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국인 수학자와 대한민국

제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싱솅천'이라는 중국인 수학자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얼마나 그럴듯한 이야기가 될수 있을지는 읽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고 싶습니다.
근대 이후의 수학이란 학문의 주도권은 많은 것들이 그렇겠지만, 유럽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깨지게 되는건 1,2 차 세계 대전을 지나면서입니다. 많은 인재들이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을 것이고, 물론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도 많았겠지요. 가령 이런 것입니다. 프랑스라는 전통적으로 수학 잘하는 나라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고귀한 정신 덕분에 한세대의 수학자들을 전장에다 날려버렸습니다. 젊은이들은 사라지고, 할아버지 수학자와 꼬마 수학자들만 남게 되었겠지요.(물론 나중에 이 사라져 버린 연결고리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로 부르바키라 불리는 학파를 탄생시켰고, 이것은 또다시 수학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갑니다.) 아무튼 이러한 역사의 혼란 속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일군의 과학자들이 원자폭탄을 만드는데 성공하였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서 나온 그 불빛이 조선이라는 나라가 다시 찾은 빛, 광복 속의 한다발 빛줄기라는 것은 많이 틀린 얘기는 아니겠지요.


유럽에서 미국으로 세계의 패권은 넘어갑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 속에서 싱솅천이라는 중국인 수학자도 미국으로 갔습니다. 천은 미분기하학이라 불리는 수학분야의 대가입니다. 미분기하학이란 미적분학을 도구로 삼아 공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해를 얻는 분야입니다. 천이 여러곳을 거쳐 안착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대학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이 사람의 인터뷰를 번역해서 올려두었습니다. 허접한 번역이지만 원문도 링크되어 있으므로 관심있으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인터뷰 속에 나오는 말이지만, 기하학이 미국 수학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도약하는데 천의 공을 크게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천이 있던 버클리가 이러한 변화의 적어도 중심 지역의 하나라는 것도 상상할 수 있겠지요. 버클리의 미분기하학은 당연히 명가가 되었겠지요.
서울대학교 수학과의 김홍종 교수는 버클리에서 미분기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싱솅천이라는 수학자의 정신이 잉태한 버클리 수학과의 분위기 속에서 김홍종 교수는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눈을 미적분학 시험전날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으로 돌린다고 상상해 봅시다. 자연과학대와 공과대학, 관련된 사범대학의 학생들 모두는 모두 똑같은 교과서로 미적분학을 공부합니다. 이 책의 표지는 하늘색과 파란색. 이 책들이 곧 그날밤 중앙도서관을 하늘색과 파란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똑같은 책이 몇년간 사용되어 왔으므로, 이 책으로 공부를 한 사람의 수는 몇 만명의 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저의 계산입니다. 몇백명이 아니라, 몇 만명입니다.
이 책이 바로 미분기하학자 김홍종교수가 쓴 '미적분학'이라는 아름다운 책입니다. '아름다운'이라는 말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책의 겉껍데기 표지엔 책의 목표가 '스토크스 정리를 이해하는 것' 이라고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스토크스 정리란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stokes.jpg

적분기호와 몇개의 문자 그 사이를 잇는 등호. 이렇든 간결하게 쓰여진 한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하여, 서울대학교의 모든 이공계열의 학생들이 1년동안 미적분학 책과 씨름합니다. 도대체 저것이 무슨 의미인가 궁금하실 분들이 많으실 것이므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먼저 등호의 왼쪽을 봅시다. M은 어떤 공간을 의미합니다. dw는 그 공간에서 살아 숨쉬는 함수같은 것입니다. 등호의 오른편엔 델타를 붙인 M이 등장합니다. 이 델타M은 M과 연관된 어떤 공간입니다. w는 dw라는 함수와 관련된 델타M에 사는 함수입니다. 등호를 사이에 두고 왼쪽과 오른쪽의 서로다른 우주가 관련을 맺게 됩니다. 이 사이에서 공간은 한차원이 낮아지고, 함수는 한단계 올라갑니다. 공간과 함수 모두에 어떤 미묘한 변화가 생겨나지만,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탄생시킵니다.
많은 분들이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어떤 구간위에서 함수의 정적분값을 구하던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답을 얻기 위해, 함수의 부정적분을 구해서 구간의 끝값을 대입하던 기억도 있으실테구요. 직선위의 1차원 공간을 점이라는 단순한 0차원 공간으로 바꾸는 대신, 함수의 부정적분을 구해야 하는 그 과정. 그것의 일반화가 바로 스토크스 정리라 하는 시의 의미입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시 한편은 언어 그 자체로서는 의미를 생성해 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의 체험속에서 그 상징을 해석할 수 있게 되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냅니다. 스토크스 정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개의 심볼로서 표현되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선, 그래도 그 책의 두께만큼의 단련은 요구되는 것입니다.
미적분학이 좋았건 싫었건 잘 배웠건 못 배웠건 수만명의 학생이 똑같은 책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이 학생들이 언젠가 자라서 사회의 주역이 된다고 했을 때를 생각합시다. 저는 이 책에서 학생들이 얻은 무언가가 좋았든 나쁘든 어떠한 형태로든간에 사회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서울대학교라는 대학의 수만명의 학생이란걸 염두에 둔다면 말이지요.
자, 이것으로 저의 싱솅천이라는 한명의 중국인 수학자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의 연관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저기 곳곳에서 비약이 많이 느껴질테지만, 그래도 저의 이야기가 그럴듯했는지, 쌩 구라에 소설이라 여겨질런지 궁금하네요. ^^;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