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바리도 이해할 수 있는 군론 (group theory) 입문 (2): 결합법칙

지난 글 '군바리도 이해할 수 있는 군론 (group theory) 입문'에서는 {차렷, 좌향좌, 우향우, 뒤로돌아} 이라는 집합이 '군'이라는 수학적 구조를 이룬다는 것을 보였다. 그리고 결합법칙에 대한 설명을 따로 떼어두었다. 주어진 이항연산이 다음과 등식을 만족시킬때, 우리는 결합법칙이 성립한다고 말한다.

(a.b).c = a.(b.c)

{차렷, 좌향좌, 우향우, 뒤로돌아} 에 주어진 연산은 왜 결합법칙을 만족시키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것들은 뺑뺑이를 돌고 있는 훈련병에게 주어지는 명령이기 때문이다! what??? ?@@?

(좌향좌.뒤로돌아).우향우 = 좌향좌.(뒤로돌아.우향우) 가 성립하는 이유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좌향좌.뒤로돌아).우향우 라는 명령이 연달아 내려왔다면, 훈련병은 그저 좌향좌, 뒤로돌아, 우향우 동작을 연달아 하면 그만이다. 좌향좌.(뒤로돌아.우향우) 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면, 역시 좌향좌, 뒤로돌아, 우향우의 순서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결합법칙이 성립하지 않을수가 없다!

(너무 당연한 것을 말하고 있으니,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잘 따라온 사람들은 군론에 대한 소개를 받았고 더 나아가 '군표현론'(group representation theory)의 철학까지 소개받고 있다.)

지금 여기 네 가지로 명령들로 구성된 집합이 있고 그에 따라 뺑뺑이를 도는 훈련병이 있다.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group of transformation 이 있고, 그 각각의 transformation (즉 하나하나의 명령들) 에 따라서 변화하고 있는 대상(훈련병)이 있다. 개개의 transformation 사이의 연산이, 그저 대상에 주어진 명령들을 순서대로 행하는 것과 같다면, 이러한 연산은 당연히 결합법칙을 만족시킨다.

지금까지의 당연하게만 들리는 이야기 속에 담긴 힘을 보여주기 위해, 행렬의 곱셈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고등학교 수학과정에서 행렬이 등장하고, 행렬의 곱셈도 정의한다. 그리고 행렬의 곱셈은 결합법칙을 만족시킨다는 것도 교과서도 나온다. 그러나 왜 행렬의 곱셈이 결합법칙을 만족시키는지는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행렬의 곱셈은 정의부터 이상하지 않았는가?

[math]\mathbf{A} = \begin{pmatrix}
a & b \\
c & d \\ \end{pmatrix}, \mathbf{B} = \begin{pmatrix}
e & f \\
g & h \\ \end{pmatrix}[/math]

라고 한다면, 행렬의 곱셈은

[math]\mathbf{AB} = \begin{pmatrix}
ae+ bg & af+bh \\
ce+dg & cf+dh \\ \end{pmatrix}[/math]

로 정의된다.

먼저 행렬의 곱셈은 왜 이렇게 괴상하게 정의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하나하나의 행렬들은 함수이기 때문이다!

2차원 평면상의 점 (x,y)를 (ex+fy, gx+hy)로 보내주는 함수 f 가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함수 g 가 있어 (x,y)를 (ax+by,cx+dy)로 보내준다고 하자. 그렇다면 함수 f와 g의 합성은 (x,y)를 어디로 보낼까?

계산을 해 보면 이렇다.

[math] f : (x,y) \mapsto (ex+fy, gx+hy) [/math]

[math] g : (ex+fy, gx+hy) \mapsto ( (ae+ bg)x+(af+bh)y, (ce+dg)x+(cf+dh)y ) [/math]

이 결과를 가만히 잘 들여다 보면, 함수 f의 역할을 행렬 B가 할 수 있고, 함수 g의 역할을 행렬 A가 한다고 하면, 함수의 합성 g o f 의 역할은 행렬 AB 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렬의 곱셈을 저리 괴상하게 정의한 이유는, 바로 행렬들을 함수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선형대수학 제일의 철학, '선형사상은 행렬과 같다' 는 말이다. (사상 = 함수)

지금까지 한 얘기들을 모두 정리하면 이렇다. 여러개의 명령들이 있고, 그에 따라 뺑뺑이를 도는 훈련병이 있다면, 명령들 사이의 연산에서 결합법칙은 당연하게 성립한다.

각각의 2x2 행렬들을 하나하나의 명령들로 이해한다면, 뺑뺑이 도는 훈련병 역할을 2차원평면이 맡는다. 각각의 행렬들은 2차원 평면에 내려지는 명령들로 이해할 수 있다. 행렬 A,B이 있고, B,A 의 순서로 2차원평면상에 명령을 내릴 경우, 그 결과는 AB라는 행렬이 하는 명령과 동일하다.

그리고 세 개의 명령 A,B,C가 있어 C,B,A의 순서로 명령이 내려진다면, 그 명령은 행렬 ABC 가 하는 역할과 똑같다.

그러므로 행렬들의 곱셈은 결합법칙을 만족시킨다!!

[math]A(BC)=(AB)C[/math]

행렬 세 개를 가지고 계산하지 않고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길었던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여기서 감동하지 않은 사람은 지금까지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거나, 이해하지 못했거나 둘 중의 하나!!

다음 이야기는 '군론입문'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군론은 왜 '대칭'을 이해하는 언어가 되는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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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sponses to “군바리도 이해할 수 있는 군론 (group theory) 입문 (2): 결합법칙”

  1. mathemedicine says:

    이항연산이 위와 같은 방법(훈련,선형사상)으로 해석가능하면 gㅇf (X) = g(f(x)) 가 되어 결합법칙이 성립하는 것이군요
    즉, 좌변은 이항연산에의한 표현이고 우변은 그것의 해석에의한 표현 (해석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군요)

    이런 이해방법이 맞나요?

  2. pythagoras says:

    mathemedicine/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한마디 첨가하자면, 이항연산 자체가 저러한 합성을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사실은 맞는 것이겠죠~

  3. mathemedicine says:

    이항연산 중에서 결합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것도 있으니 이항연산 자체가 모두 합성을 통해서 만들어진건 아닌 같은데요...물론 유용한(?) 이항연산은 제외하고요.

    혹시,, 결합법칙이 성립하지 않으면서 유용한(?의미있는?) 이항연산이 있나요?

  4. mathemedicine says:

    아..훈련이항연산이나 행렬의 곱셈 자체가 합성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말이였군요 ㅎ

  5. mathemedicine says:

    이항연산에서 항등원이 존재하면 (xㅇy)ㅇe = xㅇ(yㅇe) 가 되어 결국 결합법칙이 성립.
    역으로 결합법칙이 성립하지 않으면 항등원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의미있는 이항연산이 아닐 것 같다는 결론이... ... ...

  6. 아이수 says:

    루빅스 큐브에 한참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풀이법을 군이론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네요.^^

    뺑뺑이에는 군이론이 짱이겠군요.

  7. 아이수 says:

    그럼 군이론을 쓰면 선을 구부려서 끝과 끝을 이어서 원을 만드는 것도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그보다 그런 걸 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군이론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이미 그런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8. pythagoras says:

    mathemedicine/ (xㅇy)ㅇe = xㅇ(yㅇe) 가 성립하므로, 결합법칙이 성립한다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모든 x,y,z에 대하여, (xㅇy)ㅇz = xㅇ(yㅇz) 가 성립해야 하니까요.

    결합법칙이 성립하지 않지만, 수학적으로 중요한 녀석들로는,
    octonion (http://en.wikipedia.org/wiki/Octonion)
    Lie algebra (http://en.wikipedia.org/wiki/Lie_algebra)
    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octonion은 항등원이 존재하지만, 결합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9. pythagoras says:

    아이수/ 넵. 루빅스 큐브의 모든 것은 군론으로 설명가능합니다. ^^ 군론을 써서 '선을 구부려서 끝과 끝을 이어서 원을 만드는 것'이 무슨 뜻으로 하신 건지 잘 모르겠는데, 비슷한 것이 있긴 합니다. space = universal covering / discrete group 의 방법으로 공간을 만드는 것은 위상수학의 중요한 개념입니다.

  10. mathemedicine says:

    는 생각에 (xㅇy)ㅇe = xㅇ(yㅇe) 을 이용하면 결합법칙이 유도될 줄로 생각했네요. . . 포스팅과 링크자료 감사합니다~

  11. mathemedicine says:

    '이항연산을 합성으로 바꾼다는 생각'으로 (xㅇy)ㅇe = xㅇ(yㅇe) 을 이용하면 결합법칙이 유도될 줄로 생각했네요......포스팅과 링크자료 감사합니다~

    그런데, 댓글 수정 및 삭제 기능을 만들 순 없나요?

  12. pythagoras says:

    mathemedicine/ 댓글 수정 및 삭제를 묻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게을러서.... ㅎㄷㄷ 훗날을 기약해봅니다

  13. 아이수 says:

    큐브 관련 부분 찾아봤더니 꽤 길더군요.@@

  14. pythagoras says:

    아이수/ 뭐 하나 배우려면 만만한게 없습니다 ㅋ

  15. 으미... says:

    무슨 말씀인지..., 뭔가 대단한 말씀을 하신 거는 같은데, 이해는?...ㅎㅎ...^^* 함수가 기본적으로 결합법칙이 만족해서('맞나?') 함수를 고대로 가져온 행렬도 당연히 결합법칙이 성립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는 말씀인가요??

    뭐 질문드리려 댓글 남긴다기 보다는(기본지식이 없으니 답변을 주셔도 이해를 못할 거 같음), 님께 감사인사드리려고 글 남깁니다. 한글로 운영되는, 이런 알찬 싸이트가 있다는 것이 넘너무 고맙습니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닐텐데, 이렇게 봉사를 해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가히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특히 그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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