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October, 2006

보셔드에게 한발더

Thursday, October 26th, 2006

오후에 보셔드 교수에게 찾아가서 다음 학기에 지도를 받으며 리딩 코스를 하고 싶다고 했다. 책 세권을 알려주고, 논문 세개를 꺼내주며 이런 것들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하나는 전에도 조금 읽어본 거였지만 다른 두 논문의 제목은 'semi-infinite cohomology and string theory' 'compatibility of the dual pomeron with unitarity and the absence of ghosts in the dual resonance model' 덜덜덜... 그러면서 또 "How much do you know about modular and automorphic forms?" 라고 묻는데 간담이 서늘했다. 덜덜덜. 그냥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얇은 책 한권 읽어봤다고 말했다. 엄한 분위기는 사실 아니었지만, 한마디 한마디에서 나의 실력이 뽀록날 것을 생각하니 나로서는 역시 오싹했다고 말할 수밖에..

매번 그의 방앞을 지나갈 때 보면, 예외없이 구부정한 자세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그를 발견하는데, 저렇게 홀로 열심히 사색을 했기 때문에 남들이 못한걸 해낸걸까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아무튼 그 열심히 생각하는 모습이 98년 필즈메달 수상자라는 후광과 맞물려서 어떤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수학자의 모습은 영화에서 보통 그려지는 기이한 수학자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게 매우 평범하고 정상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이 사람 진짜 영화에 나오는 수학자 같다. 아무튼 결론은 모두모두 자기 머리를 써서 생각을 좀 하고 살자는 것이다.

고교 수학의 명장면 (2)

Saturday, October 21st, 2006

오늘은 그 때 마무리짓지 못한 고교 수학의 명장면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이 정리는 머 사실 그렇게 우아하고 중요한 사실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증명 과정에 다소 멋진 부분이 있으므로, 명장면으로 꼽아보았다. (물론 고딩이 시험볼 땐 유용함)
이 정리를 증명하는 데는 0 < x< Pi/2 이면 sin x < x < tan x 이라는 부등식이 사용된다. 만약에 이 부등식이 참이라고 가정을 하면, 위의 정리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서 증명이 된다. (x가 0보다 작은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해야 완결)

가운데 있는 녀석이 샌드위치로 1 사이에 끼이면서, 1이 될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증명의 핵심은 이것보다는 바로 sin x < x < tan x 이 부등식에 있다. 이것이 이 정리의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이 부등식을 이해하려면, 다음 그림을 보는 것이 좋다.

여기서 노란색 넓이는 1/2 sin x , 노란색과 파란색 넓이는 1/2 x,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넓이는 합쳐서 1/2 tan x 가 된다. 그래서 부등식이 성립하게 된다.

극한이라는 미적분학 개념 뒤에 숨어있는 기하학적 본질이 이 정리의 핵심 되겠다.

고교 수학의 명장면 (1)

Saturday, October 14th, 2006

코앞에 닥친 입시 때문에 억지로 수학을 공부해야만 하는 고딩들이 아닌, 학교공부 다 끝내고 이제 사회 생활을 하는 성인들이 계속해서 수학을 증오하면서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분하고 지루했던, 생각만 해도 싫은 고등학교 수학 시간... (나는 지금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유의할 것) 그 때는 모든게 싫었지만, 그래도 지금 한번쯤 돌이켜본다면 어떠한 생각이 들까? 솔직히 수학이 그렇게 쓸데없는 것이면, 미술 같은 것도 쓸데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림은 즐겁게 감상이라도 하지... 그렇다면 왜 수학도 작품 하나씩 감상한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일까? 그러니 한번 기억을 더듬어, 고교 수학 시간의 명장면들을 회상해 보기로 하자. 내가 여기서 명장면이라고 하는 것은 그 결과가 중요한 것들도 있고, 결과는 대단치 않을지라도 그 뒤에서 살아 숨쉬는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 경우들도 포함된다. 물론 이 선택은 전적으로 주관적인 것이며 나의 경험에 바탕한다.

루트 2는 무리수이다.

이 정리는 그 결과가 무척 심오하고 놀라울 뿐더러, 굉장히 역사적 의미가 있는 정리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1학년 초반에 배우는 것으로, 여기서 무언가를 느끼느냐 아니냐에 따라 고딩시절 수학과의 인연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산뜻한 증명) 직각삼각형에 대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사용하면, 루트 2는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이므로 그 존재가 의심할 수 없이 확실하다. 보이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루트 2가 무리수라는 사실은, 그 대각선의 길이를 소수로 표현해 본다면, 1.4142135623730950488...으로 반복되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는 수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는 것을 뜻한다. 참으로 이상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저렇게 정확히 표현할 수도 없는 게 수라는 말이냐? 당연히 혼란이 온다.

루트 2는 확실히 존재하는 무언가의 길이로 나타났으므로, 수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것을 소수로 표현하면, 그것이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소수점 밑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수의 열, 바로 그것이 수라는 사실을. 그러므로 0.99999... 도 수다.

(more...)

숫자 24

Thursday, October 12th, 2006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수학자의 이야기인데, 아무튼 여기 나오는 주인공 박사가 하는 대사가 있다. "24- 음- 참으로 고결한 숫자군" 기억에 남는 유일한 대사이지만 참으로 명대사가 아닐수 없다. 영화 속에 나오는 얘기는 4!=4x3x2x1=24 뿐이었지만, 24는 여러모로 신비스런 점이 많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한다. 농담이 아니고, 앞으로 내 전공으로 숫자 24를 선택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잘 살펴보면 24는 삶의 주변에서 꽤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일 먼저 하루는 24시간이다. 하루가 24시간이어서, 오전 오후로 반땡을 할 수 있고, 각각을 12시간으로 쪼갤 수 있다. 손목시계를 한번 관찰해 본다면, 12가 매우 탁월한 선택임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렇게 12등분을 한 다음, 한 시간을 60분으로 하면, 시간을 쪼개어 쓰기도 좋고, 시계 디자인하기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동양의 1년은 24절기로 나누어진다.
■ 봄
입춘(立春, 2월4∼5), 우수(雨水, 2월19∼20), 경칩(驚蟄, 3월5∼6), 춘분(春分, 3월21∼22), 청명(淸明, 4월5∼6), 곡우(穀雨, 4월20∼21)
■ 여름
입하(立夏, 5월6∼7), 소만(小滿, 5월21∼22), 망종(芒種, 6월6∼7), 하지(夏至, 6월21∼22), 소서(小暑, 7월7∼8), 대서(大暑, 7월23∼24)
■ 가을
입추(立秋, 8월8∼9), 처서(處暑, 8월23∼24), 백로(白露, 9월8∼9), 추분(秋分, 9월23∼24), 한로(寒露, 10월8∼9),상강(霜降, 10월23∼24)
■ 겨울
입동(立冬, 11월7∼8), 소설(小雪, 11월22∼23), 대설(大雪, 12월7∼8), 동지(冬至, 12월22∼23), 소한(小寒, 1월6∼7), 대한(大寒, 1월20∼21)

이것 역시 인위적인 선택은 아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절기는 대략 보름정도이고, 보름은 바로 달의 반주기로 매우 자연스런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에 달은 지구 주위를 12바퀴를 돈다. 왜 그렇게 됐을까?

서양음악은 평균율 12음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이 각각에다가 장조, 단조를 따지면, 정확히 24개의 조성을 얻게 된다. 생각해 보니 전에 내가 글을 쓴적이 있다. "왜 음은 12개인가?" 인류의 위대한 재산인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두권은 각각 24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쯤되면 24가 먼가 신기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편, 자연수 n에 대해서, cos(2pi / n) 이 유리수가 되는 경우는 n 이 1,2,3,4,6 인 경우밖에 없는데, 얘들 역시 24와 매우 친한 아이들이다. 여기서 n=3,4,6은 정n각형으로 평면을 규칙적으로 덮는 것이 가능한 매우 특별한 경우이기도 하다.

수학이 어려우면, 이삿짐센터를 차려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