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음은 12개인가? (3)

이제 12라는 특정한 수가 어디서 기원했는가를 생각해 볼 때이다. 왜 서양음악의 음계는 12음으로 구성되었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것은 서양음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문헌을 뒤지는 일로서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나, 여기서는 이제 방향을 틀어 수학으로 간다. 그다지 많이는 어렵지 않으므로, 한번 따라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평균율 음계를 구성한다고 가정하고, r^(n/m) 이라는 표현을 r의 n/m 제곱이라고 이해하자.
음계에 필요한 수를 m 개라 하면, r^m=2 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는 옥타브를 위해 필요한 식이다. 즉 r = 2^(1/m) 이다.
이 음계의 첫음 즉 도는 1=r^0 이다. 다음은 r^1, 셋째음은 r^2 , ... , r^m=2가 될 때, 완전한 한음계를 얻는다. 이제 몇 번 째 음으로 하여금 r^n=3/2 가 만족되도록 할 것인가, 즉, 솔을 얻을 것인가를 생각하자. 그러나 이러한 음계에서는 이미 정확하게 3/2를 얻을 수 없다. r은 언제나 무리수니까, 따라서 3/2에 될 수 있으면 가깝게 가도록 하는 것이 답이다. r^n=2^(n/m) 가 3/2 에 가깝도록 만들어야 한다.
2^(n/m)=3/2 라 가정해 놓고, 적당한 계산을 한다면, n/m=log (3/2) / log 2 를 얻는다. 문제는 이제 log (3/2) / log 2 에 가까운 유리수를 찾는 문제로 바뀌었다.
무리수를 유리수로서 근사시키는 기술, 이것이 수학에 있다. 연분수, continued fraction 이라고 하는 것이 이것이다. 유리수의 분모가 커질수록 무리수에 가깝게 갈 수는 있지만, 연분수의 개념은 이러한 유리수들 중에도 특별히 좋을 성질을 갖는 근사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를 적용해 log (3/2) / log 2 에 가까운 유리수를 찾는 과정에 등장하는 수는 1, 1/2, 3/5 , 7/12 , 24/41 ... 이다.
n/m=7/12 가 바로 찾던 그 녀석이다. 도,도#,레,레#,미,파,파#,솔 ... 7/12 는 12음계의 8번째음이 진동수 3/2 에 가까운 그 음임을 말해준다.
이 방법에 어떤 흥미로운 점을 제공하는 것이 3/5 이 등장한다는 것, 즉 5음계를 구성해도 도와 솔의 관계가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5음계는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 아니던가. 수학도 문명도 거짓은 없다.
문희준의 아트에 음악적 진리가 있는만큼은, 여기에도 그만큼의 진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음계가 이렇듯 정형화된 어떤 비율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안 사람들이 있다면, 앞으로 듣는 음악에서 만날 바이브레이션이라는 것이 또한 새롭게 다가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예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 글을 썼다. 그리고 또 지금 당장은 구할 수가 없어 미안하지만(기회가 되면 링크를 걸고 싶으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3악장을 구해서 들어보기를 권한다. 음악의 섹시함을 효리의 가슴이 아니라, 노래 자체에 담아낼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을 차이코프스키는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바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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