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플러와 정다면체

이 글은 오래전에 쓴, "플라톤의 구라에 대하여" 의 후속편이다.

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케플러(1571-1630)는 17세기 천문학의 대발견 시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코페르니쿠스가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당시만 해도 경천동지할 주장을 하고 세상을 뜬 것이 1543년 이므로, 케플러는 그야말로 혁명의 기운이 공기를 타고 떠도는 시대에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케플러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바로, 그가 곁에서 조수로 일했던 티코 브라헤의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행성운동에 대한 케플러의 세가지 법칙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 첫번째 법칙은 행성은 태양을 하나의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돌고 있다는 것이다. 뉴턴이 제시한 만유인력은 거리의 역제곱이라는 사실이 맞는다는 증거를 이 케플러의 법칙이 제시해 준다.

그러나 케플러가 이러한 업적을 남기기 전, 케플러는 행성의 운동에 대한 여러가지 가설들을 만들고 테스트했는데, 그 중에 재밌는 것이 있다. 케플러의 시대만 하더라도, 알려진 행성이 여섯개였다고 한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이 바로 그것들이다. 여기서 케플러는 정다면체가 다섯개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먼저 큰 구를 하나 가져온다. 토성의 궤도가 이 구에 놓인다. 그 다음 그 구에 내접하는 정육면체를 그리고, 다시 정육면체에 내접하는 구를 그린다. 이 구에 목성의 궤도가 놓인다. 그 다음 구에 내접하는 정사면체와 정사면체에 내접하는 구를 그린다. 이 구에 화성의 궤도가 놓인다. 그 다음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 마지막으로 정팔면체를 그려나가면서, 지구, 금성, 수성의 궤도를 만들어 간다. 케플러는 정다면체가 다섯개밖에 없다는 사실이 여섯개의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마도 그는 관측결과를 바탕으로 행성운동에 대한 법칙을 세울 줄 알았던 위대한 과학자였으므로, 곧 관측 결과들이 궤도의 거리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곧 깨달았을 것이다. 물론 나중에 천왕성이 발견됨으로써, 그의 이론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흥미롭게 보는 점은 바로 이것,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각각의 원소를 각각의 정다면체에 대응시켜 놓았고 (불=정사면체, 공기=정팔면체, 물=정이십면체, 땅=정육면체 그리고 하나 남은 정십이면체는 우주전체), 케플러는 정다면체들의 배열로 행성운동의 법칙을 설명하려 했다는 점이다.

재밌는 것은 그들은 정다면체를 이용하여 그 시대의 한계 안에서 나름대로 "만물의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21세를 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얼토당토 않지만.

하지만 오늘날의 첨단과학은 어떤 방식으로 "만물의 이론"에 도전하고 있는지 들어본적이 있는가? 이 점이 바로 포인트이다. 놀라운 것은 여전히 플라톤과 케플러의 아이디어가 살아있다!!! 는 것이다. 어떻게?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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