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의 제타함수 (5) : 지수의 실수로의 확장

이 글은 다음 글들에 이어지는 시리즈의 다섯번 째 글이다.

글 싣는 순서

리만의 제타함수 (1)
리만의 제타함수 (2) : 수의 체계
리만의 제타함수 (3) : 실수란 무엇인가
리만의 제타함수 (4) : 지수법칙

후속편 오래 기다리신 분들께는 정말 죄송. 조국의 미래가 풍전등화인지라 -_-;; 아무튼 다시 연재물 시작.

지난 번에는 지수법칙을 설명했다. 지수법칙이 자연수 범위, 정수 범위, 유리수 범위로 확장되는 것을 다뤘다. 이제 지수를 실수범위까지 확장하려 한다. 그리하여 지난 번에 마지막으로 남긴 질문은 바로 이것.

[math]2^{\sqrt{2}}[/math]

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이 질문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내가 옛날에 고딩시절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 읽은 적이 있다. 검색을 해 보니, 웹상에 올려진 해당 교과서 부분은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참조한 링크)

유리수 지수까지는 지난 번 글에서 보듯이 잘 정의가 되어 있으므로,

[math]2^1, 2^{1.4}, 2^{1.41}, 2^{1.414}, 2^{1.4142}[/math]

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실수들이다. 문제는 그 다음 구절에 있다.

...은 점점 일정한 값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그 값을 [math]2^{\sqrt2}[/math]으로 정한다.

이 정의는 명확해 보이는가?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가 실수지수를 이렇게 에둘러 정의했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고등학교 수학교과서는 왜 더 명확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어찌어찌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은근슬쩍 정의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내가 지난 '리만의 제타함수 (2) : 수의 체계'에서 했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제 나는 중고교수학에 있는 모두 쉬쉬했던 비밀 하나를 말하려 한다. 그것은 바로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에서는 ‘실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안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실수가 무엇인지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실수지수를 정의하는 부분도 정확히 가르칠 수 없다. 하나 주의할 것은 내가 지금 고등학교 교과서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수를 제대로 설명한다는 것은 쉬워보이지만 그게 또 아주 쉽지만은 않다. 실수의 정의는 대학교 수학과 '해석개론'이라는 과목에서 제대로 배우게 된다. 대학 1학년들이 배우는 미적분학에서도 사실은 '실수'를 피하고 지나간다.

'리만의 제타함수 (3) : 실수란 무엇인가'에 따르자면, 결국 실수란 무한소수들 아니던가? 그렇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이전에 실수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는 유리수를 크기에 따라 일렬로 세울 수 있다. 실수의 가장 근본적인 이미지는 이 크기에 따라 일렬로 늘어선 유리수들 사이사이의 구멍을 모두 메운 것이다.

그렇다면 수직선상에서 유리수의 구멍을 메워 얻어진 실수는 유리수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math]1, 1.4, 1.41, 1.414, 1.4142, \cdots [/math]

로 진행되는 '유리수' 수열을 생각해보자. 이 수열은 알다시피 루트 2에 점점 가까워진다. 루트 2는 그런데 유리수가 아니다. '유리수'로 구성된 수열은 유리수를 벗어나 '무리수'로 수렴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유리수와 실수의 세계를 갈라놓는 성질이다. 어딘가로 점점 가까워지는(?) '실수' 수열은 반드시 '실수'로 수렴한다. 실수 밖으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바로 이 성질을 갖기 위해서, 유리수의 구멍들을 모두 메워 실수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를 실수의 '완비성'이라고 한다.

이 완비성은 이것말고도 여러가지 버전으로 나타나는데, 한 가지 버전은 다음과 같이 서술된다.

단조증가하는 유계수열은 수렴한다

좀더 풀어쓰자면,

어떤 수열이 계속 증가하고, 등장하는 모든 수 어떤 고정된 수보다 작다면, 그 수열은 수렴한다

이제 위의 교과서에 등장한 수열을 다시 보면,

[math]2^1, 2^{1.4}, 2^{1.41}, 2^{1.414}, 2^{1.4142}, \cdots [/math]

로 진행되는 '실수'들의 수열은 보다시피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모두 [math]2^2=4[/math]보다는 작다. 따라서 수렴하고 따라서 '실수'하나를 정의한다. 그러므로 바로 이 '완비성'이라는 것이,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가 그냥 '알려져있다'고 언급하고 넘어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한 논의들을 꼼꼼히 읽어보면, 나는 '수렴'이라는 말도 사실은 정의한 적이 없다)

나는 지난번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실수지수를 정의하는 작업은 이전의 작업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언급했다. 위의 논의에서 보듯이 실수의 정의와 실수지수의 정의는 '극한'의 개념을 건드리고 있고, '완비성'이라는 개념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제목은 리만의 제타함수인데, 자꾸 실수의 정의에서 맴돌고 있으니, 조금 재미가 떨어지고 힘이 든다. 다음 번에는 좀더 구체적인 진짜 수학을 얘기하려 한다. 다음 주제는 자연상수 'e'. 글쓰기도 힘든데, 다음부터는 동영상 강의를 짧게 시도해보는게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을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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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esponses to “리만의 제타함수 (5) : 지수의 실수로의 확장”

  1. 고등학교 수학교사랍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글이라 재밌게 보고 있으며, 위 글에서 글쓴이의 의견에 간단히 덧붙이고자 적어봅니다.
    사실 우리가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수학은 수학자가 증명한 엄밀한 수학적 사실들처럼 되기 어렵습니다. 위 글에서 글쓴이가 말한 실수, 수렴등을 증명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대개 학교 교과서에서는 '....라고 알려져 있다.'정도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중
    모든 실수를 수직선에 나타낼 수 있다.
    모든 실수는 소수로 표현할 수 있다.
    너무나 간단한 내용인 것 같지만 증명하기는 정말 어려운 내용이므로 이런 내용은 그 결과만을 학생들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서술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사실 초등학교 수학에서도 나타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선생님들이 주로 설명하는 방법 중 하나로 31-17을 계산할 때, 일의 자리 계산에서 1이라는 작은 수에서 7이라는 큰 수를 뺄 수 없으므로 십의 자리에서 빌려온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런데 중학교 가면 1-7=-6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런데 이 개념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매우 어려운 내용입니다. 그 원인이 초등학교 1학년때 강하게 들었던 말, 즉 작은 수에서 큰 수를 뺄 수 없다는 그 말이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수학에서는 가장 단순한 문제의 해결이 가장 어렵습니다. 특히 학교 수학에서 나오는 단순한, 그렇지만 직관적으로 수긍할 만한 그런 내용들에 의심을 가지는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은 기본적으로 학자의 자질을 가진 학생입니다. 의심은 학문의 기본이거든요.
    여튼 학교에서 수학가르치기 어렵습니다. 수학은 계산의 테크닉이 아니거든요.
    재미있는 글 계속 쓰시고, 재미있게 보고있는 독자가 있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고등학교 수학샘이 쓰고 갑니다.

  2. 나비 says:

    상당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제타함수 시리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영상 강의 기대되네요. 님의 블로그에서 간혹 들리는 '딱딱' 소리(칠판에 쓸 때)만 들으면, 28개월 된 아들이 컴퓨터 쪽으로 늘 오더군요.^^

  3. 우금치 민초 says:

    새벽 5시 봉하로 갑니다
    노무현님 뵈러요
    오는길에 남해도 들르구 대구도요
    김두관 유시민 응원좀하려구요
    두사람 꼭 당선됬으면 하는 바램임니다

  4. pythagoras says:

    고등학교 수학교사님/ 좋은 코멘트 감사합니다. 의심의 중요성을 강조해주는 선생님이 있다니, 아주 기쁘네요.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를 기원합니다. 수학선생님들좀 더 데려와주세요 ^^;;

  5. pythagoras says:

    나비님/ 동영상 강의 기다리는 사람 한표... 애기까지 두표인가..

  6. pythagoras says:

    우금치 민초님/ 내용과는 별 상관없지만 그래도 힘내서 다녀오시고, 그 분들 화력지원도 좀 해주시길..

  7. 윤형 says:

    독자의 반응 ) 우왕ㅋ 굳ㅋ
    동영상강의는 회사에서 보기 힘들어요 ㅠ.ㅠ

  8. pythagoras says:

    윤형/ 동영상 강의에 대한 반응을 듣고 싶었던 건데...

  9. 윤형 says:

    수많은 팬들을 위해서 한번 해주셔요~

  10. hoon says:

    설마 영어로 하시진 않겠죠? ^^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11. pythagoras says:

    윤형, hoon님/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

  12. Unique says:

    그리고 동영상으로 찍게되시면 유튜브보단 다음이나 mgoon같은데 올리시는게 용량이나 시간제한도 없고 좋을 것 같아요. (다음은 100Mb한도가 있긴하지만..)

  13. pythagoras says:

    Unique/ 여기선 인터넷이 느려서, 다른건 쓰기가 힘듭니다. 방법을 좀 찾아봐야 겠지만 그게 또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아무도 안 보기 때문에...

  14. 이뿐 says:

    정말 잘 읽고 갑니다 저또한 고등학교 수학교사입니다. 오늘 수학교재연구를 위해 웹서핑을 하면서 자연상수와 관계된 주제들을 찾아 보다 님글까지 읽게 되었네요. 저 위에서 말씀해주신 다른 수학선생님의 글에 심히 공감하네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칠 때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쉽고 단순하게 그리고 명쾌하게 가르칠 수 있을지 늘 고민이 되네요. 어쨓든 이렇게 좋은 글로 저를 즐겁게 해주시는 님같은 분들로 인해 저또한 자극받아 더 열심히 학교현장에서 공부하며 가르칠게요 ^^계속적으로 님글을 읽고 많은 도움을 얻어도 되겠지요? ㅎㅎ

  15. 승희 says:

    이렇게 유익한 강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