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한국의 보통 사람들에게 도대체 수학이란 무엇일까? 이 활짝 만개한 수학의 시대에, 사람들은 수학을 대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아마도 학창시절 괴롭히던 어려운 과목. 그것이 전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오일러의 식 하나를 가지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 같은 좋은 영화를 찍는다. 부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차이를 메우는 게 그다지 간단치가 않다. 이 단계에 우리가 도달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도 가장 필요한 일은 많은 수학자들이 세상과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식의 생산자들인 수학자들이 담론을 생산하고, 유통시켜서 많은 사람들에게 수학이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전달하는 작업이 요청된다. 그래야 여러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저런 수준 높은 대중문화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많은 수학자들이 세상과 대화한다? 우리는 이 가정부터 만족시켜주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수학을 하는 사람의 쪽수가 부족하다. 잘하는 수학자 이런 조건은 일단 제껴 놓고도 말이다. 쪽수가 많아야 세상과 대화할 의지가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더 창조적이며 다양한 담론의 생산이 가능할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원래 수학자는 다른 분야보다 더 세상에서 고립되어 있고, 그런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조차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뿌앵카레같은 위대한 수학자도 세상과 대화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한국은 워낙 이공계통의 인간들이 세상을 지배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좀 찌질한 경향까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글쓰기라는 것을 문과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근데 이런 문제들은 어느정도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니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설령 대화를 하려한다 해도, 절망적이게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 무슨 말인고 하니, 수학의 언어라는 것이 서양문화에서 창조되고 있다 보니, 이것을 한글로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번역이라고 하는 선결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학부때부터 수학을 전부 영어로 배웠는데, 한글 단어들이 더 어색한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다양한 담론의 유통에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선생님들에게, 더 고등한 수학의 지식을 전하는 것조차도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니 한정된 소재만이 유통되고, 반복될 뿐이다.

수학이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문화이어야 하거늘, 현재의 우리에겐 불행하게도 오직 입시용 수험수학의 수요만이 폭발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1969년 마리너호가 화성탐사를 가서, 촬영한 사진들을 전송할때, Hadamard Code 라는 것이 사용됐다. 근데 Hadamard라는 사람은, 이걸 1890년대에 만들었다. 그냥 재미로.
병원에서 쓰는 CT 는 1960-70년대에야 만들어지고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Radon이라는 수학자는 1917년에 이미 CT에 필요한 수학적인 토대를 닦아놨다. 그냥 궁금해서.

Compact Disc와 DVD, 모뎀속에 수학이 있다. 클로드 섀넌의 이론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나? Fast Fourier Trasnform은 우리 주변 어디에 있나? 이 모든 질문들이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와 맞닿아 있는데,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왜 들어본적이 없고, 누구도 말해준 적이 없으니까. 우리는 언제까지 애들잡는 수학만 할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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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to “수학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1. 고냥 says:

    수학을 부탁해

  2. 올리브 says:

    아래 글에 댓글을 달려다가 여기에 달아욤. 아.. 정말 제가 고딩 시절부터 궁금하던 점을 짚어주시는군염. 그러니까, 미적분을 배우면서 그것이 실제로 적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도 수학의 정석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거 말이져. 그런 거 물어본다고 제대로 가르쳐 주는 선생님도 없었고.

    전 수학을 좋아한 사람 중에 하난데, 공식을 응용하는 정도에 머무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흥미를 잃어가게 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수학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지만요.

    시간이 되시면 그런 종류의 포스팅을 좀 부탁드립니다. 미적분과 일상의 대화 뭐 그런 ^^

  3. pythagoras says:

    그렇군요. 선생님들이 수학을 좀 재미가 없게 가르치죠. 물론 중고교 수학으로 세상에 응용가능한걸 찾기도 좀 어렵긴 할 거에요. 그래도 아무튼 재밌는 소재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4. yurica says:

    수학에 일찌감치 흥미를 잃은 1人...하지만 언제나 그게 일종의 컴플렉스로 작용하죠. 저 같은 사람에겐 정말 대중화가 절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