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정치에 관심을 갖는가

우리집은 소우유짜는 목장이다. 나의 시골집에는 초고속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는다. 집으로 달박달박한 도시와는 달리 회선의 설치에 어려움이 많이 있는가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쉰도 넘은 우리 엄마는 그렇게도 인터넷을 배우고 싶어해서 모뎀으로 인터넷을 한다. 전화를 걸면 온갖 괴상한 소리를 내는 모뎀으로 말이다.
엄마는 내가 입대하기 전에 쓰던 컴퓨터를 쓰고 있다. 언젠가 집에 갔는데 윈도의 바탕화면에 낯선 파일-나미의 '슬픈인연' mp3 파일이 있길래 들어보았다. 예전엔 몰랐던 나미의 그 허스키한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우리엄마가 모뎀으로 이 3~4메가나 되는 파일을 어떻게 구해서 얼마나 걸려서 다운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구했다. 아무튼 그 다음부터는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몇 번 부르고 그랬다. 심심하면 가끔 흥얼거리기도 한다. 아무튼 우리 엄마가 구했다.


난 엄마가 꼭 초고속인터넷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꼭 P2P가 뭔지를 가르쳐 줄 것이다. cd-rw도 하나 사들고 가서 설치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다운 법,노래찾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야동찾는 법은 필요없겠지만.
초고속인터넷을 설치하는데 시골이라 회선을 놓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설치를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게 누가 시골에서 살으래' 라는 싸가지 없는 대답을 듣고 싶은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 농촌의 필요성이 있고, 누군가는 농촌에 있어야 한다는 합의에 이른다면, 이 비용은 어떤 형식이 되었든간에 공적으로 치러져야 하는 비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마인드가 그나마 도시와 촌의 생활의 질적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비용의 처리에 인색하다가는, 언젠가는 분명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미 치르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난 엄마가 알라딘에 가서 남들이 써 놓은 평도 읽어가며 책도 고르고,당나귀로 영화도 다운받아 보고, 내 홈페이지에도 자주 와서 내 글을 읽어주기를 바란다. 이것은 분명 도시와 농촌의 빈부의 차를 완화시켜주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본다. 인터넷 회선 하나 깔린다고 생활의 질이 같아질 순 없지만, 도시에만 부가 쌓이는 것을 흐름에 역행하는 역할은 해 줄 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논의를 한다면 이런것이야말로 민생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공적비용으로 부의 재분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한다면 그는 분명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나는 수학도다. 이제까지 22년하고 6개월쯤 살았다. 갈루아라는 위대한 프랑스 수학자는 불멸의 업적을 남기고 죽었다. 20년 7개월쯤 살았다. 아벨이라는 수학자도 위대했다. 26년 8개월 살았다. 젊음에의 애착은 우리의 가장 큰 낭만이다.
나는 지금 군인이다. 별로 사랑하지 않는 나라지만 그래도 피할 길이 없어 잡혀 왔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 나라의 것이란다. 그런데 그렇게 소중한 나라의 공적인 재산이라면서, 한달에 2만원하고 몇백원을 더 준다. 새우깡이랑 짜장면 사먹으라고. 자칭 국민의 재교육기관이라는데, 책 한권 사 보기엔 좀 많이 버거운 만큼을 주는 것이다. 물론 좀 가르쳐 주는 게 있기는 하다. 김정일 나쁜 놈 같은거. 그렇다고 군 부대에 무슨 성대한 도서관이 있겠나. 이게 엄청나게 끔찍한 것임을 모두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남자라면 한번 갔다와야' 따위의 정신나간 소리를 들어주며 견딜 수 있는 그런 2년이 아니란 말이다. 2년전에 죽었어도 갈루아를 보면 할 말없이 죽었어야 했다. 20대의 2년이란 우리에겐 그런 영원의 길이를 갖는 시간이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친구,당신의 남자친구, 당신의 아들, 당신의 선후배가 겪어야 할 문제다. 곧 모두의 문제다.
남북의 군사대치의 문제를 거론하자는게 아니다. 젊은 사람들을 공적인 목적을 위해 쓰겠다고 한다면, 밖에 있는 만큼은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것을 보완할 만한 어떠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월급을 올려주든, 좋은 도서관을 짓든, 교육기관과의 어떤 연계를 맺든 간에 말이다. 만약에 누군가를 벌어 먹여 살려야 할 형편인 사람이 군대에 간다면 어찌할 것인가. 어려운 형편의 사람이 국가를 위하여 근무해도, 군대에 오는 것은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 가진것마저 빼앗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공공성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군대가 빈부의 격차를 줄이는 데는 전혀 효과를 가져오고 있지 않다. 있는 놈은 다 빠져 나가도, 그저 신성한 국방의 의무의 수행이라며, 국민의 평등을 실현한다고 헛지랄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책 한권 사 보는 데 부모한테 손을 벌려야 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국가에의 충성을 그렇게나 강조하는 집단주의의 나라라고 하기에도 격이 떨어진다.
말했다시피 나는 수학도이다. 거기에다 꼴에 아주 정통파 순순수학을 좋아한다. 그냥 응용이라면 아예 한수 접고 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돈이 전혀 안 되는 공부를 하면서도 꼴에 자존심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나야말로 다들 이공계가 위기라고 소리치고 있는 그 한복판에 맨 몸으로 서 있는 그런 어리석은 한심한 놈이다. 이공계의 위기란 진정 심각한 나의 문제다.
다들 국가가 나서서 뭔가 해야 한다고 오두방정들을 떤다. 내가 보기엔 이 문제는 지식이 공공성을 갖는다는 사실에 대한 모두의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공부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를 남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꾸어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반인과 대화할 길이 없으면 학문이 설 곳은 없다. 자신이 공부해서 얻은 지식이 자기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그래야만 모두에게 연구비좀 달라고 할 구실이 생긴다. 일반에도 그만한 지적인 풍토가 있어야 한다. 불교미술에 대해 공부를 한 사람이 있다면, 박물관에서 조선불교미술전시회를 열어주어, 개개인이 무언가 보고 생각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지식이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일반의 인식, 자신이 낸 세금으로 연구비가 지원되어 이러한 성과가 얻어졌다는 생각이 없이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것은 언제나 위기 그대로일 것이다. 텔레비전만큼 강력한 부의 재분배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공공의 자원을 효리 가슴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수준으로는 학문도 없고 진정한 문화도 없는 맨날 국립대 도서관이 고시준비하는 학생들로 채워지는 그런 미친 나라가 될 것이다.

위의 사실들은 모두 나에게 닥친 문제이면서도, 이 사회에 공적인 마인드 부재라는 정치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결론을 나로 하여금 이끌어 내게 하였다. 정치에의 무지와 무관심이 언젠가는 심각한 형태로 자신의 문제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일상의 문제가 언론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정치적 문제와 결코 분리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 정치에로의 관심을 갖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그래야만 그 정치적 주장의 논리가 힘을 가질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나는 한국에서의 반공, 반북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가져야 할 하나의 축을 파괴했다고 생각했다. 통일따위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남한의 사상적 협애함이 더 큰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어떤 정치인이 부의 재분배 정도의 상식적인 말을 맘편하게 할 수 있는가.
송두율교수에 관한 국정원 발표가 나오자 마자 한나라당이 아주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게거품을 물고 대한민국의 국시가 어떻니 자유민주주의가 어떠니 아주 쌩지랄을 해대고 있다. 무식한 개는 짖어도, 대한민국의 헌법이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는 조항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헌법에 '공화국' 한줄을 쓰기 위해 세계사의 물줄기를 틀어 버린 피눈물나는 혁명을 치렀다. 우리의 쉽게 단 저 공화국 훈장에 대해 이제서야 값을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세상에 공짜는 없나보다.

7 Responses to “나는 왜 정치에 관심을 갖는가”

  1. 그사람 says:

    오... 명문입니다.. 감탄..동감..
    구석구석 조금씩 잘 읽고 있습니다.
    저한테 좀 많이 찔리는 부분도 한 구절 있네요 ㅎㅎ

  2. bomber0 says:

    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보니, 욕같은 걸 쓰는게 결국엔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겠네요. 그래도 갠적으로 꽤 아끼는 글이죠.

  3. 그사람 says:

    전혀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행여 품격이 떨어진다치더라도
    가득찬 열정을 토해내는데 그런 것을 굳이 따질 필요가 없겠죠?
    진정한 열정이 품격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절제가 지나치면 오히려 글의 생명력이 떨어질 것 같네요~

    마지막 '공화국' 부분은 특별히 공감됩니다.
    민주화 경력이 오히려 짐이 되어가고 있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대세 이명박도 자랑스러웠던 민주화 경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군요.

    제 생각에는
    60-80년대까지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질적이지만 공존했다고 봅니다.
    1990년대부터 '민주화' 세력들이 서서히, 적어도 정치계에서 힘을 얻어가고 '산업화' 세력들은 인권에는 무지하고 또한 빈부격차에 대한 원흉처럼 인식되어 비난받는 분위기로 사회가 흘렀죠.
    그리고 노무현 시대.
    '민주화'와 '산업화'의 갈등이 폭발했습니다.
    막강한 기득권을 배경으로 조중동 등의 보수 언론이 앞장서서 '열린우리당'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력의 무능함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굳이 '산업화'세력에 대한 적극적인 찬양은 자제하고 있는 것이죠. 수구꼴통들이 박정희 찬송가를 부르긴 해도 말이죠. 일말의 양심이 있어서일까요?

    산업화 세력은 그 당시 열심히 돈 번다고 민주화에 대해서 기여를 못했기에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국가 경제를 상당히 발전시켰기에 국민들이 먹고 살만해지니까 '민주주의'에 대해서 서서히 관심이 증대되었죠.
    그렇기때문에 그들이 결코 민주화에 기여한 바가 없지 않습니다.
    당사자들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그 열등감을 노무현과 진보세력을 '좌빨'로 부르며 폄하하는데에 표출시킨다고 봅니다.
    '민주화'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이 '산업화'가 덜 비난받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나봅니다.
    참 유치한 발상이 아닐 수 없죠.

    이상이 제가 현재 대한민국을 분석하는 기초입니다.
    지역감정도 큰 틀에서 저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박정희 이래로 비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영남 위주로 발전이 이루어졌고 그 외 지역, 특히 호남이 차별받게 되어 감정의 골이 깊어졌지요.
    (참고로 전 부산출신)

    제가 노무현, 유시민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틀을 '지역' 에서 탈피시키고
    나아가 '민주화'와 '산업화'의 대결구도를 극복시키려는 선구자들이기때문입니다.
    차기 정권을 어느 당이 가져가든지
    앞으로는 기존의 정치 구도가 상당히 분쇄될 것 같습니다.
    현재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변화하는가가 큰 갈림길이 될 것 같군요.
    그런데 노무현이 2보 전진시킨 것이 1보 후퇴될 것 같아서 참 아쉽네요.

    .........

    우리 가족이 전에 사정이 있어서 각각 떨어져 산 적이 잠깐 있었는데 어머니 심심하실까봐 군대 휴가 나와서 인터넷을 가르쳐드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음카페 운영자도 하시고 ㅎㅎ
    영화는 제가 다운해드립니다.
    주인장님께서는 외국에 계셔서 어쩔 수 없으시겠지만 그런 마음은 부모님께서 충분히 아실 거 같아요.

  4. bomber0 says:

    이런 긴 코멘트는 처음인것 같네요. 코멘트 창을 시원시원스럽게 더 넓혀야 되겠군요.

    저는 산업화라는 말이 예전에는 잘 쓰이지 않다가, 최근 들어 예전 독재 시절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말인 것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은, 저 역시 대한민국의 역대 집권 세력이, 큰 흐름에 있어서만큼은 시대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다고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그만큼 서로를 이제는 인정해주고, 좀더 생산적인 정치를 할 수 있는 방향의 새 질서를 창출할 필요가 있을텐데, 그런 흐름을 만들어 내기에는, 정치인도, 유권자도 아직은 좀 생각이 그에 못미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5. CANI says:

    노무현대통령님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글을 보고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ㅡ^.. 나이가 비슷한 것 같은데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눈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보고, 배우고 갑니다.

  6. gobears says:

    집에서 전하는 생태학 강좌 사진에 실린 바머님댁 소에 홀딱 반했어요. 다른 포스팅도 그렇지만 이글 또한 입이 떡벌어집니다 -0-
    1. 언뜻언뜻 비치는 어머니 글를 보면 참 똑똑하신 분이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2. '젊은에의 애착은 우리의 가장큰 낭만이다'. 3. 국방비 지출로 지난 20여년동안 북한의 10배가 훨씬 넘게 지원 됐다는데 군부대에 제대로 된 도서관하나 건립된거 없고 또래들 자주가는 패밀리 레스토랑가서 스떼이끼 고기 한끼 배부르게 먹을꺼리도 안되는걸 줘주고 국방부는 그많은 돈 다 어데 썼을까요. 2. 적재적소에 욕설의 미학은 오장육부가 뚜러뻥되는 속시원함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꼬옥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가령 이런거죠, 어디서 읽은건데
    '*발롬아 니가튼놈 사랑해서 존나 미안하다 *새끼야 그래도 니를 믿었다' <-- OO씨, 당신을 사랑해서 너무나 미안해요..당신을 정말 정말로 믿었었는데..' 어때 느낌이 오시는지요

  7. pythagoras says:

    gobears님/ 선거 결과를 보니 다시 자제하던 욕이 튀어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거참 어디다가 내뱉어야 할 지를 모르겠네요. 국방부가 돈을 꼭 어디 딴데다가 썼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젊은 사람들 데려다 쓰는 일을 우습게 아는 무개념성은 아직 좀 많이 욕을 먹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