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May, 2008

봉하가는 전날밤

Thursday, May 29th, 2008

내일은 봉하에 가는 날이다. 밤이 늦었지만,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다. 편지라도 한통 써두어야 할까. 내게 얼마의 시간이 주어질지 모르겠다만, 그것이 짧으면 또 어떠랴. 나는 지혜로운 말을 듣고 싶다.

세종은 왜 백성을 위한 책을 생각 못했을까

Wednesday, May 28th, 2008

조선은 고려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온 금속활자를 활용한 출판시스템을 갖추어 유생들을 길러내려 했다.

드디어 ‘태종실록’ 10년 2월7일 단 1줄의 글! “비로소 주자소에 명하여 서적을 인쇄해 팔게 했다.” 주자소에서 어떻게 서적을 판매했는지는 밝혀진 바 없지만, 어쨌든 이 활자가 사대부를 향한 지식의 보급을 겨냥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자료다. 나는 주자소에서 책을 인쇄해 팔라는 이 명령으로부터 조선이란 국가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과 다름없는 일대 문화적 사건이었던 것이다. 시작이 어려웠지 이후 주자소의 활자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면서 책을 쏟아냈다. 또 주자소에서 찍는 책이란 유교국가 조선의 지배층인 양반을 만들어내는 책이었다. 유교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책들은 6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반도에 사는 인간들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지었던 것이다.(조선의 인물, 조선의 책|태종과 계미자)

더군다나 세종은 이 기술을 더욱 개량한다.

갑인자
인쇄술에 있어서도 세종대는 특기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1403년에 주조된 청동활자인 계미자(癸未字)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세종 2년에 새로운 청동활자인 경자자(庚子字)를 만들었고, 세종 16년에는 더욱 정교한 갑인자(甲寅字)를 주조하였다.
세종은 계미자 인쇄기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세종 2년에 새로운 청동활자인 경자자와 인쇄기를 만들게 하여 활자의 주조와 인쇄기술상의 큰 발전을 가져왔다.

병진자
세종 16년에는 경자자보다 더 아름다운 자체인 갑인자의 주조사업이 이천의 감독하에 이루어져 20여만자의 크고 작은 활자가 주조되었고, 그뒤 세종 18년에는 납활자인 병진자(丙辰字)가 주조됨에 따라 조선시대의 금속활자와 인쇄술은 일단 완성을 보게 되었다. (세종, 디지털한국학)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하여 출판기술과 새로운 글자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백성들이 읽을 책을 찍어내자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였던 것일까?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백성들이 책을 읽는데 관심을 둘 것이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일까? 아쉽기 짝이 없다.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낸 직지의 고향에서 쓴다.

지방선거 출마자를 위한 매뉴얼

Wednesday, May 28th, 2008

지방선거 출마자를 위한 매뉴얼이라면 공동집필 하기에 좋은 주제라 생각이 됩니다. 이론가들과 경험자들이 모두 함께 투입되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튼 기초부터 튼튼한 정당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한국사회는 서울의 관점에서 보는 중앙정치에 너무 익숙하여, 지방선거에 대한 여러 측면의 사회적 기반이 너무나 취약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관심도 떨어지고 그렇기에 선거에서의 검증 시스템도 빈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출마자들의 품질(?)도 보장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건강함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숙도에 대한 척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러모로 준비가 잘 된 사람들이 많이 출마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여 각 지역사회에서 봉사할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 준비단계에서부터 실무까지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매뉴얼을 우리가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해봅니다.

웹2.0 시대의 정당 개혁

Monday, May 26th, 2008

한국에 오면서 집으로 주문한 책 중에 하나가 강원택 교수의 '한국 정치 웹 2.0에 접속하다'이다. 읽은바 소감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많은 부분 이미 우리가 생각해 보았으며, 진행해 가고 있는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 더군다나 그 생각의 구체성으로 따지자면, 이미 실천하는 집단이 이 이론가를 앞서 있다고 본다.

다만 정당 개혁을 언급하는 부분은 정치학자의 깊은 식견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차차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옮겨 본다. '제3장 한국 정치의 진화를 위하여' 중에서 '3. 발상의 전환과 정당 정치'의 일부이다.

웹 2.0 시대가 대두하면서 정치 환경 또한 변화하고 있는데 여기서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것은 아마도 정당 정치일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치 참여의 진화는 정당 정치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매우 새로운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특히 우리나라의 정당 정치는 아직도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도 못하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노사모가 우리나라 정당 정치에 던진 충격은 대단히 컸다. 과거에는 정당의 조직이나 돈에 동원되어 정치에 참여했다면 2002년의 노사모는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결집한 새로운 형태의 정치 참여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자발적 참여를 통한 지지자 결집의 가능성 논의가 이루어졌고 이것은 정당 조직의 개혁 논의로 이어졌다. 그리고 정당 개혁 논의는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한 정당 조직 모델을 대중 정당과 원내 정당 모델 가운에 어디서 찾을 것인지, 두 가지 대안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졋다. 이 두 모델은 단순화하면 각각 유럽의 정당과 미국의 정당, 각각의 조직 형태를 대표한다.
(대중 정당 모델에 대한 설명 생략)
그러나 인터넷 시대, 특히 웹 2.0 시대에 이러한 대중 정당 모델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웹 2.0 시대의 정치 참여는 기본적으로 일반 시민이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행하는 특성을 보이며, 이를 위한 플랫폼 공간을 필요로 한다. 즉 이 시대의 정치 참여는 정당이 주도적으로 조직하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활동이 이뤄지는 결집의 무대를 제공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정치 관련 정보를 확산할 때도 중앙당에서 만든 것을 상의하달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개별 지지자나 당원, 또는 유권자가 개방된 공간에 들어가서 스스로 만들고, 지식과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원내 정당에 대한 설명 생략)
반면 우리나라처럼 정당 체계가 유동적이고 정당보다는 인물을 중심으로 결집되는 현상이 계속 반복되는 현실에서 조직으로서의 정당의 약화는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 정치인들이 정당의 규율이나 당내부의 통제에서 자유롭고 이념적 정체성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쉽게 이뤄질 테고, 그에 따라 얼마든지 기존 정당이 분열하기도 하고 새 정당이 만들어지기도 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비판받아온 한국 정당 정치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이념적 차별성이 없다는 것인데, 원내 정당 모델에 따라 집단의 정치적 정체성을 약화시키면 우리 정당 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제도적으로 보아도 정당을 하나의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정당 투표가 우리 선거 제도에 도입된 상황에서 미국을 모델로 한, 정당의 약화를 지향하는 원내 정당 형태는 적합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중략)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정당 개혁 논의는 미국형 정당이냐 유럽형 정당이냐 하는 고답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변화하는 정당 정치의 새로운 환경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서 시작해야 한다. 웹 2.0 시대에 한국 정당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중 정당이나 원내 정당과 같은 외국의 역사적 경험에 의해 형성되어온 일종의 이상형에 무리하게 맞추기보다 웹 2.0 시대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모델을 찾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새로운 정당 조직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웹 2.0 시대의 취지에 맞게 정당이 자발적 참여의 중심이 되는 일종의 개방된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변모하는 일이다.
(중략)
이런 특성을 참조할 때 웹 2.0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당 모델로는 일사분란한 위계적인 조직보다 일종의 정치적 연대 연합의 중심체로 기능하는 조직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즉 정당이 고유한 이념적 정책적 정체성을 지니더라도 이를 느슨하게 정의함으로써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개방적인 정치적인 네트워크의 허브로 자리 잡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적으로 수직적인 조직화가 과거 대중 정당의 특성이었다면 이제는 기능적인 면에서 수평적인 조직화를 추구해볼 만하다. 서구의 좌파 정당처럼 특정 집단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이들의 이해관계를 배타적으로 대표하기보다 사회 안에 존재하는 여러 우호적인 세력과 장기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사안별로 유연하게 사회 각 집단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향을 갖춰야 한다. 이런 조직적 특성은 정보화, 분권화, 거버넌스라고 하는 새로운 사회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네트워크형 정당 조직은 자발적인 참여자가 많지 않다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정당이 조직체로서 유지되고 시민 사회와 국가를 잇는 채널로서 수행해온 전통적인 기능도 계속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하 생략)

아버지와 술을 마셨다

Sunday, May 25th, 2008

지난 금요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취하도록 술을 마셨다. 때로는 둘다 언성을 높이기도 하며 얘기를 했다.

다음은 대화의 일부분들

나: 봉하마을에 다녀오겠습니다.
아버지: ... 정치인들 믿지 마라. 다 거짓말쟁이다.
나: ... 공부를 열심히 해 보았습니다. 내가 아는 노무현은 진실한 사람입니다.
아버지: ... 부모는 결국 자식을 믿어주는 것이다.

아버지: 목장 앞에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을 원합니다' 현수막을 걸려고 했는데, 안 걸었다.
나: 왜요?
아버지: 자식이 미국에 있는데 그런게 혹시나 해가 될까 그러는 것이다.
나: 거셔도 됩니다.
아버지: 부모의 마음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