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8이란 무엇인가 (3) : 8차원의 눈꽃송이

지난 글 'E8이란 무엇인가 (2) : 8차원에서 내려온 그림자'에서는 polytope로서의 E8에 대해 얘기했다. (polytope에 대해서는, H. S. M. Coxeter의 Regular Polytopes 라는 책이 경전과 같은 반열에 올라있다. 하지만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나, 읽기가 그렇게 수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녀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어느 점이 특별한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polytope의 점들의 8차원에서의 배열이 왜 특별한지에 대해서 얘기하려 한다.

예전에도 이미 짤막하게 Kissing Number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약간 중복되는 것이 있지만, 그냥 반복한다. 2차원 평면 상에서, 하나의 동전을 가운데 두고, 그 동전 주변에 최대로 붙일 수 있는 동전의 개수는 6개가 된다.

그리고 3차원 공간에서, 하나의 구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최대로 붙일 수 있는 구의 개수는 12개이다.

2차원의 동전, 3차원의 구에 해당하는 도형은 물론 고차원에도 존재한다. 다음과 같은 부등식을 만족시키는 점들은 n차원에서, 중심이 원점에 있는 반지름이 1인 n차원 구가 된다.

[math]x_1^2+\cdots+x_n^2 < 1[/math]

그리하여 Kissing number 문제는 n차원에서, 하나의 n차원 구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최대로 붙일 수 있는 n차원 구의 개수는 몇개인가를 묻는 문제이다.

2차원에서는 6, 3차원에서는 12. 그렇다면 4차원에서의 답은 얼마일까? 무척 쉬워보이는 문제지만, 놀랍게도 24가 답이라는 증명은 2003년에야 얻어졌다 !! (The kissing number in four dimensions, Oleg R. Musin)

보기보다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5차원부터는 완전히 열려있는 세계. 답을 구하면 당신은 유명해 질 수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미 답이 알려져 있는 고차원이 두 개 있다. 8차원과 24차원이 바로 그것이다. 8차원과 24차원이 수학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차원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블로그 주인장은 수학에서 숫자 24의 마법같은 등장에 매료되어 있는 사람이다) Kissing number 문제의 24차원에서의 답은 196560, 8차원에서의 답은 240이다.

240!!

8차원에 존재하고 있는 E8 polytope의 240개의 꼭지점들은 원점에서 떨어져 있는 거리가 모두 같은데, 이 길이들을 원점에서 1이 되도록 만들어 준다면, 이 점들의 위치는 바로, 8차원에서 240개의 구가 단위구에 접하는 점들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배열은 (3차원에서와는 다르게) 유일하게 존재한다!! (이 사실에 대한 증명은 Conway와 Slaone의 Sphere Packings, Lattices and Groups ,chapter 13과 14에 있음.) 8차원의 polytope가 아닌, 이 꼭지점들의 배치 역시 E8이라 부른다.

kissing number 문제의 해답을 주는 점들의 배치가 2차원에서는 육각형 눈꽃송이를 만들어낸다면, E8은 8차원의 눈꽃송이라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데카르트의 눈 스케치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고, 가야할 길은 까마득히 멀뿐더러, 이제 그 길은 점점 더 험해지는데... 이 정도면 됐다? 아님 한번 끝까지 가보겠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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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Responses to “E8이란 무엇인가 (3) : 8차원의 눈꽃송이”

  1. 애기똥풀 says:

    끝까지~ 갑시닷 :)
    (이라기보다는 데려가주세요 -_-;)

  2. jinto says:

    일단 어제보다 이해하기 쉬웠어요. ^^

  3. ugha says:

    멋집니다~

    2차원에서는 6각형, 3차원에서는 정이십면체네요. 격자를 만들 수 있는 n차원에서 가장 복잡한 단위도형과 관계가 있나요?

  4. ugha says:

    끈이론이 존재할 수 있는 차원도 8+2, 24+2차원이죠?

  5. 아일턴 says: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요 암암 ^^;

  6. pythagoras says:

    ugha/ 정이십면체의 배열은 격자를 만들지 못하구요. 3차원에서는 격자를 만들수 있는 12개의 구의 배열도 있습니다. 중요한 격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합니다.

    끈이론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얘기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많지가 않네요. ㅋ

  7. romance says:

    처음 글을 남깁니다. 수학교사인데요, 정말 학구열을 불러 일으키는 블로그네요....

    많은 걸 느끼게 해주십니다. 감사.

  8. pythagoras says:

    romance/ 반갑습니다. 수학교사 분이시라면 http://pythagoras0.springnote.com/ 에 합류를 해주십사~ ㅎㅎ

  9. Shin Gyo-Seon says:

    수학에 문외한이지만 한마디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어서 글을 남깁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공간은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12라는 수가 기본인 것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간은 12시 60분 24시간 12달 24절기 등 뼈대가 12처럼 보입니다.
    공간도 인식하고 파악할 때 12가 뼈대인 것처럼 되어 있고 3차원 공간에 존재하는 기기들도 관련있습니다
    힘을 받으며 맞물려 도는 톱니바퀴가 12가 뼈대로 되어 있어야 설계도 쉽고 만들기도 쉽고 작동하는데도 효율적이니까요 여기 글 올리신 내용에 3차원공간에 하나의 구가 있고 근처에 최대로 배치할 수 있는 공의 수가 12개라는 것 그리고 그 상위차원에 대한 내용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내용은 파이에 대한 것입니다.
    보통 3.14...로 끝없이 이어지는 숫자는 10진수를 바탕으로 하기에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되고 이를 증명한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문제는 원이라는 것이 3차원에 2차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그 지름과의 관계를 10진수로 풀었다는 것인데
    만일 12라는 숫자가 3차원 시공간의 기본뼈대로 이를 재해석 한다면 파이는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요 모든 사용하는 기본적인 숫자의 갯수를 12로 해서요 끝없이 반복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표현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합니다.
    알고 있는 지식이 보잘것 없기에 수학적 도구를 이용한 생각과 분석 그리고 사고를 진행할 수가 없어서 ..

    우리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무의식적으로 느끼는)은 분명 10이 아닌 12와 관련성이 더 있다고 생각되는데 파이도 그렇치 않을까요?

  10. pythagoras says:

    Shin Gyo-Seon/ 파이의 정의는 기하학적인 것이고, 그것이 무리수라는 것 또한 십진법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십진법을 사용하여 3.14... 로 표현하는 것은 파이의 수학적 성질과는 관계가 없으며, 12진법을 써도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11. 찬란한 says:

    .....그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시간을 초월하여 안배한 신의 생각과 사유가 깃들어있다 합니다.
    허나 이 우주에 대해 내가 고안한 것들을 너희들이 지금현재로서 무엇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 하십니다.
    이런 자연과 세상에 대한 이치와 이론들보다 더욱 경이롭고 찬란한건 인간에 대한 신의 안배가 아닐까요?ㅎㅎ;;

    좋은 사이트 알게 되었네요. 끈이론이 아닌 만물이론을 접하고...검색해서 왔는데
    리만가설접하며 알게된 제타함수관련 카테고리도 보여 냉큼 즐겨찾기화 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