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숭배론 - 토마스 칼라일

인도와도 바꾸지 않을 셰익스피어. 이 말은 어디에서 왔는가? 바로 이 책, 토마스 칼라일의 영웅숭배론(On Heroes, Hero-Worship and the Heroic in HIstory)이다.

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잉글랜드인을 보고 인도와 셰익스피어 둘 중 어느 것을 포기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인도를 전혀 갖지 못한 경우와 셰익스피어 같은 인물을 전혀 갖지 못한 경우 둘 줄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것은 정말 쉽지 않은 물음입니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의심할 나위 없이 공식적인 말로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도야 있든 없든 상관없으나, 셰익스피어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입니다!

어쨌든 인도 제국은 언젠가는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우리는 셰익스피어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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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족이 그 자신을 표현할 소리를 얻는다는 것, 그의 가슴이 말하려는 것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해주는 인물을 갖는다는 것은 실로 위대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경우, 저 불쌍한 이탈리아는 지금 분열되고 분리되어, 어떤 대외관계에도 하나의 통일국가로서 나서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 고귀한 이탈리아는 사실 '하나'입니다. 이탈리아는 단테를 낳았습니다. 이탈리아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전역을 지배하는 황제, 그는 강합니다. 많은 총검, 카자크 병사, 대포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이 큰 땅덩어리를 정치적으로 결속하는 어려운 일을 능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아직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위대한 무엇을 가지고는 있으나, 아직 벙어리 상태입니다. 그는 모든 인간과 시대에 들릴 만한 천재의 소리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러시아는 말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는 아직까지는 거대한 벙어리 괴물입니다. 그의 대포도, 카자크 병사도 모두 녹슬도 없어질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러나 단테의 음성은 아직도 들려옵니다. 단테 같은 인물이 있는 이탈리아는 아직 벙어리 상태인 러시아가 흉내 내지 못할 정도로 결속되어 있습니다. (189-191p)

침착함과 차분한 말로 사람의 뇌에 충격을 가하는 책이 있다면, 열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말로써 사람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책이 있다고 할까? 그렇다면 이 책은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 곳곳마다 명언과 명구가 넘쳐나고 있는데, 이 책을 가지고 어휘 빈도 분석을 한다면, 아마도 다음의 단어들이 영웅의 자질을 묘사하는 말들 중 상위에 오를 것이다.

거친, 참된, 깊은,

단순, 간결, 소박,

솔직, 진실, 성실,

순수, 진지, 용기

책을 읽지 않고는 참맛을 느끼기가 어려운데, 맛배기로 조금만 보여줄까 한다.

다음은 '시인으로 나타난 영웅' 에서 단테의 이야기를 하던 중.

그것은 근본적으로 모든 시 중에서도 '가장 성실한'것입니다. 성실은 이곳에서도 가치의 척도가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시인의 가슴 깊은 곳에서 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세대를 통해 깊숙이 우리들의 가슴속으로 스며듭니다. 베로나의 시민들은 그와 거리에서 만날 때 다음과 같은 말을 예사로 하였습니다. "보라, 저기 지옥에 다녀온 사람이 있다!" 아, 과연 그러했습니다. 그는 지옥에 다녀왔습니다. 오랜 세월 엄혹한 비애와 고투의 지옥 속에 있었습니다. 그와 같은 인물은 모두 그러했습니다. 그의 신성한 코미디는 다른 방도로는 완성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상이나, 어떤 종류이든 진실한 노작, 또는 최고의 덕, 이런 것들은 모두 고통의 산물이 아닙니까? 말하자면 암흑의 회오리바람에서 탄생한, 자유를 얻으려고 몸부림치는 포로의 노력과 같은 참된 노력, 그것이 바로 사상입니다. 모든 의미에서 우리는 '고난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160p)

다음은 '성직자로 나타난 영웅' 장에서 루터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하는 이야기.

영웅숭배? 아, 사람이 자립적이고 독창적이고 진실하면서 다른 사람의 진실성을 존경하고 믿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오직 사람의 마음을 다른 사람의 죽은 형식, 와전, 허위를 믿지 않게끔 필연적으로 불가항력적으로 강제할 뿐입니다. 사람은 그의 열린 눈으로 진리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의 눈이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

사람이 자기에게 진실을 가르쳐주신 이를 사랑하기 전에 어찌 눈을 감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사람만이 그를 암흑 속에서 광명 속으로 구해주신 영웅적 스승을 진정한 감사와 참된 충성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존경을 받아 마땅한 진정한 영웅이며, 악마의 정복자가 아닙니까? 검은 괴물, 이 세상에서 우리의 유일한 적인 '거짓'은 그의 용기에 정복되어 쓰러져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세상을 정복해준 것은 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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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숭배는 결코 사멸하지 않습니다. 사멸할 수 없습니다. 충성과 주권은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합니다. 그것들은 허식과 외관이 아니라, 실제와 성실 위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눈, 우리의 '개인적 판단'을 닫음으로써가 아니라, 그것을 열고 무엇인가를 바라봄으로써 말입니다! 루터의 사명은 모든 거짓 교황과 거짓 왕을 타도하고, 새로운 진정한 교황과 진정한 왕에게 생명과 힘을 먼 곳에서나마 가져다 주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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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치 않은 인간들을 가지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는 없습니다. 수직과 수평을 맞추어 서로 직각이 되게 하지 않고서는 건축물을 세울 수 없습니다! 프로테스탄티즘 이래의 이 모든 험난한 혁명적 사업에서 나는 가장 충복된 결과가 예비되고 있음을 봅니다. 즉 영웅숭배의 근절이 아니라, 오히려 온통 영웅들로 가득 찬 세계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 준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영웅이 '성실한 사람'을 의미한다면,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되어서는 안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전적으로 성실한 세계, 신앙의 세계, 그러한 세계는 과거에 있었으며, 미래에도 있을 것입니다. 없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올바른 종류의 영웅숭배입니다. 모든 사람이 진실하고 선한 곳에서만 진실로 더 선한 인물이 제대로 숭배를 받습니다!... (211~212p)

책을 읽고 나니, 나도 나만의 영웅들을 뽑아서 오로지 찬사만으로 가득찬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치는데, 나는 이과라서...OTL...

One Response to “영웅숭배론 - 토마스 칼라일”

  1. ygy2011 says:

    잘 읽었습니다. 토머스 칼라일, 아쉽지만 열정적인 사람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