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63 (4)

이제는 어서 이야기를 끝내는 쪽으로 가야겠습니다. 그래야지, 또다른 재밌는 얘기들을 시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시 기억을 끄집어 내 봅시다. 이야기는 바로 다음 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math]e^{\pi%20\sqrt{163}} - 262537412640768744 \approx 7.5 \times 10^{-13}[/math]

그리고 저는 물었습니다. 이것은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우연과 필연, 대체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제 마음에 있던 답은, '하나의 특별한 현상을 그보다 더 일반적인 컨텍스트 안에다 가져다 놓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 속에서 바라본 것은, 사실은 사과의 움직임이 아니라, 만유인력이라고 하는 전 우주적인 매우 거대한 컨텍스트였을 것입니다. 이런 말들이 지금은 다소 모호하게 들리겠지만, 163에 대한 저의 글이 마무리될 때, 여러분은 제 말의 의미를 아주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수의 집합 [math]\mathbb{Z}=\{\dots, -3, -2, -1, 0, 1, 2, 3, \dots\}[/math]으로 다시 돌아갑시다. 정수의 성질에 대해 연구하는(?) 수학의 분야인 정수론의 유명한 고전인 G.H.Hardy와 E.M.Wright의 "An Introduction to the Theory of Numbers"의 첫번째 정리는 "모든 1이 아닌 양의 정수는 소수들의 곱으로 쓰여진다" 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정리는 바로 "정수를 그렇게 소수들의 곱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유일하다"입니다. 너무나도 자명하여, 이게 정리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두번째 정리에는 "The Fundamental Theorem of Arithmetic"이라고 하는 멋진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산술의 기본 정리"라고 하면 될까요. 이렇게 그 안의 수들이 소수들로 유일하게 분해될 때, 수학자들은 그 녀석을 UFD(Unique Factorization Domain) 라고 부릅니다. "산술의 기본 정리"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math]\mathbb{Z}[/math]는 UFD 이다" 가 되겠습니다. 그럼 이제 이 당연해 보이는 사실이 왜 자명하지 않은지에 대해 한번 이해를 해 볼 차례입니다.

이제 [math]\mathbb{Z}[/math]가 아닌 [math]\mathbb{Z}

\sqrt{-5}

=\{a+b\sqrt{-5} \: : \: a,b \in \mathbb{Z}\}[/math]라는 집합을 생각해 봅시다. 이 녀석 역시 정수처럼 더하기 곱하기가 그 안에서 잘 성립합니다. 가령, [math]1+\sqrt{-5}[/math]과 [math]2-\sqrt{-5}[/math] 를 곱한다고 해 봅시다.

[math](1+\sqrt{-5})(2-\sqrt{-5})=2+(2-1)\sqrt{-5}-(-5)=7+\sqrt{-5}[/math]

한 집합에서 두 녀석을 뽑아서 곱했더니, 여전히 같은 집합에 있다는 것이 제가 곱하기가 잘 성립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math]1+\sqrt{-5}[/math]과 [math]1-\sqrt{-5}[/math] 를 곱해봅시다. 계산을 해 보면, 6을 얻게 됩니다. 2와 3을 곱해도 6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math]\mathbb{Z}

\sqrt{-5}

[/math] 안에서, [math]1+\sqrt{-5}, 1-\sqrt{-5}, 2,3[/math] 은 모두 소수 역할을 하는 녀석들입니다. 즉, 저 녀석들을 다른 수들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6은 적어도 두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소수들로 쪼개진다! 이 결과가 말하는 것은 바로 "[math]\mathbb{Z}

\sqrt{-5}

[/math] 는 UFD 가 아니다" 라는 것입니다.

자 이제 매우 중요한 결과를 하나 언급 해야겠습니다.
[math]x=0,1,2,\cdots, 39[/math] 일때, [math]f(x)=x^2+x+41[/math] 는 소수라는 사실은, [math]\mathbb{Z}

\frac {-1+\sqrt{-163}} {2}

=\{a+b \cdot \frac {-1+\sqrt{-163}} {2} \: : \: a,b \in \mathbb{Z}\}[/math]이 UFD 라는 사실과 동치입니다. 이 사실은 이제 그냥 맘 편히 받아들이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전에 숫자 163 (2)에서 (2,3,5),11,17,41라는 녀석들을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녀석들은 [math]0 \le x \le q-2[/math] 일 때, [math]f(x)=x^2+x+q[/math]는 모두 소수라는 사실을 만족시켜줄수 있는 [math]q[/math]들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위에서 본것처럼, 각각,

[math]\mathbb{Z}

\frac {-1+\sqrt{-7}} {2}

, \mathbb{Z}

\frac {-1+\sqrt{-11}} {2}

, \mathbb{Z}

\frac {-1+\sqrt{-19}} {2}

, \mathbb{Z}

\frac {-1+\sqrt{-43}} {2}

, \mathbb{Z}

\frac {-1+\sqrt{-67}} {2}

, \mathbb{Z}

\frac {-1+\sqrt{-163}} {2}

[/math]

들이 모두 UFD 라는 사실과 대응이 됩니다. 루트 안에 있는 수들은 모두, 방정식을 풀 때처럼, [math]1-4q[/math] 라는 방식으로 얻어진 녀석들입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봐야할 것만 잘 꺼내 보면 될 일입니다. 163에 대응될만한 녀석들은 어떤 녀석들인가를 보면 된다는 것입니다. (7,11,19),43,67,163 이 되겠군요.

이제 계산을 해 보겠습니다.

[math]e^{\pi%20\sqrt{43}} = 884736743.9997774660349066619374620785[/math]
[math]e^{\pi%20\sqrt{67}} = 147197952743.9999986624542245068292613[/math]
[math]e^{\pi%20\sqrt{163}} = 262537412640768743.99999999999925007259[/math]

소수점 이후에 나타나는 여러개의 9!!!! 163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하나의 특수한 현상을 보다 일반적인 컨텍스트 안에 둔다는 것입니다. 마법같지 않습니까? 한편, 괄호친 7,11,19는 예외는 아니고, 이런 멋진 결과를 주기에는 좀 크기가 작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두 개나 더 얻었는데. 수학을 공부하면 우리는 이런 큰(?)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math]e^{\pi%20\sqrt{43}} \approx 884736744[/math]

[math]e^{\pi%20\sqrt{67}} \approx 147197952744[/math]

[math]e^{\pi%20\sqrt{163}} \approx 262537412640768744[/math]

자 셋 모두 끝 세 자리가 744입니다. 그러면 이것은 또 무엇인가? 사실 미스테리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주인공이 더 필요합니다.

[math]j(\tau) = \frac{1}{{q}} + 744 + 196884{q} + 21493760{q}^2 + 864299970{q}^3 + \cdots[/math]
이 때, [math]{q} = e^{2\pi i\tau}[/math].

저기서 그 744가 왔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시 얘기할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163 이야기는 이만 마칠까 합니다. 수식이 난무해서, 좀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은, 제가 이제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건대, 무언가 낯설 표현들이 난무하는 글을 읽는 좋은 방법은 그냥 몰라도 여러번 읽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 둘 이들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익숙해진 부분이 아닌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에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러는 가운데 조금씩 조금씩, 전체의 그림을 짜맞추어 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머 이해하기 싫다면, 저 마지막 결론 부분만 찬찬히 한번 다시 보면 되겠지요.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이제 다시 러셀의 말을 옮겨 봅니다.

Mathematics possesses not only truth, but also supreme beauty.

이제 이 사실을 조금 공감할 수 있습니까?

10 Responses to “숫자 163 (4)”

  1. 재똥 says:

    자, 빨리 다음 이야기를..

  2. bomber0 says:

    당신은 관객이 아니라 선수요.

  3. 그사람 says:

    주인장님~
    문과생이라도 열심히 읽으면 이 글 이해할 수 있는건가요?
    감히 엄두를 못 내겠거든요 ^^;;

  4. JD says:

    생각보다 여기 꽤 자주 출입하고 있다. 글 잘 읽고 있으니, 이제 다음은?? ^^

  5. bomber0 says:

    그사람님, 이거쓰면서, 문과생 마음을 헤아리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좀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소재와 수준의 얘기를 해 볼 생각이니, 너무 겁먹고 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6. bomber0 says:

    그럼 다음번에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7. 그사람 says:

    오호 이런!
    전혀 거부감 그런거 없습니다.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정밀함에 대한 탄복만이 있을 뿐이죠.
    제가 이 곳에 자주 드나드는 것은
    정치에도 빠삭한 분이 얼핏 보면 이질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수학에 출중하신게(수학전공이시니 반대로인가요? ㅎㅎ) 참 대단하다고 생각들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제가 수학을 참 못하기때문에 더더욱.
    주인장님이 전에 말씀하신 수학과 정치의 유사성.
    수학의 고도의 정밀함과 정직함 수준으로 정치가 발전하게 되길 바랍니다.

  8. 그사람 says:

    '하나의 특별한 현상을 그보다 더 일반적인 컨텍스트 안에다 가져다 놓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와.. 정말 참신한 표현입니다..

    이 표현 저도 좀 써먹어도 될런지요?
    다른 곳에 글 쓸 때 일일이 출처를 달기 곤란한 것 같아서요 ^^

  9. 정재 says:

    나두 잘 읽었어~ 다음 포스팅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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