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3)

개인의 수학에 대한 인식 및 태도가 대부분 학창시절에 결정된다면, 수학의 문화적 토대를 가꾸고, 수학의 대중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는 바로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다.

도구로 수학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수학에 대한 지식 그 자체로 밥을 벌어 먹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수학과 계열에 몸을 담고 있으며, 연구 활동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하나는 중고등학교 수학선생님들과 같이 수학교육과 계열로, 수학 교육의 활동에 주력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돈을 제일 많이 벌고 있을 학원강사님들은 여기서 제외.

나는 '수학이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대학교에 가서야 처음 들었다. 많은 수학과의 교수들과 수많은 수학책들은 수학이 아름답다는 말을 매우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학창시절 내내 수학에는 남들보다는 좀더 많은 호기심을 가졌을 나였지만, '수학이 아름답다'라고 하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법한 괴이한 표현을 했던 단 한 명의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말했던 사람이 실제로 없었던 것 같다.
왜 이 말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한번도 들을 수 없었던 것일까?

이 사실은 수학과와 수학교육과가 가진 어떤 문화적 차이 및 소통의 장벽을 암시한다. 일반적으로 교수를 교사보다 사회적 지위에서 더 높이 쳐주는 사회의 인식 때문일까? 어쨌든 이 사실은 사회내에 바람직한 수학적 토양을 가꾸는 데 있어서는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수학이 창조되는 현장이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들과 괴리되어 있고, 수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문화적 토대를 구축하는 일에 소홀하다면, 이 나라는 언제까지나 문제의 해결없이 이공계의 위기만 말하는 학문의 수입국에 머무를 것이다. 학계에서 수학의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과 현장에서 수학을 교육하는 사람들의 대화 채널을 만들 필요가 절실하다.

수학의 대중화를 활발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런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수학과나 수학교육과에서 수학 교사들을 대상으로한 석사학위 수준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보통 대학의 석사 학위라는 것은, 거의 아무데도 쓸데없는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 하나 쓰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렇다면 석사 학위 정도는 사람들이 읽을만할 수 있는 책 하나를 쓰는 것 정도로 주어도 큰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1-2년 정도면 가능할 것이다. 교사들에게 안식년이 있다면 좀더 현실성이 있을 것이다.

학위의 결과물이 교육현장에서 더 나아가, 사회에서 유통되는 것은 장려할 만한 일이다. 대학의 정식 프로그램에서 이를 실행한다면, 타학과에서 획득해야 하는 이수학점 같은 것을 두어, 더 폭넓은 학제간 주제를 다루는 것도 가능해 질 것이다. 품질도 대학에서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연구를 업으로 삼는 대학과 중고등학교 교육 현장, 더 나아가 사회 사이의 수학을 위한 대화의 창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학위도 얻고, 또한 결과물이 가져다줄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 사회적 이익을 고려할때, 여러가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을 몇년만 꾸준히 성실하게 실행하면, 수학적 담론의 생산에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좋은 토대가 될수 있지 않을런지.

One Response to “수학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3)”

  1. 김현진 says:

    대공감입니다.
    주인장님이 대학 가서 느꼈던 수학의 아름다움을 제가 고등학생 때 알았더라면...
    우리 나라 수학 교육도 변화해서
    수학이 인생을 좌우하는 골치 아픈 과목이기보다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생활'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