(cyclic group of order 4) 라고 부른다. 이러한 방식으로 '군'의 개념은 이러한 사실상 달라 보이지만 똑같은 '대칭'을 분류하는데 있어, 강력한 언어를 제공해 주게 되는 것이다!

이번 편에서 소개한 '대칭'의 개념은 사실 나같은 사람이 함부로 건드리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주제였고,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 다른 각 분야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군바리도 이해할 수 있는 군론 (group theory) 입문'시리즈는 여기서 마무리한다.

12 Responses to “군바리도 이해할 수 있는 군론 (group theory) 입문 (3):대칭의 언어”

  1. 나비 says:

    여기서 마친다니 아쉽네요.
    또 다른 흥미로운 포스트 기다려지네요.

  2. 살림 says:

    늘 기대하며 들어옵니다.
    수고하신만큼 제가 이해를 해야 하는데
    그건 좀 딸리고..^^
    그래도 두고 두고 곱씹어가며 읽어보겠다는 다짐만...-_-;;
    돈 많이 벌면 연구비 후원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험험..^^

  3. pythagoras says:

    나비/ 입문편이라 짧습니다 ㅋ

  4. pythagoras says:

    살림/ 뭐 기대하며 들어온다는 말씀으로도 충분합니다. ㅋ

  5. 아이수 says:

    참고 서적 부탁 드립니다.

    밥벌이를 위해 정수론 보려던 생각을 바꿔서
    이것부터 봐야겠어요.^^

  6. 아이수 says:

    그냥 대학용 대수학책 보면 되나요?

  7. croydon says:

    4편은 안 나오나 했는데 다시 보니 여기서 완결이군요. 잘 읽었어요. 군바리 비유는 정말 짱입니다~

  8. ugha says: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에딩턴의 말 "어떤 super-mathematics가 있어서 우리가 뭘 다루는지 뭘 하는 상태에서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문제를 풀 수 있다. 그게 바로 군론이다."

  9. pythagoras says:

    아이수/ 학부생용 대수학 책은 대부분 군론을 다룰 겁니다~

  10. 아이수 says:

    대칭 처음 보고 든 생각이
    손오공과 부처님 손바닥이었어요.

    군이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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