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수학의 명장면 (2)

오랜만에 고교수학의 명장면 다음 편을 쓴다. 고교수학의 명장면 (1)

고교수학에 조합(combina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1부터 42 까지 숫자 중에서 6개를 뽑는 방법의 수를 세는 것 같은 상황에서 쓰는 개념이 조합이다. n개의 서로 다른 물건에서 r개를 선택하는 방법은

[math]_n C_r = {n\choose r} = {{n!} \over {r!(n - r)!}}[/math]

으로 주어진다.

내가 고딩일 때 배울때는 [math]_n C_r [/math] 라는 기호로 배웠지만, 대학에 와서 지금까지 공부를 하다보니, 업계의 선수들은 [math] {n\choose r} [/math] 라는 기호를 더 애용하니, 여기서는 그렇게 쓰도록 하겠다.

이렇게 조합을 정의하고 나면, 꼭 나오는 문제 중에 이런게 있다.

[math]\sum_{r=0}^{n} {n\choose r} = {n\choose 0} + {n\choose 1} + \cdots + {n\choose n}[/math]

을 계산하라.

가령 n=5 라고 한다면, 1부터 5까지 중에서 0개 뽑는 법, 1개 뽑는 법, .... 5개 뽑는법 다 더하면 얼마인가 묻는건데, 1+5+10+10+5+1=32 됨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를 잘 들여다 보면, 결국 다섯개 원소를 갖는 집합의 부분집합의 개수는 모두 얼마인가 하는 문제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1이 들어가는 경우 안들어가는 경우, 2가 들어가는 경우 안들어가는 경우, ..., 5개 들어가는 경우 안들어가는 경우 해서 모두 [math]2^5[/math]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n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답은 [math]2^n[/math]이 된다.

그러나 내가 회고하는 명장면이란 이러한 풀이가 아니라 바로, 다음 식을 이용하는 것이 되겠다.

[math](1+x)^n=\sum_{r=0}^{n} {n\choose r}x^r = {n\choose 0} + {n\choose 1}x + \cdots + {n\choose r}x^r + \cdots + {n\choose n}x^n[/math]

이 식에다가 x=1을 대입하면, 곧바로

[math]2^n=\sum_{r=0}^{n} {n\choose r} = {n\choose 0} + {n\choose 1} + \cdots + {n\choose n}[/math]

이 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눈을 바로 뜨고 보아야 할 핵심은 자연수의 더하기 문제에다가 함수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파워를 느끼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math]\sum_{r=0}^{n} r {n\choose r} = 0 {n\choose 0} + 1 {n\choose 1} + \cdots +r {n\choose r} + \cdots + n {n\choose n}[/math]

는 얼마인가?

n=5 인 경우에 대해서 노가다 계산을 해보면,

[math]\sum_{r=0}^{5} r {5\choose r} = 0 {5\choose 0} + 1 {5\choose 1} + 2 {5\choose 2} +3 {5\choose 3} +4 {5\choose 4} + 5 {5\choose 5} =0+5+20+30+20+5=80 [/math]

과 같다.

위에서 언급한 식을 사용해 보자면,

[math](1+x)^n=\sum_{r=0}^{n} {n\choose r}x^r = {n\choose 0} + {n\choose 1}x + \cdots + {n\choose r}x^r + \cdots + {n\choose n}x^n[/math]

의 양변을 미분하면,

[math]n(1+x)^{n-1}=\sum_{r=0}^{n} r {n\choose r}x^{r-1} =0 {n\choose 0} + 1 {n\choose 1} + \cdots + r {n\choose r}x^{r-1} + \cdots + n {n\choose n}x^{n-1}[/math]

을 얻고, 여기에 x=1을 대입할 경우,

[math]n(1+1)^{n-1}=n 2^{n-1}= \sum_{r=0}^{n} r {n\choose r}=0 {n\choose 0} + 1 {n\choose 1} + \cdots + r {n\choose r} + \cdots + n {n\choose n}[/math]

을 얻게 된다. n=5를 넣어보면, 다시

[math] 80= 5 \times 2^4 = 0 {5\choose 0} + 1 {5\choose 1} + 2 {5\choose 2} +3 {5\choose 3} +4 {5\choose 4} + 5 {5\choose 5} [/math]

를 얻을 수 있다.

더하기 문제에다가 함수를 끌어들여서 미분 적분의 파워를 활용하는 것이 이 방법론의 핵심이다. 아이디어가 쌈빡하지 않은가??

상황을 좀더 일반화 해서 요약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수열 [math]\{a_r\}[/math]이 주어져 있다.(유한수열일 수도 있고, 무한수열 일수도 있다)
위에서 다뤘던 경우는 수열이

[math]a_r = {n \choose r}[/math]

로 정의된 유한수열이다.


2. 수열을 이용해서 다음과 같은 멱급수함수를 하나 만든다.
(유한수열이면 다항식)

[math]f(x)=\sum_{r=0}^{\infty} a_r x^r[/math]

그래서 우리의 경우는

[math]f(x)= {n\choose 0} + {n\choose 1}x + \cdots + {n\choose r}x^r + \cdots + {n\choose n}x^n[/math]

를 만들었다.

3. 함수를 구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함수가

[math] f(x)=(1+x)^n[/math]

이 된다.

4. 수열에 대한 정보를 함수를 통해 얻는다.

위에서는 x=1을 대입한다던가, 미분을 한다던가 하는 작업을 통해, 이상한 더하기들을 구했다.

고교수학에서 잠깐 삐져나온 사실이긴 하지만, 바로 이 아이디어가 해석적 정수론(analytic number theory)의 출발점이 된다. 참으로 위대한 아이디어다.

가령, 수열이 피보나치 수열 즉

[math]F_0=0, F_1=1, F_{r+1}=F_{r-1}+F_{r} [/math]

로 주어진다면, 위의 작업을 행할 경우,

[math]s(x)=\sum_{k=0}^{\infty} F_k x^k=s(x)=\frac{x}{1-x-x^2}[/math]

가 됨을 다음과 같이 보일 수 있다.

[math]\begin{align}
s(x) &= \sum_{k=0}^{\infty} F_k x^k \\
&= F_0 + F_1x + \sum_{k=2}^{\infty} \left( F_{k-1} + F_{k-2} \right) x^k \\
&= x + \sum_{k=2}^{\infty} F_{k-1} x^k + \sum_{k=2}^{\infty} F_{k-2} x^k \\
&= x + x\sum_{k=0}^{\infty} F_k x^k + x^2\sum_{k=0}^{\infty} F_k x^k \\
&= x + x s(x) + x^2 s(x)
\end{align}[/math]

[math]s(x)[/math]라고 하는 하나의 함수에다가 피보나치 수열의 모든 정보를 압축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이 함수를 미적분학의 툴들로 공략하면, 피보나치 수열에 대한 정보가 줄줄줄 튀어나오게 될 것이다. 가령 이 함수를 미분해서 테일러 전개를 하게 되면, 반드시

[math] \frac{1 + \sqrt{5}}{2} , \frac{1 - \sqrt{5}}{2} [/math]

와 같은 수를 얻게 된다. 앞에 수가 바로 황금비다. 피보나치 수열 얘기를 하다보면, 어김없이 황금비가 등장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다시 한번 얼마 전에 포스팅한 꽃은 왜 아름다운가의 동영상을 보라. 하나 주의할 점은 황금비가 1.618인 것은 아니다)

고교수학에도 제대로 보지못하고 스쳐지나간 멋진 것들이 많이 있다 생각되지 않는가?

2 Responses to “고교 수학의 명장면 (2)”

  1. daewonyoon says:

    : 가령 이 함수를 미분해서 테일러 전개를 하게 되면, 반드시 alpha, beta, 와 같은 수를 얻게 된다.

    고등학교 정석에서는, f(n+2) = f(n+1) + f(n) 이란 점화식이 주어지면,
    b(n)= (f(n)- alpha f(n-1))
    이라 치환해서, 점화식이
    b(n) = beta b(n-1)
    이 되도록 한다고 해서 풀면, alpha, beta를 구할 수 있었거든요.

    이런 풀이랑, s(x) 랑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궁금하네요.

  2. pythagoras says:

    정석에서는 왜 그렇게 풀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을 안했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먼저 정석의 풀이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α, β를 구하는 작업은 x^2=x+1 을 푸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 해법의 더 명료한 이해는 선형대수학을 요구합니다.

    초기조건 없이 f(n+2) = f(n+1) + f(n) 이란 점화식의 일반해를 찾는 문제를 생각합니다.
    그러면 {α^n}, {β^n} 으로 정의되는 수열은 점화식을 만족시킨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α, β는 x^2=x+1 를 만족시키는 해들)

    선형대수학의 언어를 사용하자면, 이 점화식을 만족시키는 모든 수열들의 집합은 2차원 벡터공간이 됩니다. 다시 말하면, 이 점화식을 만족시키는 모든 수열은, 적당한 상수 A,B를 사용하여
    {A α^n + B β^n} 형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열의 초기조건 두값이 주어지면, 하나의 수열이 결정됩니다.

    이렇게 일반적인 해의 모습을 알고 있는 경우라면, 정석의 풀이법은 바로, b(n) 이라는 수열은 A α^n + B β^n 형태의 수열에서 A α^n 부분을 적당히 제거해주는 작업으로 이해할수 있습니다.

    이제 이것들과 위의 방법을 연관짓자면, s(x)라는 함수를 만약에 부분분수로 분해하면, 두 개의 항으로 나누어지는데, 각각의 항은 기하급수로 표현이 됩니다. 이 기하급수들에서 A α^n, B β^n 라는 항들이 나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