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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양주동 선생의 ‘몇어찌’

꼭 광우병 때문도 아니고, 한우를 수출해서 돈을 못 버는 것 때문도 아니다. 상호주의의 원칙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얼빠진 등신외교를 하는 이메가는 좀 맞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수입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우는 미국으로 수출하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았음에도, 미국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미국측이 OIE 기준을 입맛대로 이용했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한우 “NO”… 한국 구제역 청정국 불구 인정않고 수입금지)

이게 양주동 선생이 언제쩍 한 얘기인가.

멋모르고 “예, 예.” 하다 보니 어느덧 대정각(a와c)이 같아져 있지 않은가! 그 놀라움, 그 신기함, 그 감격, 나는 그 과학적, 실증적 학풍 앞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면서, 내 조국의 모습이 눈앞에 퍼뜩 스쳐감을 놓칠 수 없었다. 현대 문명에 지각하여, 영문도 모르고 무슨 무슨 조약에다 “예, 예.” 하고 도장만 찌다가, 드디어 “자 봐라, 어떻게 됐나.”의 망국의 슬픔을 당한 내 조국 ! 오냐, 신학문을 배우리라. 나라를 찾으리라. 나는 그 날 밤을 하얗게 새웠다.


제 역할을 못해주는 수학하는 사람들이 죄인이다.

내가 중학교의 전 과정을 단 1년 간에 수료하는 J중학 속성과에 입학한 것은 3·1운동 이듬해였다. 그 때까진 고향에서 한문학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문학이라면 노상 무불통지를 자처하는 나였으나, ‘처녀작’, ‘삼인칭’ 같은 신식 말 때문에 크게 고심하던 중이어서, 나는 참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신학문을 배우러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개학 전날 , 교과서를 사 가지고 하숙에 돌아와 큰 호기심을 가지고 훑어보았다. 그러던 중, ‘처녀작’, ‘삼인칭’에 못지 않은 참 기괴한 또 한 단어를 발견했는데, 그게 곧 ‘기하’라는 것이었다. ‘기하’의 ‘기’는 ‘몇’이란 뜻이요, ‘하’는 ‘어찌’란 뜻의 글자임이야 어찌 모르랴만, 이 두 글자로 이루어진 ‘기하’란 말의뜻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기하’라? ‘몇 어찌’라니?

첫 기하 시간이었다. 나는 자리를 정돈하고 앉아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이윽고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우리들의 예를 받으시고, 막 강의를 시작하여 하실 때였다. 맨 앞줄에 앉았던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 대체 ‘기하’가 무슨 뜻입니까? ‘몇 어찌’라뇨?”

하고 질문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이 기상천외의 질문을 받으시고, 처음에는 선생님을 놀리려는 공연한 시문으로 아셨던지 어디서 왔느냐,정말 그 뜻을 모르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나 곧,나에게 아무 악의도 없음을 알아채시고, 그 말의 유래와 뜻을 가르쳐 주셨다. 가로되, 영어의 ‘지오메트리(측지술)’를 , 중국 명나라 말기의 서광계가 중국어로 옮길 때, 이 말에서 ‘지오(땅)’를 따서 ‘지허(’기하‘의 중국음)’라 음역한 것인데, 이를 우리는 우리 한자음을 따라 ‘기하’라 하게 된 것이라고,

“알겠느냐?”
“예.”
“너, 한문은 얼마나 배웠느냐?”
“사서삼경, 제자백가 무불통지입니다.”
“그러데, ‘기하’의 뜻을 모른다?”
“한문엔 그런 말이 없습니다.”
“허허.그런데, 너 내일부터는 세수 좀 하고 오너라.”
“예.”

사실 나는 ‘기하’란 말의 뜻과 그 미지의 내용을 생각하는 데 너무 골똘했던 나머지, 세수하는 것도 잊고 등교했던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일사천리로 강의가 계속되어, ‘점, 선, 면’의 정의를 배우고, ‘각, 예각, 둔각, 대정각’을 배우고, ‘공리,정리, 계’한 용어를 배웠다.

하숙에 돌아온 나는 또, ‘정리란 증명을 요하는 진리다.’와 같은 , 참으로 기괴한 문장을 뇌까리면서, 다음 기하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다음날의 기하 시간이었다. 공부할 문제는 ‘정리1. 대정각은 서로 같다.’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또 손을 번쩍 들고,

“두 곧은 막대기를 가위 모양으로 교차, 고정시켜 놓고 벌렸다 닫았다 하면, 아래위의 각이 서로 같을 것은 정한 이치인데, 무슨 다른 ‘증명’이 필요하겠습니까?”

하고 말했다.선생님께서는 허허 웃으시고는, 그건 비유지 증명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럼, 비유를 하지 않고 대정각이 같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음, 봐라.”

선생님께선 칠판에다 두 선분을 교차되게 긋고, 한 선분의 두 끝을 A와 B, 또 한 선분의 두 끈을 C와D, 교차점을 O, 그리고…AOC를 a,…COB를 b, …BOD를 c라 표시한 다음, 나에게 질문을 해 가면서 칠판에다 식을 써 나가셨다.

“a+b는 몇 도?”
“180도입니다.”
“b+c도 180도이지?”
“예.”
“그럼, a+b=b+c이지?”
“예.”
“그러니까, a=c 아니냐.”
“예,그런데,어찌 됐다는 말씀이십니까?”
“잘 봐라, 어떻게 됐나.”
“아하!”

멋모르고 “예, 예.” 하다 보니 어느덧 대정각(a와c)이 같아져 있지 않은가! 그 놀라움, 그 신기함, 그 감격,나는 그 과학적, 실증적 학풍앞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면서, 내 조국의 모습이 눈앞에 퍼뜩 스쳐감을 놓칠 수 없었다. 현대 문명에 지각하여, 영문도 모르고 무슨 무슨 조약에다 “예, 예.” 하고 도장만 찌다가, 드디어 “자 봐라, 어떻게 됐나.”의 망국의 슬픔을 당한 내 조국 ! 오냐, 신학문을 배우리라. 나라를 찾으리라. 나는 그 날 밤을 하얗게 새웠다.

나는 지금도 첫 강의 시간에는 대개, 위에 적은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 주고,중학교에 들어가서 기하를 처음 배울 때, 그 말의 뜻을 묻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되느냐 하고 농담삼아 질문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발의심’과 새 세계에 대한 ‘경이감’을 잃지 않았기에, 알량하나마 학적 저서 약간 권을 이룩했노라고 말한다

11 comments to 다시 읽는 양주동 선생의 ‘몇어찌’

  • 양주동 선생 몇 어찌에 사소한 오타: “현대 문며”
    좋은 글로 아침을 시작하게 해줘 고마워요..

  • 양주동 선생님의 비유가 참 맘에 안 들어요. 맞꼭지각이 같다는 증명과정에서 나온 결과는 이미 공리가 내포하고 있던 진리였단 말이죠. 내포되어 있던 진리를, 흙을 걷어내서 발견하듯 하는 작업하고, 불평등조약에 진지한 고민없이 도장찍다가 나중에 가서 원치 않던 결과를 맞이한 거하고는 아주 많이 다르죠. 왠지 양주동 선생님은 신학문이란 환상을 경외하기는 했지만, 수학의 의미는 몰랐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령씨나 그런 옛날 분들의 비유를 들으면, 엄밀하지 못한, 그냥 그럴듯한 비유들 때문에 불편할 때가 많아요.

  • 여기가 수학도님 블로그였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홈피 하나를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간 나실 때 한번 들러 주세요.

    crete.pe.kr

    힘찬 한주 되시기 바랍니다.

  • 광우병, 도덕감정, 불확실성…

    정부는 광우병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쇠고기수입협상 관련자와 “이성적”인 사람들 밖에 없을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미국쇠고기로 인한 광…

  • mu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소고기 협상관련관련글 트랙백 겁니다.

  • 올리브

    퍼가도 되죠? ^^

  • 비단 수학선생님들에게만 국한될까요?
    이 시대 모든 선생님들은 죄인이죠.

  • pythagoras

    아거/ 주말에 방문객이 푹푹 늘어났다는…

  • pythagoras

    daewonyoon/ 양주동 선생은 아마도 결론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한 디딤돌들을 정연하게 배치하는 수학의 모습에서 망국에 이르기까지 도둑놈들이 준비해놓은 문서에 도장만 딱딱 찍기만한 조국의 모습을 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뭐 그럴듯한 비유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수학에 대해서 이러한 글을 써주신 분들도 그리 많지 않아서, 저는 이 글을 참 귀하다 생각한답니다.

    Koestler, Arthur (1905- )
    Nobody before the Pythagoreans had thought that mathematical relations held the secret of the universe. Twenty-five centuries later, Europe is still blessed and cursed with their heritage. To non-European civilizations, the idea that numbers are the key to both wisdom and power, seems never to have occurred.
    The Sleepwalkers.

  • pythagoras

    올리브/ 제가 쓴 것도 아닌데, 퍼가고 말고가 어디있나요. ^^

  • pythagoras

    이정일/ 제가 수학선생님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시위한다는데 미안함을 감출 길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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