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떻게 여소야대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나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정당의 모델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지난 촛불시위를 보며, 이런 사회에서 정당은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무슨 역할을 할 것이며, 어떻게 이러한 역동적인 사회적 에너지를 제도화 해 나갈 수 있을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가끔은 그냥 '다음 아고라'가 새로운 형태의 정당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2%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정당의 모델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그 문제만 생각하고 있을수만은 없는 일이다. 정당이 생존하고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배경, 즉 정치문화, 선거제도, 정당체계 그리고 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정당생태계같은 모든 것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종자를 가져왔다고 한들, 잘못된 땅에 심으면 결국은 그냥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성공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고 싶은 것이고, 이것이 내가 정치제도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이다. 개헌 얘기를 언급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이루어진다. 아무튼 정치제도의 디자인을 고민하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앞으로는 종종 이러한 주제의 글들을 올려 보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는 제목에서 말하듯이 '미국은 어떻게 여소야대의 문제를 해결하는가?'이다. 나는 사실 대통령제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 충돌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는 이를 권력의 분산 분립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절대절명의 명제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제 이외의 제도들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을 대표로 하는 의원내각제는 권력의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독자적으로 또는 연립을 통해 의회 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행정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분권형대통령제 또는 이원정부제라고 칭해지는 프랑스의 경우는 흔히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의회의 다수정파가 같은 정당이라면 매우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가 되고, 반대로 대통령과 의회다수의 정당이 다를 경우, 대통령은 실질적인 통치권한을 총리에게 넘겨 사실상 내각제형태로 운영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언급한 제도들의 경우에는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이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소야대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sonnet이란 분은 'An Election Too Far'라는 좋은 글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권력(power to persuade)이다." 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의 대통령에게는 적합할지 몰라도, 한국의 대통령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말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과 미국의 정당은 아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강한 당론을 갖는다. 당 총재 및 원내대표의 지휘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설득하는 대통령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각 당 지도자와의 대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아무리 대화를 원해도 그네 공주가 '참 나쁜 대통령!' 이러면 OTL...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서 '니는 신자유주의자! 말안해!' 이러면 또 OTL...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완전히 독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제목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을 적어볼까 한다. 강원택 교수의 '대통령제, 내각제와 이원정부제'에서 옮긴다.

미국에서는 어떤 이유로 분점정부, 곧 여소야대의 문제가 심각한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고 해결되어 왔을까?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미국은 가장 대표적으로 약한 정당조직을 갖는 국가이다. 당의 기율이 약하기 때문에 개별 의원들에 대한 정당의 통제는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의 정당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당의 지도자나 상설화되어 활동하는 중앙당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의원들은 당의 통제나 지시로부터 자유롭고 매우 큰 자율성과 독자성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의원들의 자율성과 독자성이 이처럼 강한 것은 무엇보다 선거에서 정당의 역할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는 정당 간 이념이나 정책의 차별성이 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때 크지 않기 때문에 정당보다는 후보자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행해진다. 더욱이 후보자의 선정이나 정치자금의 마련도 예비 선거나 개인 후원회와 같이 당보다는 후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당조직에 대한 의존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즉 공천과 자금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속박에서 벗어나 있으며, 선거운동 역시 정당보다는 지역구 관리나 개인적 인기 등 후보자의 개인적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편 미국 의회에서는 정당의 당론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호명 투표를 행하기 때문에 개별 의원의 투표결과가 그대로 유권자들에게 공개된다. 따라서 대통령과 동일한 정당 소속이라고 해도 지역구의 이해관계와 배치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게 되는 경우에는 차기 선거에서 매우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백창재의 지적대로 미국 정당들은 조직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고 이념이나 정책적 단합도가 약하기 때문에 양당 간의 대립이 곧바로 분점정부 하에서 정통성을 가진 두 기구 간의 갈등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번에 미국의 민주당 후보 경선이 끝나자 힐러리가 오바마에게 "빚좀 어떻게 해결좀 해주면 안될까..."하는 장면들을 보았을 것이다. 철저하게 개인들이 중심이 된 싸움이었다는 얘기다. 미국식당에서는 웨이터도 팁을 찾아 각자 경쟁하듯이, 미국은 정당도 그렇게 움직이는 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모든 것들이 자신들이 택한 가치과 원리 위에서 철저하게 구현된 나라가 미국인 것이다. ㄷㄷㄷ 무섭죠? 아무튼 이러한 정당문화 하에서라면, 설득하는 대통령이 추구할 수 있는 그냥 지나가는 덕담이 아닐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정치제도를 이해할 때는 여러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제라는 하나의 제도만 살필 것이 아니라, 그 하부구조에 존재하고 있는 정당문화도 함께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론이 강한 정당문화를 갖는 우리의 경우에는 선거주기를 일치시킨다던가, (좋은 해결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예를 들자면) 연정같은 것을 허용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해결 방안으로 고민해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런 모든 조건들에서도 잘 생존할 수 있는 정당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참 어렵겠죠? 아 머나먼 정당개혁의 길이여...

2 Responses to “미국은 어떻게 여소야대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1. Crete says:

    잘 읽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죠.

  2. pythagoras says:

    Crete/ 제헌의회 당시의 모습을 보니, 내각책임제로 되어 있던 헌법안에 이승만이 대통령제를 고집하면서, 헌법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네요. 거기다가 군사독재와 더불어 일인보스들이 지배하는 지역주의 정당의 시대를 거치고 나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합니다. 여기에 이제 비례대표제 아니면 안된다는 노동자의 정당까지...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