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June, 2008

미국은 어떻게 여소야대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Friday, June 20th, 2008

나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정당의 모델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지난 촛불시위를 보며, 이런 사회에서 정당은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무슨 역할을 할 것이며, 어떻게 이러한 역동적인 사회적 에너지를 제도화 해 나갈 수 있을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가끔은 그냥 '다음 아고라'가 새로운 형태의 정당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2%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정당의 모델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그 문제만 생각하고 있을수만은 없는 일이다. 정당이 생존하고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배경, 즉 정치문화, 선거제도, 정당체계 그리고 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정당생태계같은 모든 것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종자를 가져왔다고 한들, 잘못된 땅에 심으면 결국은 그냥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성공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고 싶은 것이고, 이것이 내가 정치제도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이다. 개헌 얘기를 언급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이루어진다. 아무튼 정치제도의 디자인을 고민하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앞으로는 종종 이러한 주제의 글들을 올려 보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는 제목에서 말하듯이 '미국은 어떻게 여소야대의 문제를 해결하는가?'이다. 나는 사실 대통령제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 충돌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는 이를 권력의 분산 분립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절대절명의 명제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제 이외의 제도들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을 대표로 하는 의원내각제는 권력의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독자적으로 또는 연립을 통해 의회 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행정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분권형대통령제 또는 이원정부제라고 칭해지는 프랑스의 경우는 흔히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의회의 다수정파가 같은 정당이라면 매우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가 되고, 반대로 대통령과 의회다수의 정당이 다를 경우, 대통령은 실질적인 통치권한을 총리에게 넘겨 사실상 내각제형태로 운영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언급한 제도들의 경우에는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이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소야대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sonnet이란 분은 'An Election Too Far'라는 좋은 글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권력(power to persuade)이다." 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의 대통령에게는 적합할지 몰라도, 한국의 대통령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말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과 미국의 정당은 아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강한 당론을 갖는다. 당 총재 및 원내대표의 지휘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설득하는 대통령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각 당 지도자와의 대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아무리 대화를 원해도 그네 공주가 '참 나쁜 대통령!' 이러면 OTL...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서 '니는 신자유주의자! 말안해!' 이러면 또 OTL...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완전히 독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제목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을 적어볼까 한다. 강원택 교수의 '대통령제, 내각제와 이원정부제'에서 옮긴다.

미국에서는 어떤 이유로 분점정부, 곧 여소야대의 문제가 심각한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고 해결되어 왔을까?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미국은 가장 대표적으로 약한 정당조직을 갖는 국가이다. 당의 기율이 약하기 때문에 개별 의원들에 대한 정당의 통제는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의 정당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당의 지도자나 상설화되어 활동하는 중앙당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의원들은 당의 통제나 지시로부터 자유롭고 매우 큰 자율성과 독자성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의원들의 자율성과 독자성이 이처럼 강한 것은 무엇보다 선거에서 정당의 역할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는 정당 간 이념이나 정책의 차별성이 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때 크지 않기 때문에 정당보다는 후보자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행해진다. 더욱이 후보자의 선정이나 정치자금의 마련도 예비 선거나 개인 후원회와 같이 당보다는 후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당조직에 대한 의존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즉 공천과 자금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속박에서 벗어나 있으며, 선거운동 역시 정당보다는 지역구 관리나 개인적 인기 등 후보자의 개인적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편 미국 의회에서는 정당의 당론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호명 투표를 행하기 때문에 개별 의원의 투표결과가 그대로 유권자들에게 공개된다. 따라서 대통령과 동일한 정당 소속이라고 해도 지역구의 이해관계와 배치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게 되는 경우에는 차기 선거에서 매우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백창재의 지적대로 미국 정당들은 조직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고 이념이나 정책적 단합도가 약하기 때문에 양당 간의 대립이 곧바로 분점정부 하에서 정통성을 가진 두 기구 간의 갈등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번에 미국의 민주당 후보 경선이 끝나자 힐러리가 오바마에게 "빚좀 어떻게 해결좀 해주면 안될까..."하는 장면들을 보았을 것이다. 철저하게 개인들이 중심이 된 싸움이었다는 얘기다. 미국식당에서는 웨이터도 팁을 찾아 각자 경쟁하듯이, 미국은 정당도 그렇게 움직이는 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모든 것들이 자신들이 택한 가치과 원리 위에서 철저하게 구현된 나라가 미국인 것이다. ㄷㄷㄷ 무섭죠? 아무튼 이러한 정당문화 하에서라면, 설득하는 대통령이 추구할 수 있는 그냥 지나가는 덕담이 아닐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정치제도를 이해할 때는 여러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제라는 하나의 제도만 살필 것이 아니라, 그 하부구조에 존재하고 있는 정당문화도 함께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론이 강한 정당문화를 갖는 우리의 경우에는 선거주기를 일치시킨다던가, (좋은 해결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예를 들자면) 연정같은 것을 허용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해결 방안으로 고민해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런 모든 조건들에서도 잘 생존할 수 있는 정당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참 어렵겠죠? 아 머나먼 정당개혁의 길이여...

다가오는 개헌의 그림자

Tuesday, June 17th, 2008

심대평 총리설이 나돌고, 여기에 친박연대도 슬슬 한나라당으로 기어들어올 채비를 하는 것 같다. 시민들은 그간의 촛불시위의 결과로 쩔쩔 매고 있는 정부를 보며, 승리감을 맛보고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펼쳐지고 있는 현실은 200석에 육박하는 보수의 연합이다. 촛불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지만은, 시민사회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순간은 선거 때라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서 꼭 배우고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200석에 육박하는 보수연대가 탄생될 경우, 적어도 힘으로는 못할 일이 없다. 개헌까지도 독자적으로 밀고갈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이것을 개헌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아무튼 나는 바로 그 개헌 얘기를 조금 해 보려 한다.

2007년 1월에 노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했을 때,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놈의 개헌이냐며 난리치던 조중동과 그에 부화뇌동한 정치꾼들이 있어, 개헌론은 채 얼마 못가 그대로 수면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러나 지난 2008년 5월 28일, 중앙일보는 사설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설] 18대 국회가 해야 할 일 ① ‘개헌’ 공론화 하자)

단임제는 대통령이 집권 과정에서만 평가받고 정작 대통령이 된 뒤엔 실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헌법 구조다. 임기 중반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종종 보였던 무책임성은 여기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세종대왕같이 훌륭한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임기 이후인 5년 뒤 미래를 설계하기 쉽지 않다. 단임제의 비전 부재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정치학자는 이런 단임제 권력구조에선 현직 대통령과 차기 예비 대권주자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갈등도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필연적 분리를 가져오는 헌법의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대통령 단임제로 운영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멕시코의 7년 단임제밖에 없다.

국회의원과 지방정부의 임기는 4년인데 대통령 임기는 5년이기에 나타나는 임기 불일치 현상은 숱한 국력 소모를 가져왔다. 2006년 지방선거→2007년 대선→2008년 총선처럼 매년 전국 선거를 치르는 일이 다반사다. 선거는 시민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일말의 포퓰리즘 속성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조정해 3대 동시선거로 가든, 대선 2년 뒤 총선을 치르는 중간평가 선거로 가든 변화가 필요하다.

권력구조 개편은 미국과 같은 4년 중임제의 정통 대통령제, 독일·일본 같은 총리 중심의 내각책임제, 프랑스 같은 분권형 대통령제의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프랑스형의 분권적 대통령제는 대통령은 국민이 뽑고, 총리는 국회의 다수당 대표가 선출되는 방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중 나름대로 연구 끝에 분권형과 비슷한 제도를 선호했다. 이 밖에 개헌 논의의 대상엔 지방 분권을 강화하거나 미래 과학의 진전에 따른 생명권의 규정 같은 철학적 문제도 다수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읽어보면 참으로 논리정연한 사설이다. 개헌을 꼭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내가 불만인 것은, 2007년초와 비교하면 경제는 지금이 훨씬 더 위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왜 지금은 되는 건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과 국회의원 선거의 주기를 일치시키는 것은 지난번이 좋았지, 다음 번이 더 좋지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이메가의 임기를 줄여야 한다. (생각해 보니, 그 때쯤 되면 가능할 것도 같다) 아무튼 이렇게 자신들의 입장을 쉽게 뒤집는 언론들을 어떻게 신뢰해야 할지 모르겠고, 이렇게 신의가 없는 한국정치는 정말 역겹다고 할 수 밖에. 국민들만 낚인 것이다. 개헌은 애초에 경제와 크게 상관이 없는 일이었으니...

개헌이 화제가 된다면 아무래도 권력구조의 개편이 다시 큰 이슈가 될 것이다. 내각제를 하자,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자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역사의 경험들을 존중하고, 혼란을 막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차원에서, 대통령제를 유지하며, 여기에다가 우리의 현실인 다당구도를 어떻게 무난하게 결합시킬 것인가를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는 쪽인데,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차 써나가도록 하겠다. 이런 나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딴나라당은 아무래도 내각제를 원할것 같다. 이번 미친소 정국 같은 경우라면 이메가를 자르고, 다른 사람 앉히고, 불만이 많으면 또 짜르고 새로 앉히고, 아주 간절히 원하지 않겠는가? 4,5년씩 기다릴게 아니라, 줄 쫙 서 있으니 돌아가면 사이좋게 해 먹자는 생각일게다.

이러한 권력구조의 개편말고, 많은 생각이 필요한 부분 하나가 위에 굵은 글씨로 표시한 '지방 분권'이다. 2주전 CNB저널은 "18대 국회, 州정부 개헌론 순풍"이라는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룬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개헌의 틀은 우선 지방분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식 연방정부안을 택할 공산이 크다는 여론이다. 지방분권형 개헌에는 미국 연방정부처럼 각 주에 모든 권한을 주고 스스로 주를 운영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각 주는 행정 및 입법·사법 권한을 주는 대신에, 주 정부가 행정력을 잘못해 재정자립도가 떨어질 경우 중앙 정부가 주 정부로부터 권한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방안인 ‘관리대상 정부’로 선정, 워크아웃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중앙 정부는 주 지사를 중앙 정부에서 파견해 다음 지방선거까지 주 정부를 총괄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때, 구해온 책 중 하나가 바로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작년에 출판한'분권헌법'이라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연방정부형 모델, 광역정부형 모델, 지방자치강화형 모델이라는 세 가지 모델의 개헌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지방 분권 개헌에 대해서도, 앞으로 차차 다뤄볼 생각이지만, 이게 처음 들으면 상당히 솔깃한 측면이 있다. 미래를 생각하면 바람직하다는 명분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읽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좀 불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온다. 아무튼 아직 나의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고, 입장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단순한 권력구조 개편보다도 훨씬 더 근본적인 수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 좀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얘기를 하고 싶다.

러셀의 타이틀이 다양해진 이유

Wednesday, June 11th, 2008

러셀이 누구인지 말할 때 등장하는 타이틀은 다양하다. 철학자, 수학자, 논리학자 등등등.

"When I was young I liked mathematics. When this became too difficult for me I took to philosophy and when philosophy became too difficult I took to politics."
(This is my philosophy)
내가 젊었을 때, 나는 수학을 좋아했다. 수학이 내게 너무 어려워졌을 때, 나는 철학으로 갔다. 그리고 철학이 너무 어려워졌을 때는 정치로 옮겨갔다.

정권교체기 쇠고기 퍼즐 맞추기

Monday, June 9th, 2008

2007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이명박 당선
2007년 12월 28일 노무현 대통령 - 이명박 당선자 (공개) 1차 회동
2008년 2월 18일 노무현 대통령 - 이명박 당선인 (비공개) 2차 회동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미 축산육우협회장 취임식 참석)
2008년 2월 28일 대통령 방미 일정 확정
2008년 4월11일 한·미 쇠고기 협상 개시
2008년 4월 18일 한·미 정상회담 직전 쇠고기 협상 타결

한미(韓美)정상 만나기 16시간 전 워싱턴서 긴급회의 3시간 뒤에 서울서 "협상 타결됐다" 전격 발표

[美쇠고기 의혹]인수위때부터 ‘핫라인 가동’ 가능성 높다

美 쇠고기 수입 관련 일지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하여 나는 노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다음 정부에 짐이 될만한 일은 해결하고 가자는 입장이었을 것이라 판단한다. 경제침체 중에도 그 후유증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유혹을 뿌리쳤고,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한미FTA, 이라크 파병 등의 일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추진했던 그였다. 해야한다 혹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이 섰을 경우, 노대통령은 자기가 있던 자리가 요구하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시기, 정권교체기에도 미국 쇠고기 수입은 큰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당시에 무슨 판단을 했을까? 이메가와 딴나라는 여전히 그때했으면 됐을 거라며 질질짜는 소리로 설거지론을 말하고 있지만, 그 참여정부 설거지론에 대한 반박으로 송민순 의원이 2007년 12월 24일에 청와대와 정부 사이에 있었던 일을 공개했다.

작년 12월24일께 한덕수 당시 총리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노 전대통령을 찾아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되 뼛조각을 허용하고 SRM(특정위험물질)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합의해) FTA 타결을 위한 길을 터주자"고 건의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좋다. 그렇다면 한 번 해 보자"라면서 "그런 식으로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면 FTA 비준에 있어 다른 지장요소는 없느냐. 그렇다면 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아무도 자신있게 답을 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서 한미 FTA까지 다 풀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는 역설적 질문이었다. 즉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서 한미 FTA가 된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엄격히 협상하고 민감성을 감안해 다음 정부로 넘기자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중략)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작년말 정부 당국자들에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이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쇠고기 문제는 다음 정부가 판단하는게 합당하다”고 밝히고 당선자 자격으로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같은 입장을 전달하게 됐던 것이다. (송민순 “이명박 당선자측에 구둣발로 짓밟히는 느낌이었다”)

동일한 내용을 "盧 `쇠고기, 다음 정부가 판단하는게 합당'" 라는 기사도 말하고 있다.

1월 18일 이한구의 발언을 보자.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미국이 이명박 당선인 취임전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 "이미 내각(한국정부) 차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혀, 정부가 전면 개방쪽으로 급선회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의장은 이 날 본지와 통화에서 "내가 듣기로는 행정부 실무자와 전문가 그룹 차원에서 논의한 끝에 상황이 정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각에서 정리된 안은 아직 한번도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는 것"이라며 "우리쪽이 미국에 제시한 수정안(30개월미만, SRM 수입금지)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해 정부가 대폭 개방안을 마련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나 "정리된 안을 청와대가 끝까지 강경한 입장으로 나와 쇠고기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참여정부 임기내 쇠고기 협상 타결을 원하는 미국 및 한국 정부내 통상라인의 거센 압력을 물러가는 청와대가 온몸으로 막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주역은 아마도 청와대의 비서관들이었을 것이다. 봉하마을에 갔던 날 들었던 비서관 한분의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

마지막에 쇠고기 못 막고 왔으면 고향에도 못 갈뻔 했어요. 그랬으면 지금와서 우리를 누가 지켜줬겠어요? 한나라당이 지켜줬을까요?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07년 12월 28일 두 대통령의 첫번째 회동은 대화록이 공개되어 있다. 위에 송민순 의원이 말한 때가 연말이니, 아마도 이 만남의 전후에서 노대통령의 판단은 전해졌을 것이다.

08년 2월 18일 퇴임과 취임을 일주일 앞두고 두 대통령이 다시 만났다. 대화 내용은 비공개였지만,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하여 대화의 소재는 약간 드러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하여 인수위가 약간 내용을 흘리자 청와대에서 바로 반박을 했을 정도로 이 날 대화에는 민감한 것들이 포함되었던 것 같다. 대화록은 30년 후에나 공개되는 것일까? 궁금하다.

천 대변인은 “한미 FTA,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정부조직개편안 등이 화제에 올랐다”며 다만, “만남의 성격자체가 아주 편안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무슨 협의나 합의가 이뤄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 “거론은 됐지만 이 당선인이 구체적인 요구를 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쇠고기 수입과 한미 FTA 비준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를 나누고 또 대통령께서 가지고 계신 경험과 이런 것들을 조언하신 정도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당선인 “한미FTA 2월 처리 협력”)

궁금한 것은 쇠고기 문제와 관련하여 노대통령은 이메가에게 무슨 판단을 전했을까 하는 것인데, 아마도 이것이 아니었을까?

노대통령 : 통상 측에 물어 보았습니다.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되 뼛조각을 허용하고 SRM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면 미국 측에서 FTA 비준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는가?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은 하나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다고 한미 FTA까지 풀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쇠고기를 먼저 건드리게 되면, 우리 국회에서도 FTA 비준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니 우선 우리 국회에서 FTA를 비준하여 미국 측에 부담을 주고, 그 다음에 쇠고기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메가 :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했기에 다음 부분은 명확하게 공개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두 지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참여정부 임기 내 비준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천 대변인은 지난 12월 첫 회동에서 거론된 바 있는 참여정부 임기 내 한·미 FTA 비준 필요성 문제가 이번에도 거론된 배경에 대해 “오늘 다시 거론한 것은 시간적인 제약은 있지만 비준의 주체인 국회에 던지는 메시지였다고 해석해 주기 바란다”고 설명했다.(盧대통령-李당선인 무슨 얘기 나눴나)

이랬던 것을 국회의 마지막 책임 회피 및 총선 모드 돌입으로 시기를 놓치고, 거기다가 이메가가 조급하게 미국에 가면서 덥썩 낚시에 걸려버린 것이다.

◆방미 시기 부적절했다?

이런 정황은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려고 한국 정부가 양보를 했다는 추측을 낳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익 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바로 그런 우려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을 만나는 상황에서 쇠고기 문제를 미해결인 상태로 두기 어려우니 미 행정부가 5월에 의회에 한미FTA 비준안을 상정한 뒤 쇠고기 문제도 풀고, 방미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 라인에서 방미를 늦추는 데 난색을 보이면서 이런 방안은 묻히고 말았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한미(韓美)정상 만나기 16시간 전 워싱턴서 긴급회의 3시간 뒤에 서울서 "협상 타결됐다" 전격 발표)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 거야~잉. 알았지~잉" 이라던 이메가 정부의 비서관들 꼬라지를 보니, 노대통령을 곁에서 끝까지 온힘을 다해서 지켜준 그 분들이 참 고마워진다.

드러나고 있는 정두언 인터뷰의 인물들

Saturday, June 7th, 2008

조선일보에서 정두언 인터뷰를 공개한지 이틀이 지났다. 기사를 보니 인터뷰는 지난달 19일날 했다는데, 이제와서 공개하면서 불을 붙이니 그것도 참 요상하다. 이메가 정부에 대한 조선일보의 코치일까? 아무튼 무슨 스포츠신문 스캔들 기사 마냥, A,B,C,D 참 정신없게도 달아놓았었는데...

"청와대의 A수석을 예로 들어볼까요? 그는 민비(閔妃·명성황후)와 같은 존재입니다.

"A수석보다 더 문제 있는 사람이 B씨입니다.

B비서관을 대통령 주변에서 떼어놓으려 하면 C비서관이 나섰어요."

아까 말한 국회의원 D씨와 청와대의 A, B, C씨가 관계있지 않습니까. 청와대의 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국회의원 D씨는 모르나요.

그런데 사실 다른건 별로 안 궁금했는데, 요건 궁금했다.

―이 정부 들어 계속 사람들이 지적하는'강부자''고소영'내각이 된 게 그 사람들 때문이라는 겁니까.

"그렇죠. 어느 고위 공직자는 제게 이렇게 접근하기도 했어요. 하도 밥 먹자고 졸라서 나가보니'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 거야~잉. 알았지~잉'이래요. 이런 사람을 A비서관과 B비서관이 합작해 고위직에 임명한 거예요."

중앙선데이의 최근 기사를 보니, 일단 B비서관이 밝혀졌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공신인 정두언(51) 한나라당 의원이 ‘중앙 SUNDAY’8일자와의 인터뷰에서“청와대 보좌관 한 명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이간질과 음해, 모략의 명수”라고 주장 했다. 이같은 비난의 지목 대상으로 떠오른 박영준(48)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중앙 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의 말은 인격살인”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바로 다음 부분...

◇중앙 SUNDAY=정 의원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잘못된 게 있으면 지적해 봐라.

◇박영준=정 의원이 ‘강부자’ ‘고소영’ 내각을 내 책임으로 돌리면서 박미석 전 청와대 보건복지수석을 거론한 대목은 인격살인에 해당한다. 비열한 짓이다.

이걸 보면, 그러니까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어느 고위 공직자는 제게 이렇게 접근하기도 했어요. 하도 밥 먹자고 졸라서 나가보니'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 거야~잉. 알았지~잉'이래요"이라고 한 사람이 "박미석 전 청와대 보건복지수석"이라는거 아녀???

참 지랄들도 가지가지한다.

여기서 한 말씀!

이런 권력 싸움이라는게 사실 소설보다도 더 재밌는 일이긴 하지만, 한국에서의 정치담론이 너무나 이런 정치인들 자신의 밥그릇 싸움(이런 얘기들이나 멍박-그네 싸움 같은거) 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나는 '정치는 잘 모르겠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정치에 대한 환멸과 혐오를 일으키는 큰 원인이라고 나는 진단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 낯설다고 '정치를 모르고 차라리 잘 모르고 말겠다'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사실 이런 것은 몰라도 되고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정치'란 정치인들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공동체의 자원배분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공론장에서 펼쳐지는 말의 정치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