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방문기 - (2)

그날 사저 앞 만남의 광장에서 진행된 노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나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옆에 있던 개발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설을 들었기 때문이다.

연설의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노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자 비디오 촬영이 따라붙고, 두 명의 전 연설기획비서관들의 메모가 진행되는 장면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사료와 사초들이 만들어지는 순간. 이것이 훗날 역사가 되는가 아닌가는 참여정부 시즌 2가 어떻게 제작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사저앞 연설이 끝난 후, 다시 개발팀과 회의실로 들어왔다. 노대통령은 손님이 있어 자리를 비웠다가 약간 늦게 합류하였는데, 그 사이는 개발팀과 비서관들의 잡담시간이었다. 다음아고라에 올라온 글들을 프로젝터에 띄워 함께 보며 얘기를 했는데, 이번 촛불시위의 배후세력으로 '다음 아고라'가 지목되고 있다는 얘기들을 하며, 함께 웃었다.

그러던중 노대통령이 회의실로 돌아왔다. 그 이후의 시간은 개발회의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연설시간. 그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심각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내가 바로 옆자리, 일명 부총재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가끔 서로 눈이 맞은 상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때마다 흠칫, 긴장... 나중에 예전 민정수석이었던 분의 말을 들으니, 그 자리가 회의때 자기가 앉는 자리인데 대통령의 얘기를 들으면서 공감하면 찬성의사, 좀 아니다 싶으면 반대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부담스런 자리라고. 대통령은 그 시간 내내 줄담배를 태웠다. 그래서 나는 대략 한시간 반동안 노대통령의 담배연기와 함께 했다. 이 점은 약간 걱정이 되었다.

참여정부 시절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들과 함께 '대통령도 중요하지만 그 주변의 사람들이 누군인가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그 때 나온 누군가에 대한 칭찬 하나. '고 여우같은 xxx이가'...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일들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정부도 모든 것을 다 아는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과 함께.

전에도 대강 생각한 바였지만, 역시나 옆에서 보며 느낀 노대통령은 그렇게 헐렁하고 느슨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 시간의 진지한 이야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일하는 곳에서는 좀 엄할 것 같았다. 생각이 많고 꼼꼼하니, 참모들도 좀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논리적인 사고가 몸에 배어 있으며 노는데는 큰 재미를 못 붙이는 워크홀릭 타입의 인간이 아닐까(나와 쫌 비슷한...)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으나, 아직은 잠정적인 가설로 남겨두겠다.

3 Responses to “봉하마을 방문기 - (2)”

  1. sujjo says:

    오호- 다음편 기대됩니다.
    부러워요- 노통 바로 옆자리에서..으윽-
    그나저나 쥔장님은 아직도 한국이신가요?
    요새 정말 우리나라를 뜨고 싶어요ㅠ.ㅠ

  2. 은근히 says:

    으흐흐흐.님 좀 짱인듯..^^;;

  3. 민주주의II 민주주의 통론 Rev.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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