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뿔곡선 vs 이차곡선

학창시절을 회고해 보면, 중학교 시절 배운 기하학과 고등학교 시절 수학에 배우는 기하학은 굉장히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가장 큰 차이가 뭔고 하면, 중학교 땐 안 그랬는데, 고등학교 기하학에서는 좌표를 도입해서 이런저런 식을 푸는 것이 주가 된다는 것이다.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중학교 기하학은 머리가 필요한데, 고등학교 기하학은 머리 별로 안 써도 된다. 중학교에서는 삼각형과 원이 주인공이었는데, 삼각형은 고등학교 기하학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기하학은 그리스 시절의 전통에서 내려오는 논증기하학(synthetic geometry)이고,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기하학은 데카르트 이후 시대의 해석기하학(analytic geometry)이다. 학생들은 중학교의 논증기하학을 통해서, 처음으로 가정에서 출발하여 결론에 이르게 되는 '증명'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고딩의 해석기하학에서는 이런거 없고 그냥 계산만 줄창한다. 왜 이렇게 교과과정을 전혀 연속성없이 단절시켜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은 이에 대한 아무 설명도 들어보지 못한채 그저 따라가야만 했으리라.

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의 핵심에 놓여있던 것은 무엇보다도, 다항식 및 여러가지 함수, 방정식, 그리고 미적분학이 될 것 같다. 기하학은 중심이라기 보다는, 앞에 언급한 것들을 응용하는 실험장의 성격이 강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니 맨날 문제가 뭐와 뭐의 교점을 구하라, 접선을 구하라 뭐 이런것 아니었던가.

고딩 기하학과 중딩 기하학을 완전히 단절시켜 버림으로써, 즉 논증기하학을 고딩수학에서 완전히 배제해 버리면서, 다소 어색한 장면들이 연출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나는 말하려 한다. 고딩수학에서는 이차곡선론을 배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뿔곡선' 이란 말을 전혀 안 가르쳐 준다. 이것은 내가 보기에는 교육적으로 재앙에 가깝다. 이론에 통일성이 별로 없게 되고, 역사적으로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적분학을 강조하고 싶어도 최소한 '원뿔'은 언급하는 것이 옳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차곡선이라는 말은, 곡선을 좌표를 통해 다루게 될때 쓸수 있게 되는 말이다. 곡선이 식으로 표현되야, 일차다 이차다 말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실 기하학을 그런 방식으로 하지 않았던 그리스 사람들도 이차곡선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식을 통해서 연구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차곡선'이라는 말은 안 썼겠지. 그러면 그리스인들의 이차곡선은 무엇이었을까?

그리스인들은 원뿔의 단면을 연구했다. 원뿔을 자를때 얻어지게 되는 곡선을 그들은 '원뿔곡선'이라 불렀다. 원뿔속에 우리 고딩들이 지금 배우는 원, 포물선, 타원, 쌍곡선이 모두 한방에 얻어지게 되니, 개념에도 더 통일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가?

우리 고딩 수학에서는 타원의 정의를 '두 초점에서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으로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스인들에게는 타원의 정의가 아니라 성질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타원은 이미 원뿔의 단면으로 얻어졌기 때문에... 그러면 그리스인들은 이것을 증명해야 했을 것이다. 어떻게 했을까?

타원이 놓인 단면에서 원뿔에 접하는 두 개의 구를 만든다. 원뿔과 단면이 만나는 두 점을 초점이라 한다.

그렇다면 타원위의 한 점에서 두 초점까지의 거리의 합이 과연 일정할 것인가? 일정하다. 두 거리의 합이 바로 위 그림에서 빨간색파란색 두 선의 길이의 합인데, 이 길이는 타원 위의 점에 의존하지 않고, 원뿔과  두 개의 구의 배치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 고딩수학의 정의를 따라도 이것은 타원이 맞다. 멋지지 않는가. 이런데는 식 같은 지저분한거 필요읎다.

무엇을 정의로 삼고, 무엇을 성질로 볼 것인지는 결국엔 취향의 문제이긴 하겠지만은, 나는 이런 접근 방법이 학생들에게 더 관찰과 발견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더 교육적이라 생각한다. 중딩 수학과 고딩 수학을 꼭 그렇게 무자비하게 갈라놓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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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to “원뿔곡선 vs 이차곡선”

  1. 죵민 says:

    좋은글 감사요~

  2. Philomath says:

    그러나 이것은 그리스인들에게는 원뿔의 정의가 아니라 성질이었을 것이다.

    원뿔의 -> 타원의

    우연히 흘러들어와서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3. Insightful website=D I am going to take a good amout of time to examine the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