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May, 2001

편지

Thursday, May 24th, 2001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빌려왔다.
책 이름은 ' The Geometry of SpaceTime' 이다. 부제는 'An introduction to Special and General Relativity' 이다. 뭔지 알겠냐?
말로만 듣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한 책이다. 그 개념을 소개하는 책이지. 450페이지짜리이고.
이 책의 서문에 이런 말이 써 있다.
이 책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것은 선형대수학과 다변수미적분학이면 충분한다.

그럼 넌 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거냐?
공부를 잘 안해 둬서 잘 모르겠다고?
그렇담 정말로 선대랑 미적을 배운 사람이 이걸 볼 수 있을까?
과기대의 대부분의 학생이 준비가 된 거네. 정말 그럴까?

내 생각엔 그렇지 않을 거 같아.
위에서 말한 것들은 최소한의 준비에 지나지 않아.
다시 말하자면, 위의 말은 한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글소설을 읽을 수 있다와 같은 이야기지.

책에서 나오는 말에 익숙하지 않으면,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curvature'는 'intrinsic'한 개념이라고 나오면 아무리 선대랑 미적을 알아도 잘 모르겠지?
왜냐하면 이것은 미분기하학의 심오한 개념이니까, 이것도 사실은 공부를 해뒀어야 해.
(그렇지만 사실 미분기하학의 책 앞에도 선대와 다변수미적분학이면 된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뭐)
역사적으로도 가우스가 있었기에 리만이 있을 수 있었고 그 다음에야 아인슈타인이 있을 수 있었던 거지.

우리가 어딘가에서 출발하여 어딘가에 도착하려면 반드시 거쳐야할 곳이 있다.
뱅뱅돌지 않고 지름길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어쨌든, 거칠 것은 거쳐야지.
한국에서 일본을 가려면 방법이야 어쨌든, 바다를 지나쳐 가야 하는 거야.

태어날때부터 상대성이론을 알고 나는 사람은 없다.
이것을 알려면, 공부를 해야 돼. 안 보고, 눈 감고 깨달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것을 제대로 보려면 인간이 그것을 깨닫기 까지 거쳐왔던 과정들을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

아까는 그런 생각을 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데 도전을 한다. 수학을 공부해서 참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말이지.

스타를 잘 하는 것도, 홈페이지를 잘 만드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그것도 필요하고 어느 정도는 중요하지만,
그렇지만, 그런 것은 크게 대단한 것은 아니야.
젊음과 바꿀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지, 내 생각엔.

그럼 뭐가 대단한 거냐고? 글쎄..

사람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던 시대가 있었지.
평평한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둥근 지구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니?
이런 것 뿐만이 아니야,
옛날에 신분이 세습되는 것은 당연하고, 왕이란 하늘에서 난 사람이라고 여겨지던 때가 있었지.
그렇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지금의 우리는 믿고 있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말이지.

고등학교 때 각의 삼등분에 대해서 났던 광고에 관심을 가진적 있었지?
이제 나는 거기에 한 마디 할 수 있다. "그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다"라고.
수학은 이미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실제 각의 삼등분을 해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규칙을 어겼을거야.
자와 콤파스만을 사용하되 자에는 눈금이 없다는 규칙을 말이지.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규칙에 어긋나고 밖에는 안 되는 거지.
자연수를 더하기하는 걸 가지고 -1을 만들 수 있냐. 이건 곧 죽어도 안 되지. 빼기를 하기 전에는.
규칙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게임을 하겠다고 나서는 거냐. 그러니까 불쌍한 거지.
수학자들이 그런 사람의 얘기에 관심조차 안 갖는 것은 당연하다. 나라도 그랬을테지. 난 그가 틀렸다는 것을 아니까.

수학공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수학과 기하학과 해석학이 서로를 엮어가며 점점 덩치를 키워가는 광경 앞에서,
때로는 녹초가 되고, 이것은 정말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오직 젊은이에게만 허락된 권리.

다른 것도 마찬가지일테지.
오직 젊음의 피를 요구하는 무언가가 있을꺼다.
정말 무언가에 미치고 싶다면 대단한 것에 미쳐라.
아직 그런게 뭔지 잘 모르겠다면, 그걸 찾는 일에 미쳐라.
그래주었으면 한다.

하늘의 이차곡선

Thursday, May 17th, 2001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배우는 사람은 만유인력의 법칙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그리고 나선 그 공식을 가지고 두 물체의 질량과 거리를 바꿔가며 열심히 연습문제를 푼다. 그리고 대학에 가면, 냐하하 이제 다 끝났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면 누가 밥주냐 하면서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간다. 그리곤 모든 것을 쌔까맣게 잊는다.

옛날에 우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던 때가 있었다.
케플러는 관측결과로부터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타원궤도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뉴턴은 자신이 설정한 운동법칙으로 중력의 법칙을 유도하고, 그 법칙이 맞다면 지구가 태양을 타원궤도로 돈다는 것을 알아냈다. 뉴턴의 운동법칙이 진짜로 맞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케플러가 내놓은 경험적인 법칙을 매우 잘 설명해 주므로 그것은 맞는 것 같이 보인다.

이것은 얼마나 순서정연하게 잘 조직되어 있는 이야기인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세월이 걸렸고, 또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요구했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공식하나를 암기하게 하는 것은 어쩌면 폭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불행한 일이다. 마치 그 공식이 절대적인 진리인양 가르치는 모습이 너무 한심하다. 어떻게 저만큼이나 상상을 자극하며, 영감을 불어넣고, 호기심이 넘치는 이야기를 그렇게나 재미없게 해치워 버릴 수 있는 것인지..

하늘에서 이차곡선들이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것은 분명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할 만한, 음미해 볼만한 사실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수투에서 배웠던 포물선과 타원과 원과 쌍곡선이 하늘에서 그려진다는 사실은.

놀랍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역제곱에 비례하는 중심력장의 미분방정식을 풀면 얻어지는 당연한 결과이다. 역학을 배운 학생들에게 이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아직 우린 궁금한 것이 있어야 한다.

왜 만유인력의 법칙은 역제곱법칙이었는가. 이렇게 질문을 놓으면 이것은 이제 경험법칙이 아니라, 가정에서 출발해서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연역적인 차원의 문제가 된다.

사실 어떤 가정에서 출발해야 좋은 결론을 얻어낼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혹시 신이 이차곡선을 좋아해서, 이차곡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제곱법칙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는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재수가 없으면, 이차곡선이라는 조건으로부터 역제곱법칙을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과 같은 질서정연한 존재의 가정으로부터 그는 자신의 추측에 믿음을 가지고 평생을 건 노력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그런데 사실 궤도가 이차곡선이라는 데서 실제로 거리가 역제곱인 벡터장이 유도될 수 있는지는 나도 모름. 궁금하면 물리학과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