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경험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냈다는 것만큼 강렬한 자극을 주는 것은 그리 흔치 않다.
내 손으로 증명을 했다는 짜릿함.
무엇인가를 배우려면 항상 좋은 책을 봐야한다는 사실은 지난 세월에서 내가 얻은 교훈이다.
책에 나온 해밀턴 회로에 대한 정리와 그 증명을 읽어보았다.
증명이라고 쓰여진 말들은 그럴듯하긴 했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는 직관적으로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둔한 이에게는 그저 멍하게 보이기만 하는 것이 있듯이.
책의 저자에게는 명확해서 그야말로 trivial한 내용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난 거기서 그냥 멈추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손가락을 깨물고, 펜을 물어보았다. 앉아 있던 몸을 벌떡 일으키고, 침대에 가서 벌렁 누워도 봤다.
그렇게 누워 있던 시간 속에, 한 줄기의 밝은 빛을 보았다.
- 가장 드물고, 신비스러우며, 소중한 경험-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는 아이디어는 결코 필연적인 일련의 과정에서 얻어지지 않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수학을 어렵게 만들어 버리는 이유이다.
또한 그 때문에,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천재가 되지 못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천재가 탄생하기도 한다.
그림 하나와 단 세줄의 식으로 나는 문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고 나선 내가 써내려간 그 증명을 스스로 감상한다.
음..귀류법이군..좋지..음.. 그럴듯해..음..우아하군.. 끄덕끄덕.

그야말로 산더미 같이 쌓여진 정리의 돌이 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와르르 무너져 내려 깔려 질식할 것만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나를 질식시켜버릴 것 같은 산더미 주변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이유는, 혹시나 아까 본 것과 같은 한 줄기의 빛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이고, 그 산더미 언저리에다가 나의 정리가 쓰여진 돌멩이 하나를 던져 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 때문이다.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