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에 조용민 교수의 7대 수학 난제 해결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글을 썼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이 글이 쓰여진 과정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해당 논문을 뽑아놓고 보니 정말 '하얀 것은 종이고 까만 것은 글씨'인 상태였다. 제목도 뭔 말인지 이해가 안가는 상태였다. 얼마 되지도 않는 주변의 물리를 아는 이들에게 묻는 걸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물리학에 익숙한 동료를 티타임에 붙잡아 놓고, 두 시간 넘게 괴롭힌게 며칠새 여러번이다. 이메일도 많이 보냈다. 바보같은 질문을 하도 많이 해서 민망했다.
글에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이 검증되지 않은 것들을 보도자료로 내놓는건 일종의 사기행각에 가까운 것이다. 그냥 홍보팀 수준의 오바일 수도 있지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이권과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들이 배경에 있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에 언론이 보도자료를 보고 베껴쓰면, 의도를 가진 이들에게 그냥 놀아나는 것일 수도 있다.
대학이 구성원의 업적 홍보에만 치중하다가 검토를 소홀히 하면, 자칫 자기 대학의 석좌교수라는 분을 이번처럼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 학교에서 좀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목소리 톤을 낮추는게 좋겠다고만 해주었어도, 본인이 인터뷰까지해서 여러모로 수학 문제에 대한 몰이해를 직접 노출하는 사태를 막아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학 차원의 검토는 구성원의 견제인 동시에 보호인 면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만 생각했지, 그 반대는 생각도 못하는 것인지.
언론이나 대학이나 본연의 역할을 무난히 수행해 내기 위한 기본적인 프로세스조차 잘 갖추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이런 기본들이 부실하니, 받을 수 있는 신뢰와 존경을 못받고, 결국엔 아마추어와 사기꾼에게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지.
낮에는 논문 하나를 저널에 제출했다. 굳이 오늘을 선택한 것은, 오늘과 내일은 나에겐 또 많이 다른 날이어서. 내고나서 올해들어 제출한 논문이 세 개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두 개는 써놓고 미뤄둔 것을 매듭지은 것이었지만.
밤하늘에 빛나는 별만 좇으며 살아왔는데, 그조차 안개 속에 가려질 때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드넓은 바다에 홀로 둥둥 떠있는 돛단배같다는 생각을 일주일에 열세번은 한다. 도대체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육지는 얼마나 먼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살아서 땅을 밟기 위해 힘을 내고 있다. 하루하루 절박한 마음으로.
논문은 욕심을 보태 좀 좋은 저널에 제출했다. 20여년의 세월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에 균열을 냈고, 결과가 아름답다는 것에서 이미 작지 않은 내면의 만족감을 얻었지만, 떠돌이 생활이 견디기 싫어 승부수라는 생각으로 던져 버렸다.
'11개월의 씨름' (2000년 11월 5일) 에서처럼, 이 문제 역시 오랜 시간의 인내와 끈질긴 도전을 필요로 한 것이었다. 다듬어진 논문에선 찾아볼 수 없겠지만, 결정적인 문제의 열쇠를 발견하게 되는 여러 번의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중요한 순간 중에선, 어깨가 아파 제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누워서 볼 수 있도록 한 모니터를 보며, 내가 짠 코드를 실행하여 누운채로 왼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며 실험을 하고 우연한 발견을 했던 그런 때도 있었다. 남의 인정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이것은 내가 가진 부족한 재능과 그로인한 모든 결핍까지 끌어모아 만든 내 젊은 시절의 결정이다.
내 궁핍한 날들의 벗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살아서 다시 만나자.
늘 마음에 오래 전에 옮겨 놓은 디외도네의 한 마디
A mathematician, then, will be defined in what follows as someone who has published the proof of at least one non-trivial theorem.
가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새 논문의 초고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제야 짓눌린 어깨가 좀 가벼워진다. 세상의 인정과 무관하게, 지금 나는 내가 해낸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악명 높은 E.T. Bell의 글인 만큼 진실인지 의심되지만) 야코비가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Young mathematicians ought to be pitched "into the icy water to learn to swim or drown by themselves. Many students put off attempting anything of their own account until they have mastered everything relating to their problem that has been done by others. The result is that but few ever acquire the knack of independent work."
--E.T. Bell, Men of Mathematics (in describing the opinion of Carl Jacobi)
나는 정말로 얼음물에 던져진것 같았고, 수학자가 되기 전에 빠져 죽을 위기의 순간들이 지금까지 계속되었다고 느껴지는데, 그래도 이젠 마침내 수영하는 법을 터득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이제는 골방에서 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사람을 키우고 싶다. 학생들도 가르치고 싶고, 아이도 키우고 싶다.
세상은 나를 사 가시라.
수학노트에 2012년 대선 개표와 로지스틱 곡선 라는 항목을 만들어 두었다. 나는 로지스틱 음모론이 아니라, 사인함수가 숨어있는 음모론같다.
2011년에 다음과 같은 트윗이 트위터 상에서 RT되어 퍼져가던 것을 기억한다
당신이 태어난 해의 끝 두자리에 금년의 당신 나이(만나이)를 더 해보세요. 전 세계 모두가 다 111이란 결과를 얻게 될거예요
뭔가 딱 맞아떨어져 놀랍다는 이러한 계산들이 실은 앞으로 한발, 뒤로 한발 움직이면 제자리라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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