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목요일로 2004학년도 2학기의 모든 과목의 시험이 끝났다. 오랜만에 얻은 한가함이 무척이나 좋다.
책을 한 권 읽었다. 일본의 대(大)수학자 고다이라 구니히코(1915-1997, 링크는 영어로 된 pdf 파일임) 가 쓴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이다. 나는 이번 학기에 "복소다양체"라는 과목을 수강했는데, 이 과목의 교재로 바로 이 고다이라가 쓴 책을 사용했다. 참으로 여러가지 새로운 개념들을 배웠는데, 중요한 것들을 이해하기에 나는 역부족이었다.
아무튼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은 고다이라가 남겨 놓은 여러 글들의 모음이었는데, 다소 성의없게 만들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일단 제목이 너무 촌스럽고,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도 많았고, 심지어 똑같은 페이지가 세장이 계속해서 끼어 있는 경우도 두 번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픈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남에게 추천을 하진 못하겠지만, 사실 나는 고다이라 같은 위대한 수학자를 조금이나마 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일본인인 그가 미국에 처음 가서 영어가 안 돼 세미나 발표도 못했다는 얘기. 또, 그 같은 훌륭한 수학자가 어려운 수학책(혹은 논문)을 읽을 때 잘 이해가 안 되서, 여러 번 읽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써 보면서 읽고, 힘들게 힘들게 뒤에까지 읽고 나면, 앞에껄 까먹게 되고... 수학책을 쉽게 읽는 법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도 참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얼마 전에, 고등학교에서 일차변환을 안 가르친다는 것, 그리고 복소평면도 안 가르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수 두 명의 반응을 직간접적으로 들었는데,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도 비슷하게 생각을 하긴 하는데, 말이 나와서 말이지, 복소수의 곱셈을 회전으로 해석하는 법처럼 멋있는 걸 고딩들에게 안 가르친다는게 좀 아쉽다...
아무튼 고다이라는 초등학교 수학에 집합이 들어갔다는 것을 굉장히 어이없게 생각했고, 중고등학교의 수학 교과 과정에서 유클리드 기하가 점점 없어진다는 것들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점은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비슷한 모양이다. 고다이라는 수학을 가르치는 순서를 역사적 발견의 순서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어린아이들에게는 말을 배울 때 이유도 모른채 따라하게 하는 것처럼 계산도 반복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아노 배우는 사람에게 이유불문하고 스케일연습을(하농이라는 책이 있던가요)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이 주장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에서 어릴 때 구구단을 외우게 하는 것, 초중고 시절 수학시간에 계산기 안 쓰는 것 같은 것을 고다이라는 되게 좋아할 것 같다) 또, 유클리드 기하는 그림을 그려가며 공부한다는 점과 그 결과에 대한 논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좌뇌와 우뇌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점점 과정에서 빠지고 있는 것을 아쉬워 했다.

방학이 되니 책도 읽을 수 있고 참 좋은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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