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잡힌 오류

식당에서 홀로 밥을 먹고 있었다.
혼자 있는 밥을 먹는 시간엔 언제나 그렇듯이, 나의 머릿속은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밥을 먹고 외출을 해 볼까, 이번엔 머리를 조금더 짧게 깍아볼까, 그 때 보다만 만화책이나 가서 마저 볼까, 아 띠발 할 거 없어, 심심해라 등등.
생각이 어제 풀었던 문제의 증명에 이르렀을 때,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풀었다는 기분에 도취되어, 거기에 있었던 오류를 당시에는 발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증명이 완전히 부서져 내린 것은 아니었으나, 틀린 점이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위협적이다. 너무나.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것과도 같은 기분.
먹던 밥을 그냥 꾸역꾸역 입속에 넣고 일어나 버렸다.

수학적 진리는 다른 학문의 진리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진리의 진위가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2000년 전에 발견된 정리 하나는, 오늘에 와서도 여전히 참이다.
이러한 영속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정리라는 것이 엄밀한 증명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영원함 아래에는 엄밀함이 있다.

어제 한 생각들이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깝다는 생각.

책상 앞에 앉아 다시 펜을 들고, 끄적대 본다.
다행히도 오류는 바로잡혀졌고, 아이디어는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다시 한 번 만족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온다.

혼자 기뻐 날뛰다가, 애가 타는 기분을 느끼게도 하는 것.
누구처럼 혼자 낄낄대다가 갑자기 심각해 지는 모습을 상상할 때 -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생각되기 직전.
내겐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역시나 젊을 때나 해 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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